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체제 '변화의 바람' 부나경제통 전면 배치 '먹고사는' 문제 해결 전력남, 북과 '경협 '통해 관계 개선 좋은 기회

주간한국> 1월9일 자, 2406호 12면
요즘 북한의 대외ㆍ대남 행보를 보면 강성대국의 위용을 재확인하고, 남한을 뒤흔들 행동에 나설 듯한 강공 태세다.

북한은 지난 13일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 발사 실패 이후 제3차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며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남한을 향해서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가 23일 '통고'에서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운운하는 등 금방이라도 공격할 듯한 태도를 취했다.

외견상 한반도에 난기류가 형성돼 있고 남북관계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놀라운 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 안착을 위한 발걸음이 분주하고, '먹고 사는'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열린 북한 당 대표자회에서 드러난 인사 개편은 상징적인 시발점이다.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당 비서의 약진이다. 그는 대표자회를 통해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됐다. 총정치국은 군 간부들에 대한 인사와 생활을 통제하는 핵심조직으로 '군부 안의 당'으로 불린다. 이로써 최 비서는 당과 군의 주요 보직을 맡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측근 실세로 떠올랐다.

<주간한국>은 김정일 사망 직후인 4개월여 전, "'경제통' 뜨고 막후로"라는 제하의 기사(1월9일 자, 2406호)에서 국방위 부위원장과 '경제통'인 당 비서가 김정은 체제의 기틀을 다지는 중심축이 될 것이며, 부위원장은 막후에서 전체를 조율하고 비서가 전면에 나서 북한을 변화시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부위원장이 당과 군에 자신의 사람들을 배치해 취약한 김정은 체제를 안정화시키면서 '먹고 사는'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북한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분석했다.

장성택
실제 당 대표자대회를 전후한 북한의 변신, 특히 김정은 체제로의 가속화는 <주간한국>의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 즉 이른바 ' 사람들'이 대거 당과 군에 포진하면서 '경제'에 올인하기 위한 채비를 다지고 있다.

남한의 국가정보원장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장에는 25년 만에 부위원장의 직계로 알려진 김원홍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이 임명됐다. 우리의 경찰청장과 같은 인민보안부장에는 장 부위원장의 측근인 이명수 상장이 유임됐다. 이명수 상장은 당 정치국 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 외에 군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이영호 참모총장 역시 장 부위원장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 당과 군이 명실상부하게 장 부위원장의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장 부위원장의 부인이자 김정은 1비서의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당 비서로 승진한 것 외에 박종주 전 내각 총리가 당 부장으로 승진한 것도 장 부위원장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경제통'인 당 비서가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것은 두 가지 의미로 읽힌다. 우선 최 총정치국장이 인사권을 가진 만큼 당과 군의 인사를 통해 북한 체제의 중심축을 '김정은--'의 틀로 바꾸고, 이어서 '경제'에 최우선 비중을 두는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 부위원장과 최 총정치국장은 김일성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특히 최 총정치국장은 30대 때 김일성 주석 앞에서 개혁ㆍ개방을 주장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화폐개혁의 폐해를 직언할 정도로 강단 있는 인물로 평이 나 있다.

최룡해
김정은 제1비서는 자본주의적 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경제개혁을 촉구했는가 하면,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는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고, 사회주의 풍요와 부를 맘껏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당 대표자회 이후 경제 회생에 전력할 것으로 보이는 징후들이다.

북한과 오랜 무역으로 그곳 내부 사정에 밝은 베이징의 한 무역상은 "김정일 위원장 사후 을 중심으로 가 전면에 나서 '경제'에 주력할 것"이라며 "남한이 '경협'을 통해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대남 강공 태세가 걸림돌이라는 물음에는 "그것은 북한의 독특한 대화방식일뿐이다"며 "정치가 개입되지 않은 '경협'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고 보면 최근 MB 정부의 대북 강경 태도는 북한의 외견상 나타난 도발에 대응한 측면이 있다. 북한 전문가들 중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통일부 통일정책 최고위과정 특강에서 북한에 '농지개혁'을 촉구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앞서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대통령이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에선 농지가 아니라 농지를 개간할 호미나 쟁기 등 장비가 필요하고, 너무 산성화된 농지를 바꿀 퇴비가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북한의 체제 변화가 점차 뚜렷해지는 만큼 우리 정부의 현명한 대처와 해법 찾기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