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들의 만찬' (2012)
MBC 주말극 '신들의 만찬'(극본 조은정ㆍ연출 이동윤)은 두 요리사 고준영(성유리)과 하인주(서현진)의 대립을 그린 요리드라마다. '맛있는 청혼'(2001) '파스타'(2010) 등의 요리 소재 드라마로 재미를 봤던 MBC의 작품이어서 방송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신들의 만찬'은 첫 방송부터 SBS 주말극 '폼나게 살거야'를 제치며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월 26일 방송된 '신들의 만찬'의 시청률은 14.0%(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KBS 1TV '광개토태왕'에 이은 같은 시간대 2위다. 현재까진 '성공한' 요리드라마의 계보를 이을 유력한 후보다.

# '맛있는 청혼' 기본 틀 '대장금' 대박

'신들의 만찬' 앞에는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끈'선배'들이 있었다.

'맛있는 청혼'은 국내 요리드라마의 기본 틀을 세웠다. 요리란 소재는 앞서 '쇼타의 초밥'(1996) 등의 일본 드라마와 '음식남녀'(1994) '식신'(1996) 등의 중국 영화에서 여러 차례 다뤄졌다. '맛있는 청혼'은 해외 요리드라마가 보여준 요리사들의 대결을 한국 방송가에 선보였다.

SBS '식객' (2008)
MBC '대장금'(2003)은 46.3%(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의 높은 평균시청률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대장금'의 두드러진 공로는 한류 드라마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대장금'이 제작비의 1.7배에 이르는 120억 원의 해외 수출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동아시아부터 중동, 유럽에 이르기까지 한국 전통 문화를 알리는 문화전도사 역할을 했다.

한식드라마의 계보를 이은 것은 SBS '식객'(2008)이다. '식객'은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현재까지 등장한 요리드라마와 달리 우수한 요리 재료를 찾는 경로를 보다 세밀하게 묘사했다. 이 과정에 담긴 여러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를 감동적으로 그린 점이 특징이다.

'신들의 만찬'을 제외하고 가장 최근 작품은 '파스타'다. '파스타'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현재까지 여타 드라마가 보여주지 못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주방 현장을 담아냈다. 국내에서 요리를 배운 '국내파'와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공부한 '해외파'의 주방 내 갈등 구도를 유쾌하게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요리 드라마의 등장은 이웃나라 일본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

1990년대 일본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예능프로그램들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런 트렌드는 1990년대 말 한국에 상륙했다. 1998년 KBS '삐삐 요리방', MBC '최화정의 맛있는 이야기', SBS '최고의 밥상' 등 요리 프로그램들이 부활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은 "국내 요리 프로그램 열풍은 2000년대 초 요리드라마의 등장으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미스터 초밥왕' 등 일본에서 건너온 요리 만화의 인기도 한몫 했다.

MBC '대장금' (2003)
# 맛집 예능·日요리 만화 인기도 한 몫

대중의 늘어난 여가와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은 요리드라마의 정착과 성장을 도왔다. 2000년대 이후 소득이 증가하면서 대중이 먹거리를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것이 아닌 '삶의 품격을 높이는' 수단으로 생각하게 됐다. '대장금'의 성공이 이를 증명한다. '대장금'은 궁중요리란 소재를 대중에게 선보인 작품이다. 품격 있는 음식을 원하던 대중의 성향을 타고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주5일제 시행, 웰빙 열풍 등이 요리드라마의 인기를 도왔다.

# 한식은 '경쟁' 양식은 '사랑' 중심

한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한국인의 정통성을 중요시하는 성향을 짚고 있다. 한식드라마는 음식점의 계승자 자리를 놓은 대립이 두드러졌다. '식객'은 한식요리전문점 운암정의 계승자를 놓고 벌이는 성찬(김래원)과 봉주(권오중)의 대립이, 나중엔 최고의 요리사를 가리키는 '대령숙수' 자리를 둔 대결로 옮아갔다. '신들의 만찬'도 아리랑 계승자가 되기 위한 두 요리사의 경쟁을 담은 작품이다. 대령숙수, 계승자로 대변되는 장인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반영한 면도 있다.

반면 양식을 다룬 드라마는 세련된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청춘남녀들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는다. 이런 성향이 드라마 안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 '파스타'는 레스토랑 주방 내에서 벌어지는 수석요리사 셰프와 막내 요리사의 사랑 이야기에 중심을 뒀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작품인 MBC '내 이름은 김삼순'도 비슷했다.

# 레시피 공개 등 애프터서비스도

요리드라마는 브라운관으로만 시청자들의 식욕을 만족시키는데 그치지 않는다.

'신들의 만찬'은 홈페이지를 통해 극중 등장한 음식들의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신들의 만찬' 속 요리는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의 자문으로 만들어진다.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은 한식과 퓨전요리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레시피 공개는 오프라인에서도 시청자들이 직접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파스타'도 방송 당시 제작진이 극중 등장한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의 레시피를 공개한 바 있다. '파스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이 자유롭게 자신만의 레시피를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식객'은 방송 전 요리 서포터즈를 공개 모집하기도 했다. '식객'은 서포터즈 개인별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요리 노하우, 레시피 등을 사진과 함께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요리 레시피를 공개하거나 시청자들이 자유롭게 올릴 수 있게 한 것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방법이다. 동시에 시청자들을 위한 드라마의 애프터 서비스의 의미도 갖고 있다.



김인엽기자 klimt@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