김관석 '탐라돈' 대표
"저희 식당 부근에 비슷한 규모의 식당 자리가 있습니다. 한때는 유명한 체인점이 들어오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자리가 매년 주인이 바뀌고, 간판이 달라지고…. 4년 동안 4번이나 식당 간판이 바뀌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때마다 식당을 운영하던 분은 최소 1억 원 이상을 손해 봤겠지요. 저도 늘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잘 된다고 안심할 수가 없습니다. 아차, 하면 저도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저라고 늘 성공할 수는 없으니까요."

'탐라돈' 대표 김관석씨. 얼핏 보면 퍽 자신만만한 분위기인데 막상 먹는장사, 음식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탐라돈'은 홍대 지역에서는 외진 '땡땡이길'에 있다. 제주 오겹살 전문점으로 이미 상당히 유명한 곳이다. 그저 "손님이 많다"는 정도가 아니다. 가게 손님의 절반 이상이 재방문, 단골고객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집이다. 어느 날에는 70% 이상이 '얼굴이 익은 손님'이라서 주인 김관석씨도 놀랄 정도다.

한번 왔던 사람이 주변 사람들을 데리고 오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지인과 더불어 온다. 김관석씨는 "순전히 단골손님 덕분에 별다른 마케팅 없이 이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물론 바탕에는 좋은 식재료와 정성이 어우러진 '잘 만든 음식'이 있다.

"좀 엉뚱한 이야기지만 제가 고기를 잘 먹지 않습니다. 평소에 고기 먹으러 일부러 어딜 찾아가진 않는 타입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제주도 오겹살을 먹게 되었는데 고기를 싫어했던 제가 처음으로 고기 1근을 먹었습니다. 혼자서 3인분 정도를 먹은 거지요. 속으로 이 정도 맛이면 성공할 수 있겠다, 싶어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없거나 부족하다. 김관석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가진 돈이 별로 없었다. 여기저기 빌리고 정부기관의 창업 융자금도 빌렸다.

물론 가게가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다. 하루 종일 한두 테이블에만 손님이 찾았던 적도 있었다. 가게 문을 열면서 1일 매출 10만원이 목표였다. 언젠가는 하루 매출이 8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그때 봉고차를 타고 다녔는데 가게에서 집까지 가면서 그리고 또 이튿날 새벽 가게로 나오면서 골목마다 폐지를 주워서 봉고차에 실었습니다. 폐지 값이 2만이 되더라고요. 그걸로 제 스스로 목표했던 10만원을 채웠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아예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가게에서 묵었다. 명분은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것이었지만 낮과 밤에도 없었던 손님이 새벽에 나타날 리는 없었다. 손님이 없는 새벽에는 가게 한켠에서 웅크리고 잤다. 그는 그때의 경험이 지금도 가장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식당을 운영한다"는 결심이 소규모 식당 창업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가끔 체인점을 하겠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처음 대화를 나눠보면 절박하게 말씀들 하십니다. 꼭 성공하고 싶다고 하지요. 그런데 막상 제가 제시하는 조건을 들어보면 대부분 그냥 돌아갑니다."

그가 제시하는 조건은 얼핏 보면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조건이다. '조건'은 체인점을 내기 전에 김관석씨의 '탐라돈'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것이다. 홀, 주방에서 미리 두어 달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체인점을 하지는 못하겠다"며 물러선다. '탐라돈'이 외진 곳에서 성공했고 상당한 수익을 낸다니 그것은 탐이 나지만 막상 손에 물을 묻히고 일일이 손님들 상대하면서 홀 서빙을 하는 것은 차마 못하겠다는 뜻이다.

"가만히 보면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점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프랜차이즈는 본점에서 힘든 일, 거친 일은 모두 해주는 것 같습니다. 머리 아프게 식재료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육수나 소스도 다 만들어준다고 하고, 심지어는 상권분석해서 식당 자리 정해주고 인테리어도 다 해준다고 하지요. 당연히 본사 차원에서 마케팅 해준다고 합니다. 가맹점 점주는 그저 가만히 앉아서 돈만 받으면 될 것 같으니까 많은 이들이 프랜차이즈로 몰립니다. 이게 가장 큰 실패의 원인입니다."

그 자신도 한때 프랜차이즈 본사의 직원 노릇도 해봤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식당을 창업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임을 그때 깨달았다.

"늘 주변의 창업자들에게 '스스로 다 해낼 수 있을 정도의 규모, 가능하면 작은 규모로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작은 가게를 크게 늘이는 것은 쉽습니다. 작은 규모의 가게가 유명해지고 자생력이 생기면 넓히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큰 가게로 시작하면 작은 가게로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지요. 또, 외진 지역 좁은 골목 안에서 시작해서 가게의 자생력이 생기고 유명해지면 번듯한 곳으로 옮기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번듯한 곳에 있다가 외진 뒷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은 힘듭니다."

그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창업하기 가장 좋은 곳은 바로 'A급 상권의 C급 위치'다. 홍대지역, 대학로, 명동, 인사동, 삼청동, 강남역 일대 같은 지역이 바로 A급 상권 지역이다. 이런 지역의 외진 곳, 뒷골목, 보이지 않는 위치가 바로 C급 위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차별화하더라도 A급 상권이 아니면 주목을 받기도 힘들고 또 창업초기부터 손님을 모으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지역의 임대료는 상당히 비싸다. 하여 좋은 상권이되 외진 곳을 선택하여 임대료 등을 낮추라는 것이다.

'한국일보 창업아카데미'에서 강사로 강의를 할 예정인 김관석씨는 '창업자의 절박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02)3141-459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