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선, 정부와 거리두기로 지지층 확대 노릴듯
젊은층·수도권 공략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 중도층 껴안기도 시도

● 민주통합선, "기존 구도로 가면 朴극복 어렵다"
영입 위해 적극 나설듯… 도 때론 기회

4ㆍ11 총선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비상대책위원당이 연말 대선레이스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주자로 우뚝 서게 됐다.

이번 총선 결과가 '의 승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연초만 해도 100석에도 미달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당 안팎에서 나돌았지만 결국 예상을 깨고 1당을 차지한 데에는 '선거의 여왕' 위원장의 개인기가 주효했다.

보수 표를 결집시켰고, 현정부에 등을 돌린 중도성향 유권자들도 상당 부분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로 돌아서게 했다. 사람들이 이명박과 를 분리해서 바라봤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장은 선거 내내 과거 비판에 몰두하는 야당보다는 앞날을 지향하는 미래 권력을 선택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과의 차별화를 위한 선거 전략이기도 했지만 유권자들은 총선과 대선을 결부지어 생각했다. 대선주자로서의 로 봤지, 여당의 선거를 지휘하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야당은 대선주자가 나서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부산 사상에서 출마하며 부산ㆍ경남(PK)지역 선거를 이끌었지만 출신 지역에만 머물렀을 뿐 전국적인 선거는 한명숙 대표가 지휘했다. 야당은 정부심판론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에 많은 유권자들은 야당의 선거 방향과 대선을 연관 짓기가 어려웠다. 선거 패인 중 하나다.

상임고문은 자기 선거구에서는 이겼지만 전체적 성적표는 '상처뿐인 영광'이다. 야권에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선주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결과에 그쳤기 때문이다. 20대 정치 신인 여성이면서 선거 자금과 관련해 말바꾸기 논란에 시달렸던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에게 불과 1만2,000여표 차이로 이겼다. 득표율 면에서는 55.0% 대 43.8%로 11.2%포인트 차이의 승리였다. 유력 야권주자 입장에서는 그리 만족할 만한 득표 결과는 아니다.

부산의 문성근 최고위원과 최인호 후보, 경남 김해을의 김경수 봉하재단 사업본부장 등 자신이 직ㆍ간접적으로 지원한 친노 후보들도 모두 패했다. PK의 '노무현 향수'를 앞세워 '문풍'(文風ㆍ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목표에는 전혀 근접하지 못했다.

그래도 일부에서는 문 고문의 총선 결과를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원내 진입에 성공했으니까 연말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선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연 여권의 위원장을 누를 만한 기세를 보여줄 수 있느냐는 물음이 남아 있다. 그 부분이 문 고문의 과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서히 원장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야권연대가 실패했고, 야당의 유력주자가 체면을 일정 부분 구겼다면 다른 주자를 내세워 박 위원장의 아성에 도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정치적 변화에 가장 민감한 주식시장에서도 총선이 끝난 12일 바로 이 같은 징후가 나타났다. 이른바 테마주는 고공행진을 벌였고 테마주는 하향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테마주는 다시 상향세로 반전했다. 주식시장의 이 같은 변화 기미도 실제 유권자들의 생각과 무관치 않다.

여론조사서 安 추월

위원장은 말 그대로 거칠 것이 없게 됐다. 명실상부한 여권의 1인자가 됐다.

안철수
한국갤럽이 11일 총선 직후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 두 사람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5.1%는 박 위원장, 35.9%는 안 원장이라고 답했다. 모름ㆍ무응답은 19.0%였다.

같은 기관 1월 18일 조사에서는 박 위원장이 안 원장에게 4.5%포인트 뒤졌고, 지난해 12월28일 조사에서는 5.5%포인트 차이로 열세를 보였었다. 이번 총선을 통해 박 위원장에 대한 지지층이 대거 결집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 같은 기세 등등한 박 위원장을 향해 8개월여 남은 임기 동안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긴 힘들다. 수족 같던 친이계 의원들도 상당수 사라졌다.

예상되는 야권의 대 정부 공격의 예봉을 막으려면 박 위원장과의 관계를 더욱 우호적으로 만드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아직도 이 대통령에게는 총리실 불법사찰 문제와 내곡동 사저 부지 문제, 친형인 이상득 의원 및 최측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 등이 남아 있다. 대선 때 곤혹을 치른 BBK 문제도 말끔히 청산된 것은 아니다. 박 위원장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호락호락한 정치인이 아니다.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그도 역시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 대통령 관련 의혹을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게 득표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판단한다. 답은 명확하다. 이 대통령의 인기나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박 위원장도 현정부와의 철저한 단절을 추진할 게 분명하다.

