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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의 재즈재즈] 우리에게 재즈란 현상의 본질 일깨워

강태환 <6> 박재천이 말하다 1
스윙은 흑인만의 고유영역… 남은 것은 즉흥의 확장
둘이 연주에 취하다 보면 무대 밖으로 나가기까지
  • 강태환과 박재천
강태환. 피아니스트인 아내 미연과 함께 프리 뮤직 그룹을 만들어 활동 중인 타악 주자 박재천씨의 증언은 이정식씨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인 동시에 '현역 뮤지션'으로서의 강태환씨를 선명히 보여준다. 이 시대, 아방가르드 예술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나의 음악 여정은 강태환 이전, 강태환 이후로 나뉜다. 1996년이 그 분리선이다.

안타깝게도 앨범을 못 낸 강태환 트리오는 선생에게 어떤 한계를 자각케 했던 것 같다. 88올림픽 이후 마침 일본쪽에서 그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기 시작했고, 그 역시 두 번째 파트너가 필요했다. 구스타보 아길라, 리차드 마우러 등 미국쪽 뮤직션들이 주축이 된 퓨전 월드 뮤직 그룹의 타악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1993년 음대 출신의 뜻 맞는 사람들과 만들어 활동했던 타악 그룹 '몰이모리'의 뒤를 잇는 작업이었다. 25년째 한국 고유의 타악기를 중심으로 해오고 있던 작업이 과연 얼마만큼 보편적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풀고 싶은 욕심이 컸다.

당시 게스트로 초청한 사람이 강태환 선생이다. 타악 주자 3명이라는 단순한 편성의 한계를 극복하게 할 사람으로 그들은 미국의 색소폰 주자 웨인 쇼터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빠쁜 데다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지라 내가 미국측에 "한국에도 대단한 사람이 있다. 쇼터보다 위대하다"고 말했다. 사흘간 대학로 한 지하 극장에서 이뤄졌던 ' Zen Din' 무대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그 이름은 선(禪)적 명상의 음악에서 노이즈 뮤직까지 다 포괄한다는 뜻이다. 나로서는 우리 전통 악기와 장단에서 세계적 보편성을 추출해 나만의 월드 퓨전에 도달한다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의 일부였다.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의 공연에서 자신감을 얻은 우리 셋은 1달 뒤 미국 투어를 떠났다. 내가 아시아쪽의, 구스타보가 미국쪽의 프로모터로 나선다는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잡아 뒀다. 그러던 중 강 선생에게서 미국에 있던 나에게 전화가 왔다. "타악 말고 자유 즉흥을 경험해 보라"는 제안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가르침이었다.

나와 상의도 않고 공연까지 잡아뒀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선생에게 강하게 끌린 터라 나는 '강태환 - 박재천 프리 뮤직 듀오' 라 이름 붙여진 무대를 대구와 영천에서 만들어 갔다. 사전 약속이라곤 전혀 없었다. '듀오 20분 - 강태환 20분 - 나 20분 -마지막 듀오 20분'이라는 형식으로 진행된 무대였다.

2001년 이후 형태는 좀 달라졌다. 사전에 아무 약속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해 번갈아 나오는 형태가 아니라, 서로의 어떤 요구라도 따르는 무대였다. 심지어 바닥에 앉아 있다 그냥 끝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즉흥은 할 때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뻔뻔하기도 하다 싶다.

연주에 취해 있다 보면 무대 밖으로 나가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 때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 무례하다기보다 '깡'이 셌다고 하고 싶다. 당연히 객석의 반응은 썰렁했다. 확실한 적자 무대였다. 그러나 공연장측으로는 이런 사람의 음악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었다. 강 선생의 반응이란 "심적 부담은 갖지 말라. 아, 재미있는 일 아닌가" 정도였다. 그 사건은 강태환을 새롭게 보는 출발점이었다.

그에게 관심을 두는 자는 결코 다수는 아니지만 항상 있었다. 왜 그럴까?. 재즈란 것의 근원을 생각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사실 선생에게는 도대체 재즈란 음악 현상의 본질이 뭔지 문제를 부단히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다. 내가 물으면 답은 이랬다. "외형적으로는 스윙과 즉흥(improvisation)이다. 그러나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 흑인들에게 영혼의 구원을 위한 길이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내면을 말하는 대목 같지만 실은 음악적으로 의미 심장한 대목이다. 문제는 영혼의 구원인 것이다.

스윙감은 흑인들만이 아는, 그들의 고유 영역이다. 우리에겐 이해의 문제 이상을 넘을 수 없다. 스윙의 그러한 본질을 깨닫는다면 우리가 굳이 흑인 음악을 하는 것처럼 보일 필요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즉흥의 영역이다. 그 영역을 확장, 심화하는 길이 주어진다는 것이라는 강조다. 그 말대로 선생은 즉흥의 영역을 무한 확장했을 뿐이다. 논리적으로 스윙을 이해한 뒤, 그 본질을 즉흥의 영역에서 실현시키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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