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걸린 소가 1996년 5월 3일 영국에서 도살됐다.

광우병은 4세 안팎인 소에서 주로 발생하는 우해면양뇌증으로 미친 소처럼 행동하다 죽는 전염성 뇌질환이다. 광우병이 사람에게 옮을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영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광우병 소를 도살할 수밖에 없었다.

광우병에 대한 징조는 1986년부터 드러났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난폭해져 날뛰다 부들부들 떨더니 쓰러졌다. 광우병으로 죽은 소를 부검한 결과 스펀지에 구멍이 난 것처럼 뇌 조직에 구멍이 뚫렸다. 처음 보는 증상에 당황했지만 영국 보건 당국은 '문제는 머리에 있으니 고기는 상관이 없다'는 자세를 보였다. 그래서 쇠고기 섭취는 줄어들지 않았다.

영국 농림부 존 검머 장관은 1990년 딸과 함께 TV에 출연해 햄버거를 먹으며 "광우병이 사람에게 옮긴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영국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다 치매에 걸려 죽는 환자가 생겼다. 증상으로 볼 때 노인병으로 알려진 크로이펠트 야콥병(CJD)이 분명한데 사망자는 20~30대 청년과 농부들이었다. 이들은 광우병이 발생한 지역에서 생산된 쇠고기를 10년 이상 먹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광우병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속출하자 영국 정부는 1996년 3월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돼 변형 크로이츠펠트야곱병(vCJD)을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간 광우병은 정신 착란과 시력 상실, 중풍을 일으킨다. 잠복기는 10~40년으로 길지만 발병하면 1년 이내에 사망한다. 초식동물인 소에 동물성 사료를 먹인 대가는 혹독했다.

광우병은 2008년 한국을 발칵 뒤집었다. 한ㆍ미 쇠고기 2차 협상이 체결되자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산 소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시위가 열렸다. 한국을 뒤흔들었던 광우병 문제는 4년 만에 또다시 불거졌다. 미국 농무부가 24일 광우병에 걸린 소를 발견했다고 밝히자 인간 광우병에 대한 공포와 미국산 소에 대한 거부감이 치솟고 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