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농담을 던지며 활짝 웃고 있다.
4ㆍ11 총선 판세가 서서히 변화하는 조짐이다.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기 전인 작년 말만 해도 이번 총선에서는 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를 되돌아보자.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사건에 이어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마저 제기되면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이 과정에서 정태근 김성식 의원은 탈당했고 결국 박근혜 의원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온통 당내가 어수선했다.

이 때 민주통합당은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1월 중순 혁신과통합 측과의 합당에 이어 전당대회 개최로 분위기를 타면서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대선주자 지지도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추월하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치솟았다. 여기까지가 민주당이 샴페인을 터뜨리던 2월 말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개헌 지지선인 100석 이하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았고 민주당에서는 1당은 물론 과반 의석(150석)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4·11총선을 한 달 앞둔 지난 13일 격전지인 부산 사상구를 찾아 문재인 통합민주당 상임고문과 맞붙는 손수조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그러던 정치 상황이 3월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박근혜당'으로 탈바꿈해갔고, 승리감에 도취한 민주당은 미리 전과(戰果)를 챙기려는 분열의 조짐이 싹텄다.

공천이 거의 마무리된 3월 중순을 지나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당 지지율은 다시 새누리당이 역전해 일부 조사에서는 10%포인트 차이로 민주당을 제쳤다.

자신감을 회복해간 새누리당은 "잘하면 140석 안팎의 의석을 얻어 1당 지위를 유지할 수도 있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그리기 시작했다.

반면 민주당에게는 암울한 그림자가 깔렸다. 지지율은 떨어져갔고 통합진보당 측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16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내주면서 예상 의석수는 점점 하향 조정됐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바닥 정서는 민주당이 우위를 보이는 곳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새누리당은 상승 추세, 민주당은 하향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총선 결과는 이제 예측 불허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의 '한판승'으로 끝날 것 같던 4ㆍ11 총선이 여야의 대접전 구도로 변화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지난 7일 제주도 서귀포시 해군제주기지사업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권연대를 이루어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략 부재' 민주당 실착

민주당의 실착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 입장 표명부터다. 한미 FTA는 알다시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한 사업이다.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지내며 FTA 체결을 앞장선 사람이 한명숙 대표이고, 장관으로 외곽지원에 나선 사람은 정동영 정세균 두 상임고문이다. 이 문제는 시작부터 민주당 지도부의 '태생적 한계'와 맞닿아 있다.

주요 이슈로 삼을수록 '상황에 따라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공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것이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관훈클럽 등 언론 토론회에 나가 '입장을 바꾸는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한 대표를 집중 공격했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16일 "19대 총선을 승리해 FTA 전면 재협상을 추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안팎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결정적 미스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였다. 기지 건설을 위한 발파 공사가 시작되자 한 대표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등과 함께 득달같이 현지로 내려가 공사 건설 강행 반대를 외쳤고, 정동영 상임고문은 "곧 정권이 바뀔 테니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현장 공사를 주도한 해군 제독을 압박했다.

서울 광진갑 공천 취소에 반발한 민주통합당 전혜숙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통합민주당 대표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제주기지 건설도 한미 FTA처럼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이도 역시 '왜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일을 이제와 반대하느냐'는 추궁에 뚜렷한 답을 내놓기가 어려운 문제다. 더구나 우리 국민이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인 안보 분야에 직결된 사업이다. 여기에 반대를 거듭할 경우 자칫 친북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거론되던 이른바 '고대녀' 김지윤씨가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하는 바람에 문제는 더욱 커졌다. 당장 해군부터 들고 일어났다.

여기에 민주당 공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임종석 사무총장의 사퇴로 일단락되나 싶었지만 16일에도 전혜숙 의원이 공천 탈락에 항의하며 당 대표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한광옥 전 의원은 아예 신당을 창당해 동교동계 세력 규합에 나섰다.

이미 공천 과정에서 친노 색채가 두드러져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구 민주당 계열 의원들이 떨어져 나가고 내부에서는 노동계 및 시민사회계열이 공천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야권연대 과정도 지나치게 통합진보당에게 양보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팎의 잡음으로 인해 수도권에서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여야 백중세로 바뀌는 순간이다.