문재인
당장 박 위원장은 불법사찰 금지를 위한 특별법 추진을 공언했다. 이 대통령과의 선긋기 시작이다. 19대 국회가 본격 시작되는 6월부터는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선을 위해서는 새누리당이나 박 위원장은 더욱 중도 쪽으로 다가서야 한다. 따라서 여당 정책도 복지 강화를 비롯해 개혁 방향에 무게를 싣는 방법뿐이다.

기업계에서는 재벌 해체 등을 주장한 통합진보당 등 야권이 여당에 패배한 것을 두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소 짓기에는 이르다. 경제 민주화로 대변되는 대기업 정책에서도 박 위원장은 야당에 버금갈 정도의 강도 높은 개혁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생전에 "내 돈 갖고 내 마음대로 쓰는데 왜 주위에서 뭐라 하느냐" 라고 항변하는 일부 부유층의 태도를 몹시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박 위원장도 이에 크게 다르지 않다. 재벌 등 대기업 오너 주변이 긴장해야 할 이유다.

대선을 앞둔 예비고사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한 박 위원장이지만 과제는 산적하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득표율은 48%대 48%로 분석됐다. 의석 수는 앞섰지만 전체적인 이념적 대결의 득표 수만 보면 오히려 진보 쪽에 졌다. 특히 서울에서의 패배는 뼈아프다. 충청과 강원에서의 몰표가 여당 승리를 견인한 셈이다.

김두관
대선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충청 표심은 언제나 부동표다. 어느 쪽이 지역에 유리한 공약을 내느냐에 따라 판도가 바뀐다. 16대 대선 당시 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쏠렸지만 17대 대선에서는 충청권 과학도시 신설 등을 앞세운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게를 실었다.

경남에서 총선은 완승했지만 만일 안 원장이나 문 고문, 경남 지사처럼 PK출신이 대항마가 되면 또 달라진다. 자칫 TK대 PK의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 PK출신 야권 후보가 호남표를 흡수하고 지금 총선처럼 수도권을 가져가면 박 위원장은 필패다. 우리 정치사회에서 해결되지 않는 지역의 벽 문제를 박 위원장이 어떻게 넘어서야 하느냐가 대선의 제1 과제다. 또 젊은 층의 새누리당 외면은 여전했다. 대선에서 이 부분을 바꾸지 않으면 당선은 쉽지 않다.

어쨌든 박 위원장의 독주체제가 구축되면서 비박(非朴)진영의 주자들은 더욱 입지가 좁아들게 됐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정운찬 전 총리 등은 박 위원장의 정치적 실수만 바라고 있어야 할 처지다.

승리를 확신하던 야권이 의외의 일격을 당하자 지지층도 함께 허탈한 표정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문 고문은 기대치에 못 미쳤고 기존의 민주당 만으로도 새누리당을 뛰어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원장에게 SOS를 청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2일 "이젠 가 나와야 할 때"라며 안 원장과 문고문의 경쟁 구도를 통해야만 대 위원장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安 성급히 나서진 않을듯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11일 총선 직후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이 더 좋게 생각됐다'는 응답(42.6%)이 '더 좋지 않게 생각됐다'는 응답(21.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문 고문과 경쟁을 벌인 안 원장이었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오히려 안 원장이 2위 자리를 굳건히 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당 밖에서 '강연 정치'로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안 원장이 과연 성급하게 야권에 뛰어들겠느냐는 데에는 회의적 전망이 많다. 올 여름 야당 후보가 결정되는 것을 지켜본 뒤 가을께 후보단일화에 나서던지, 아니면 기존 정당을 뛰어넘는 제3당의 정당을 만들어 진보와 보수에서 이탈하는 중도층을 흡수하는 전략으로 나설지는 예단키 어렵다. 총선 승리를 통해 탄력을 받은 박 위원장에 맞선 안 원장의 조기 정치 참여 선언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문 고문이 주춤하면서 안 원장에게 기대가 쏠리는 와중에 새롭게 조명 받는 이도 있다. 경남지사다. 친노 진영에서는 무조건 자파 계열 인사를 민주당 후보로 옹립하려 하고 있다. 이들의 폐쇄성이 늘 문제점으로도 지적되지만 응집력만큼은 뛰어난 게 사실이다.

이들은 문 고문의 정치적 영향력을 지켜보다 급상승하는 추세가 보이지 않으면 김 지사에게로의 양보를 원할 수 있다. 이 경우 김 지사가 친노의 대표주자로 민주당 후보로 나설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안 원장과 후보단일화를 꾀하던가 독자 출마를 고수할 수 있다.

손학규 고문이나 정세균 고문도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특히 문 고문이 그리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이들에겐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당내에서 친노 세력의 입김이 잦아들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질 수는 있다. 물론 가능성이 그리 큰 이야기는 아니다. 정동영 고문은 서울 강남을 패배로 사실상 대선과는 멀어졌다.

여야의 대선레이스가 총선이 끝난 직후인 4월 12일 0시부터 이렇게 시작됐다. 8개월 1주일에 이르는 대장정의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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