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4ㆍ11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 29일 0시를 기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영남지역에서 야권이 두자릿수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19대 총선은 18대 대선 전초전으로 인식되는 만큼 영남권에서 야권의 두자릿수 교두보 확보는 곧바로 대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대형 관심사이기도 하다.

TK 지역, 저변확보에 위안

야권의 영남지역 공략은 TK(대구ㆍ경북) 지역 보다는 PKU(부산ㆍ경남ㆍ울산)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TK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보수색이 강한 지역으로 봐도 될 정도의 새누리당 텃밭으로 아직까지는 '철옹성'에 가깝다. 유일한 희망은 대구 수성 갑 지역에 출마한 민주당 김부겸 후보다.

김 후보는 3선 의원으로 안정된 지역구인 경기도 군포 지역구를 떠나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고향이면서도 '적지'에 야당 씨앗뿌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수성 갑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힘든 지역이다. 17대 총선때는 당시 여당대표이던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전격 출마했으나 12.2%를 얻는데 그친 지역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박근혜의 경제교사'이면서 경북고 선배이기도 한 새누리당 이한구 후보와 맞붙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나 경합 수준으로까지도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4년 전인 18대 총선때는 민주당이 겨우 2명의 후보를 내세울 수 있었던데 비해, 이번 총선에서는 12개 지역구 가운데 10개 지역구에 후보를 내세워 연말 대선을 위한 기초를 다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데 위안을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대구 중ㆍ남구와 북구 갑, 달서 갑, 경북 문경 등지에서는 무소속 변수가 복병으로 떠올랐지만, 중ㆍ남구를 제외하고는 친여성향의 무소속 후보라는 점에서 당선시 새누리당 입당이 유력시된다.

지역 야권의 한 관계자는 "부산 경남에서 야권의 '싹'이 자라서 뿌리가 뻗고 있다면, 대구에서는 싹을 틔우기 위한 '씨'가 뿌려지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 지역언론들은 호남(광주 을)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야권연대 후보인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를 오차범위내에서 나마 앞서면서 선전하고 있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PKU 기류 심상찮다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최근 한 달 사이에 세 차례나 부산을 방문했고, 경남과 울산도 잇따라 방문했다. 그만큼 이 지역 기류가 심상찮다는 판단에서다.

야권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면서 '낙동강 벨트'의 총 사령탑인 부산 사상의 문재인 후보를 앞세워 교두보 확대를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10곳 안팎을 승부처로 보고, 두자릿수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주 을에서 호남 유일의 새누리당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을 노리는 이정현 후보가 "노란색 일색인 광주에서 파란 싹 하나만 틔워달라"고 호소하듯, 민주당은 부산에서 "민주통합당이라는 나무에 물이라도 달라"(문성근 후보)고 호소하고 있다.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 우선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두 석 이상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상과 사하을에서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는 것.

문재인 후보는 사상에서 초반 기선을 제압하면서 지역에 몰두하지 않고 부산 총선의 총 책임자로서 부산 전역에 바람몰이에 나설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사하갑과 북강서을 부산진갑 등도 민주당은 경합지역으로 보고 고삐를 당기고 있다.사하 갑에서는 최근 논문표절 문제로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가 궁지에 몰리면서 민주당 최인호 후보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북강서을에서 '토박이'새누리당 김도읍 후보와 맞선 민주당 문성근 후보는 '이방인'이미지가 걸림돌이다.

조경태
울산은 통합진보당 후보로 단일화가 된 지역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부산 경남의 민주당 노무현 바람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북구는 최근 네번의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과 민노당, 진보신당이 번갈아 당선됐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동구청장 출신의 통합진보당 후보가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역임한 새누리당 박대동 후보와 박빙의 대결국면을 끌어가고 있다. 동구에서도 시의원 출신인 통합진보당 이은주 후보가 현역의원인 안효대 후보를 추격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많은 이들 지역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났지만 부동층이 야권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야권의 기대치가 높다.

경남은 김해 갑 을, 창원 성산구와 의창구, 진주 갑 을, 거제, 양산 등 경합지역이 많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해 을은 광주의 망월동 격인 봉하마을이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역이다. 경남 도지사를 역임한 '선거의 달인'새누리당 김태호 후보에 맞서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 민주당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권후보 지지도에서 문재인이 박근혜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박근혜 바람이 먹히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정서와 노무현 향수가 충돌되는 지점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진주 갑은 지리적으로 김해 양산 등지의 동부경남발 바람이 서부 경남으로 넘어가는 요충지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역이다.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경남지역 첫 방문지로 진주 갑을 선택한 것도 바람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가운데) 상임고문이 13일 부산 지역에서 함께 출마한 같은 당 문성근(왼쪽) 최고위원과 전재수 전 청와대 부속실장과 부산 북구 덕천사거리 부근에서 야권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부산=이성덕기자
새누리당 박대출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민주당 정영훈 후보가 추격중이나,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최구식 의원이 무속으로 출마해 여권표가 분산되고 있다.

진주 을에서는 무소속 강갑중 후보와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패배한 통합진보당 강병기 후보가 승복을 선언하면서 새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강갑중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진주시장 후보 공천자로 결정됐다가 중앙당 최종심의에서 탈락, 한나라당에 강한 반감을 지니고 있다.

통합진보당 후보로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가 나선 창원 의창구에서는 새누리당 박성호 후보와 오차범위내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고, 통합진보당의 상징지역인 창원 성산구에서는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와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가 '고토 회복'과 '수성'을 놓고 대결중이다. 다만 손 후보와 맞수인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실패, 야권성향의 표가 분열되고 있어 막판 단일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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