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런던, 올림픽 세번 개최한 첫 도시 '하나의 삶' 표어로 내걸어
선수단, 금메달 10개 획득 전망 종합 10위내 진입… 시차적응 관건 사격·유도·수영서 첫 金 기대
도 권유에 휴대전화 뒷번호 같이 바꿔
전통효자 종목 양궁 싹쓸이 목표
이용대 '베이징 혼합복식'이어 남자복식 정상에 도전

제30회 런던올림픽 개막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1908년과 1948년에 이어 세 번째 열리는 런던올림픽은 7월 27일 오후 7시 30분에 개막한다. 한국 시각으로 환산하면 28일 새벽 3시 30분. 태극전사의 활약을 지켜보려면 새벽에 TV를 켜놓을 수밖에 없다. 오는 18일이면 런던올림픽 개막이 딱 100일 남는다.

런던은 올림픽을 세 번 개최한 첫 도시. 하나의 삶(Live As One)을 표어로 내건 런던올림픽에는 26개 종목에 금메달 302개가 걸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비교하면 야구와 소프트볼이 빠졌다. 그러나 여자 복싱 세 체급이 추가돼 금메달 숫자는 베이징올림픽과 똑같이 302개다. 국제올림픽위원회 자크 로게 위원장은 런던올림픽을 “근대 올림픽 116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모든 종목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출전하는 첫 대회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는 런던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가운데 10개를 수확해 종합 10위 안에 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 선수단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은 10개ㆍ동 8개)를 수확해 종합 7위를 차지했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금메달 9개로 종합 9위에 올랐다. 태릉선수촌 박종길(65) 촌장은 지난해 12월 금메달 13개를 예상했다. 그러나 박용성 체육회장이 시차와 이동거리라는 변수를 고려해 금메달 목표를 10개로 낮췄다.

장미란
런던은 한국 올림픽 선수단과 인연이 깊다. 한국 선수단이 출전한 첫 대회가 제14회 런던올림픽(1948년)이었다. 마라톤 영웅 손기정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참가했지만 일제 시대였기 때문에 일본 선수로 출전했다. 대한민국에 첫 올림픽 동메달을 선물한 김성집 등은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비행기를 타고 홍콩, 태국, 파키스탄, 이집트, 네덜란드를 거쳐 런던에 도착했다. 런던에 쌀을 가져간 선수들은 직접 밥을 지어 먹으며 올림픽 경기에 나섰다.

당시 올림픽후원회는 출전 경비를 마련하고자 1947년 12월 한국 최초의 근대적 복권 ‘올림픽 후원권’을 발행했다. 64년 만에 런던 땅을 밟게 될 한국 선수단은 경비 걱정 없이 금메달만 생각하면 된다. 체육회는 런던 히스로 공항 옆에 있는 브루넬 대학 건물을 임대했다. 훈련 시간과 장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체육관과 기숙사, 식당을 통째로 빌렸다. 태권도와 유도, 펜싱 등 개인 종목은 국가대표와 함께 훈련할 선수까지 런던에 간다.

한국 첫 金은 누가?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은 사격과 유도, 수영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들 종목은 전통적으로 개막식이 끝난 다음날부터 세부 종목별로 금메달의 주인공을 가렸다. 금메달 유망 종목 가운데 김찬미(23)가 출전할 여자 공기소총 10m는 개막식 다음날 예선을 거쳐 결승까지 치르고, (23)이 출전할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은 개막 사흘째 열릴 가능성이 크다.

체육회는 태권도와 양궁, 유도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진종오
태권도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싹쓸이했다.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던 차동민과 황경선(이상 26)은 런던에서도 각각 남자 80㎏ 이상급과 여자 67㎏ 이하급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태권도 종주국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갖췄지만 실력이 평준화된데다 전자호구로 채점하기 때문에 금메달을 확신할 순 없다. 금메달 네 개를 모두 딸 수 있지만 자칫하면 금메달을 하나도 건질 수 없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효자종목 양궁 국가대표팀은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 걸린 금메달을 모두 수확하겠다는 목표다. 베이징올림픽에선 금메달 2개(은 2개ㆍ동 1개)를 따냈다. 그러나 태권도처럼 한국 선수를 위협할 외국 선수가 꽤 많고 런던에 돌풍이 많다는 변수도 있다. 체육회는 양궁에서 금메달 2개를 목표라고 밝혔지만 내심 싹쓸이를 원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는 다음달까지 열릴 월드컵 1ㆍ2차 대회를 통해 올림픽 국가대표 세 명을 최종 선발할 계획이다.

유도 태극전사 김재범(27)과 왕기춘(24)은 “베이징에선 울었지만 런던에선 웃겠다”고 다짐했다. 부상에 시달렸던 이들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각각 유도 81㎏ 이하급과 73㎏ 이하급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통한의 울음을 터트렸던 김재범과 왕기춘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어 런던올림픽 우승후보로 손꼽힌다. 대한유도회는 황희태(34)도 100㎏ 이하급 금메달을 노려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체조에서도 사상 첫 금메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자 양학선(20)은 도마 금메달 후보로 손꼽힌다. 공중에서 몸을 틀어 3회전하는 기술(양1)로 유명한 양학선이 착지에서 실수하지 않는다면 금메달은 떼어놓은 당상이다.

올림픽 2연패 도전

박태환
베이징올림픽을 빛냈던 올림픽 영웅들은 런던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노린다.

수영 (23)은 일찌감치 휴대전화 뒷번호를 2012로 바꿨다. 의 권유로 역도 (29)도 휴대전화 번호를 2012로 바꾸고 올림픽 2연패를 다짐했다. 은 “400m 세계기록(3분40초07)을 깨트리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체육과학연구원은 이 남은 기간에 만족할 만큼 훈련한다면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자유형 200m에서도 금메달을 노려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은 “도전자의 마음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75㎏ 이상급에서 우승한 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와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러시아 타티아나 카시리나(21)와 중국 주루루(24)가 지난해 나란히 이 갖고 있던 세계기록(326㎏)을 깨트렸다. 은 태릉선수촌 숙소에 카시리나 사진을 붙여놓고 금메달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남자 77㎏급 사재혁(27)도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총잡이 (33)도 공기권총 5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공기권총 10m 세계기록을 갖고 있는 터라 50m와 함께 10m에서도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 베이징올림픽에서 인터뷰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 때 화장실에서 울었던 이대명(24)은 “이번에는 꼭 웃겠다”고 다짐했다. 이대명은 , 북한 김정수와 함께 금메달을 다툴 후보로 손꼽힌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던 (32)는 개막 사흘째 열릴 유도 남자 66㎏ 이하급 금메달을 노린다. 66㎏급 세계 41위인 는 체급을 올린 탓에 아직 올림픽 출전 자격(세계 22위)을 갖추지 못했다. 는 26일부터 열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 이내에 입상하면 출전 자격을 갖추게 된다.

정재성, 이용대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손에 쥐었던 이용대(24)는 런던올림픽에선 정재성(30)과 짝을 이뤄 남자 복식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