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진영의 대선주자들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고리로 박 위원장에 대한 공격에 나서는 것은 예상됐던 일인데다 정당 정치에서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때문에 친박과 비박간 대립은 시기가 조금 빠른 점은 있으나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문제는 친박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다.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비박 주자들이 연합 작전을 펴면서 파상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무난히 막아내면서 민주통합당 등 야권의 예상되는 공격 포인트에 대한 방어책을 준비하기도 바쁜 시점이다. 더구나 장외에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돌파책 강구에도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그런데 외부도 아니고 자신이 가장 믿고 있던 친박 내부에서 권력 투쟁 양상이 감지되자 박 위원장 심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려 7분간 격정을 토로한 데 이어 26일에는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두문불출 했다. 새누리당 내부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총선 승리의 기쁨도 정말 잠시 뿐, 박 위원장이 넘어야 할 또 다른 산들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친박 내부의 권력 투쟁
실제 원내대표로 거론됐던 의원과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서강대 경제학과와 신문방송학과 출신이고, 박 위원장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장 김광두 교수와 전 비대위원은 서강대 교수 출신이다.
하지만 숫자상으로 미미한 서강대 출신보다 실세 그룹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 연세대 출신들이다. 공천을 주도했다고 당 안팎의 눈총을 받고 있는 의원(경제학과)과 현기환 의원(행정학과), 박 위원장 비서실장 출신 유정복 의원(정외과),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태환 의원(정외과)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최 의원이 공천 과정에서 입김을 발휘하면서 18대 총선 때 공천을 주도한 의원을 빗대 '최재오'란 지적까지 받다 보니 이들 그룹에 대한 시선이 더욱 따갑다.
현재 최 의원의 반대 진영에서는 제수 성추행 논란과 박사학위 논문 표절로 탈당한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의 공천과 사태 수습 과정에 최 의원이 깊숙이 개입해 오히려 화(禍)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최 의원은 음해라고 펄쩍 뛰고 있다.
의원은 최근 "박 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해 판단에 문제가 있다. 박 위원장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서 '박 위원장과 대화할 때 한계를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이어 "(앞으로) 박 위원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도울 기회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쓴소리를 하니 박 위원장도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했다.
의원도 "박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느냐는 게 제 짐작"이라고 했다.
전 비대위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박 위원장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라고 하는 사람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둥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다"며 "그 사람( 의원)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경제민주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박계 핵심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당내에서는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이나 공감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박 위원장이 우려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당내 분열 박 위원장 호통
당장 비박 진영과 쇄신파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몽준 전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지명직 대표라는 낙인을 찍으려고 한다. 특정인의 그늘에 가려 새누리당이 독립성과 생명력을 잃어간다면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의원도 "이 같은 설(說)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고 가세했다.
김정권 권영진 의원 등 쇄신파 사이에서는 전당대회 보이콧 주장까지 나왔다.
논란이 확대되자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원내대표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당내 불만이 완전히 수그러든 것은 아니다.
참고 있던 박 위원장이 나섰다. 그는 친박들의 패권 다툼과 당 지도부 내정 논란과 관련, "또 한번 잘못하면 우리 당은 자멸의 길로 간다"며 "총선이 끝난 지 얼마라고 왜곡된 이야기가 당 안에 떠돌아다니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면 또 한번 심판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단단히 화를 냈다. 내부를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 박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우회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한 의원에게는 자세한 해명을 듣고 일단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더 강도가 센 발언을 한 유 의원과는 별반 접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 리더십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비박주자들의 공격
총선이 끝나니 내부 분열, 이어 내부 갈등을 어느 정도 일단락 짓고 나니 이번엔 비박 진영의 주자들이 일제히 박 위원장을 향해 칼을 겨누고 나섰다. 특히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지사 진영이 박 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파상 공세를 벌이고 있다.
김 지사 측근인 차명진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박 위원장을 겨냥, "2002년 대선 경선 당시에도 이회창 당시 총재 중심의 경선 방식에 반발해 탈당한 사람이 박 위원장"이라고 직격했다. 김 지사는 아예 "2002년 당시 국민 경선을 주장하던 박 위원장을 만나 여러 번 탈당을 만류했었다"면서 "그러나 나는 박 위원장처럼 경선 룰 때문에 탈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정몽준 전 대표와 의원도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박 위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당연히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 완전국민경선제를 실시하려면 야권과 함께 선거법 개정에 나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점을 들어 현행 룰과 완전국민경선제의 중간 지점 정도로 타협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 선거인단을 확대하거나 여론조사 비율이나 방식 등을 달리하면서 국민 시선을 끌 수 있는 쪽으로 룰을 변경하자는 의견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되고 있다.
현재는 3인의 비박 주자들의 공세가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막상 경선과정에 돌입하면 이들 삼각편대의 공격은 더욱 불을 뿜을 전망이다. 박 위원장이 승패를 떠나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도 있다. 더구나 장외의 또 다른 비박주자인 정운찬 전 총리도 대놓고 박 위원장을 비판한 적이 있다. 정 전 총리도 어떤 형태로든 박 위원장 비판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전문가는 "약간의 룰 변경은 물론 완전국민경선제가 실시되더라도 박 위원장의 대세론을 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 라면서 "때문에 약간의 부상을 입더라도 흥행을 택하느냐, 5년 전 뼈아팠던 기억을 상기하며 편한 길로 가느냐 하는 박 위원장의 선택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잠깐 앞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결국 다음달 지도부가 정해지더라도 당내 핵심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 내부 인사들의 불만은 커질 것이 분명하다. 국민에게는 박 위원장 리더십의 문제로 지적될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야권 및 장외에서도 박 위원장을 겨냥한 위협적인 공격이 점점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내부 분열상을 봉합하고 같은 당 주자들의 공세를 피해가면서 외부의 위협적 공격을 제압해야 할 위치에 처한 것이 박 위원장이다. 대선으로 향한 길은 너무나 멀고 험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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