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그여자네 집’ vs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

김남주
배우 가 11년 만에 주말극으로 돌아왔다.

그는 2001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MBC '그 여자네 집'(연출 박종ㆍ극본 김정수ㆍ그여집) 이후 최근 방송 중인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 (연출 김형석ㆍ극본 박지은ㆍ이하 넝굴당)으로 다시금 주말 안방극장의 히로인으로 등극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는 아직도 극의 전반을 이끄는 원 톱 주인공이다. 변치 않은 미모와 성숙한 연기력은 물론이고 그만의 패션 감각은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런 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치고 있는 '넝굴당'은 코믹과 감동의 요소를 적절히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동시간대 1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톱스타=미니시리즈'의 공식이 은연중에 퍼져있는 방송계에서 의 주말극 출연은 이례적인 것처럼 보인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가 누구인가? 최고시청률 42.1%을 기록한'그여자의 집'으로 주말 안방극장에 ' 열풍'을 일으켰던 주인공이다.

'그여집'의 차인표(왼쪽)와 김남주
고부갈등과 가족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며느리 역'을 맡은 의 캐릭터는 엄연히 다르다.

를 통해 주말극 여 주인공의 캐릭터 변화를 알아봤다.

어머니 기대 부응위해 고군분투
# '그 여자네 집' 속 김영욱

'그여집'속 영욱은 엄마나 아내가 되는 것보다 자기 발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리모델링 회사 기획팀 직원이다. IMF경제위기를 지나 밀레니엄시대에 도래하며 일하는 여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중산층 가정의 맏딸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가난한 가정의 장남 태주(차인표)를 만나 원치 않은 시집살이를 한다. 영욱은 자신이 살지 못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뇌한다. 그런 영욱의 모습은 동세대 여성들의 공감대를 자극했다. 이기적인 여성이 한 가족의 며느리로 동화되는 과정을 통해 는 그간 화려한 외모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능력 있는 고아'가 이상형
# '넝쿨째 굴러온 당신' 속 차윤희

'넝굴당'의 차윤희는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드라마 제작사 PD다. '능력 있는 고아'를 이상형으로 꿈꾸던 윤희는 완벽한 조건의 외과의사 테리강(유준상)을 만나 결혼한다. 하지만 이상적인 행복도 잠시. 남편이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게 되며 그 꿈도 깨지게 된다.

윤희는 '시'자가 들어가면 손사레부터 친다는 요즘 여성을 대변하고 있다. 시청자들 역시 시부모가 생긴 후 고민하는 윤희를 비난하기 보다는 그녀를 지지하는 반응이다. 극 속 시댁식구들의 행태가 과하다는 것. 하지만 지난주 방송에서 윤희가 미국행을 포기함에 따라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큼 그의 캐릭터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남편 성향도 '마초 vs 로맨티시스트'
# 공통점 vs 차이점

가 연기한 두 작품은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의 시댁 적응기라는 기본 설정이 동일하다.

MBC'러브하우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리모델링 붐이 일었던 2001년, 리모델링 업체 종사자가 당대 활동적인 직업여성을 대표한 반면, 미디어가 중심이 되는 2012년의 여주인공은 드라마 PD라는 점에서 각각 그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2001년의 영욱은 어머니의 기대에 따라 부유한 집안의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2년의 윤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능력 있는 고아를 남편으로 두고자 한다. 주변의 인식이나 보편적인 가치관에 의해 삶의 방향을 결정했던 과거에서 개인의 행복추구를 1순위로 두고 있는 현대인의 변화를 반증하는 것.

영욱의 남편 태주는 겉으로는 아내를 배려한다고 자부하지만 결혼 후 마초맨 기질을 드러내는 대한민국 대표 남성이다. 때문에 시집살이에서 아내와 잦은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반면 윤희의 남편 테리강은 모든 여성들의 이상 속에서만 존재할 법한 로맨티스트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물론 아내의 공부를 위해 미국행을 결정한다. 비명소리 후 전화가 되지 않은 아내 걱정에 중요한 세미나를 포기하기도 하는 착한 남자다.

과거 시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아내가 주도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나 현재에는 이상적인 남편이라는 존재를 통해 일말의 탈출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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