김무성 잔류, 분위기 반전

새누리당 친이계 중진 안상수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당잔류를 선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한때 공천 탈락자들의 집단 탈당에 이은 보수 분열이 우려됐다. 신당인 '국민생각'으로 전여옥 의원이 옮겨 갔고 이윤성 허천 최병국 정미경 의원과 이방호 전 의원 등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탈당하면서 신당 창당이나 국민생각과 자유선진당을 아우르는 제3정당 출현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김무성 의원의 공천 탈락이 점쳐지면서 부산ㆍ경남(PK)을 중심으로 한 13대 통일민주당과 같은 새 정당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공천 탈락이 유력시 되던 김무성 의원이 당 잔류를 선언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어 이재오 의원 직계인 진수희 의원도 공천 탈락에 승복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안상수 이사철 이인기 의원 등이 줄줄이 당 잔류로 돌아섰고, 결국 김현철 전 부소장도 15일 불출마를 택했다. 무소속 출마 불사를 언급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뜻을 접었다.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어쨌든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밀어붙이기'가 주효한 결과였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보수 진영의 단일 대오를 유지하게 됐다. 또 일부 문제가 드러난 공천자의 공천 철회도 신속하게 결정해 파장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박 위원장이 전국을 누비면서 '이명박-한나라당'이 아닌 '박근혜-새누리당'으로의 이미지 전환에 공을 들였다.

이 때문에 통합진보당과 전국 76곳에서 후보 단일화 경선(17~18일)을 치르는 민주당보다 새누리당이 먼저 총선전에 뛰어들 채비를 갖춘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근혜 위원장이 언론 노출 빈도를 의식적으로 높이면서 이번 선거를 'MB대 반MB'나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구도가 아니라 '박근혜 대 한명숙' '새누리당 대 민주당'의 구도로 몰아간 게 적중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135석 안팎서 접전"

이런 상황에서 전체 총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여야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진단하는 성적표는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140석 정도 가져가고 새누리당이 130여석, 통합진보당이 10여석 정도를 얻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야가 모두 135석 정도에서 다툴 수 있다"고 분석한다. 양측 모두 엄살 섞인 전망이지만 당초 120석 정도로 예측되던 새누리당 의석 수가 상향된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먼저 양측의 텃밭인 대구ㆍ경북(27석)과 호남(30석)의 경우 별 이변이 없을 것으로 보여 각각 100%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또 강원ㆍ제주(12석)는 민주당이 조금 우세한 것으로 분석되며 충청권(25석)도 민주당이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유선진당이 어느 정도 의석을 가져갈 것이 유력하다.

한때 여야 접전 양상으로 분석되던 이른바 '낙동강벨트'인 부산ㆍ경남ㆍ울산(40석) 지역은 다시 여당 분위기가 우세해지는 것으로 점쳐진다. 한 전문가는 "부산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제외하곤 모두 새누리당이 싹쓸이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예측이 쉽지 않은 수도권(112석)에서는 야당이 70석 안팎을 가져간다는 가설이 제법 많다.

이런 분석을 종합해 평균치를 따져 보면 새누리당 110~120석에 야당 120~130석, 자유선진당 5~10석으로 나뉜다. 그러나 야당 의석에는 통합진보당 의석이 포함돼 있어 실제로는 115~125석 가량으로 계산이 된다.

나머지 비례대표 54석의 경우 보수가 단합 구도를 이루는 새누리당이 흩어져 있는 야권보다는 유리하다. 새누리당이 20석을 넘기고 민주당이 20석 이하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또 자유선진당과 통합진보당도 적잖은 의석 확보에 나설 것이고, 진보신당과 국민생각 등도 의석을 넘보게 된다.

이러 가설을 종합해 평균치를 따져보면 새누리당이 135~140석, 민주당이 130~135석, 통합진보당이 10~15석, 자유선진당이 10석 안팎 정도로 나눠진다.

이 경우 과반을 확보하지는 못해 여소야대 정국으로 개편되긴 하지만 1당의 지위를 새누리당이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된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가설에 불과하지만 20여일 앞으로 총선까지 예상 외의 변수가 터지지 않을 경우, 이 정도 선에서 결과가 마무리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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