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들이 모나코 중앙역인 몬테카를로 역에 도착할 즈음이면 설렘 지수는 치솟는다. 모나코의 강렬한 첫 인상은 흰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모나코항 풍경이다. 항구 주변은 세금을 피해 모나코로 이사 온 부호들의 값비싼 요트가 빼곡하게 정박해 있다. 왕궁이 들어선 모나코 빌에서 내려다 보면 모나코항을 기점으로 하얀 요트들과 언덕을 가득 채운 부띠크 빌라들이 촘촘히 늘어선 형국이다. 항구에서 시작된 은빛물결은 짙푸른 지중해로 끝없이 이어진다. 지중해를 오가는 수만톤급 크루즈들이 기항지로 반드시 들리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이곳 모나코이기도 하다.
그레이스 켈리의 사연이 서린 언덕
모나코항에서는 호화로운 요트만 기웃거려도 흥미롭다. 좁은 땅덩이의 모나코에 공항은 없지만 니스 공항에서 모나코의 퐁피에유 비행장까지 헬기로 픽업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런 호사스러움 반면에 역과 도심을 잇는 거리에 한가롭게 꼬마열차가 다니는 모습은 생경한 풍경이다.
모나코의 어느 골목을 서성거리든 왕궁이 들어선 절벽 위 모나코 빌은 웅장한 성채의 모습으로 다가선다. 이곳에는 헤라클레스가 지나간 자리에 신전을 세운 곳이 모나코빌이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왕궁앞 광장에는 1297년 수도승으로 위장해 모나코를 탈환했던 프랑소와 그리말디의 동상이 들어서 있다. 정오쯤 열리는 위병 교대식은 모나코의 인기 높은 이벤트 중 하나다.
항구에서 열리는 포뮬러-1 대회
모나코빌에서 내려서는 길은 단아하다. 반대쪽의 투박한 절벽과 달리 아기자기한 골목들이 늘어서 있다. 지중해풍의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도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골목에서는 그레이스 켈리가 새겨진 우표도 판매된다. 작다는 특별함은 모나코의 우표문화가 발달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모나코에서 부치는 엽서 한 장은 여행자들에게 꽤 인기가 높은 편이다.
모나코는 매년 봄이면 F-1(포뮬러 1) 대회로 떠들썩해진다. 이곳 F-1은 다른 나라처럼 전용 경기장에서 열리는 게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 펼쳐지는 게 특이하다. 천연 경사에 만든 급커브 길을 이용하기에 박진감이 넘친다. 평상시 휴양온 차들이 한가롭게 오가는 길이 시즌만 되면 쾌속 레이싱의 현장으로 변하는 구조다. 경주로 바로 앞이 모나코 항구고 또 지중해다.
F-1 경기를 위해 항구 일대는 2,3개월 전부터 단장에 분주하다. 길 곳곳에 차양막이 설치되고 플래카드가 내걸리며 우회로를 만든다. 3000여석의 관중석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빌라 옥상이나 테라스에 별도의 좌석이 마련되기도 한다. 발코니에 앉아 맥주 한잔 즐기며 경주를 관람할 수 있는데 테라스에 입장할때도 F-1 기간 만큼은 정식 입장료 못지않은 요금을 받는다.
모나코에서는 프랑스 에즈 정원의 모티브가 된 열대 정원, 그레이스 켈리의 장미 공원, 라흐보또 해변 등이 소소하게 둘러볼 만한 곳이다. 지중해의 바람이 닿는 해안가만 거닐어도 모나코의 이국정인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여행팁
가는길=모나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프랑스 니스에서 열차를 타고 가는 게 일반적이다. 니스에서 몬테 카를로 역까지는 20분 소요. 가는 길 창밖 지중해 풍경이 꽤 인상적이다. 니스에서 버스로도 40분이면 닿는다. 주요 볼거리는 역을 중심으로 걸어서도 둘러볼 수 있다. 왕궁, 카지노, 항구 등을 운행하는 꼬마열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기타정보=모나코 가는길에 해안마을 에즈에 들려도 좋다. 니체가 걸었다는 언덕위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모나코의 카지노나 궁전 등은 슬리퍼 차림으로는 출입이 제한된다. 왕궁 내부도 촬영이 금지돼 있다. 경사가 심한 지형에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있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모나코는 술에 대해 면세다. 와인, 양주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