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불똥튈까" 전전긍긍 '종북노선'도 큰 부담
당분간 관망상태 유지 '젊은층 이탈'엔 우려

새누리당
당내 분열 노출될때 진보당사태 터져
속으로 반기는 눈치 '지지자 흡수'도 기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이 정치권 전체의 지각 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들의 막무가내식 행태가 철저하게 언론에 노출되자 이에 대한 사회 각계의 비판이 상상 외로 크게 쏟아지고 있어서다.

물론 통합진보당을 겨냥한 비판은 정당 내부의 당권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불똥은 후보단일화를 이루며 4ㆍ11 총선에 파트너로 참여했던 민주통합당을 포함한 야권 전체로 튀고 있다. '이처럼 억지스런 정당과 공조한 정당에게 어떻게 지지를 보낼 수 있느냐' 하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진보당에 적지 않은 지지를 보내왔던 젊은층의 허탈감이 큰 만큼 민주당은 이들의 이탈을 염려하고 있다.

더구나 통합진보당의 정책이 지나치게 진보적인 데다 구성원 면면이 종북주의와 주사파와 연계돼 있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도매금으로 친북 정당으로 비쳐질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명암도 극도로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여권 주자들은 더 없는 호재를 반기는 눈치다. 야권 공조가 흔들리면서 민주당 주자들도 함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젊은층의 야권 지지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점도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다.

야권 주자들은 각자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이번 사태의 후유증 강도가 조금씩 다르다. 통합진보당을 껴안고 가야 대선에서 비(非) 새누리당 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용이한 측면은 있지만 지금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면 과연 함께 가는 게 유리한지 분간이 쉽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 민주당 내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앞서 있는 문재인 상임고문의 고민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또 야권연대를 적극 추진했던 한명숙 전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이를 지지했던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고문 등도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대적으로 김두관 경남지사는 이 같은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있다는 점에서 조금 나은 편이다.

장외에 머물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번 파문이 그다지 나쁠 게 없다. 야권 전체가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이라면 비 새누리당 지지층이 자신에게 쏠릴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여당 주자 중 가장 앞서 있는 박근혜 위원장이 가장 큰 수혜자라고 볼 수 있고, 안 원장의 경우 야권 주자로 옹립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문 고문 등 민주당 주자들은 좌불안석(坐不安席)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의에서 공동대표와 운영위원들이 부정선거 진상조사결과에 따른 특별위원회 구성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야권연대 계속하나" 고민

민주당의 고민은 통합진보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있다. 19대 국회에서 야권이 공조해야 대여(對與) 공격에 효과를 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민 시선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이념적으로 친북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데다 '나만 옳고 남은 틀리다'는 비타협성, 목적을 위해서는 부정 선거라는 수단도 동원하는 비민주성, 여기에 드러난 부정마저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억지 주장을 펴는 정당과 손을 잡다가는 자칫 같은 수준의 정치 후진적 정당으로 비쳐질 수 있다.

특히 주한미군 철수와 종속적 한미동맹 해체 등 통합진보당의 지나치게 진보적인 정책 방향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 정책 합의 과정에서 상당부분 통합진보당 쪽의 의견을 수용한 바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등도 야권공조 정책 합의문에 올렸다.

이런 이유에서 차제에 통합진보당과 절연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다. 안규백 의원은 "통합진보당은 이미 도덕적 기반을 상실해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며 "연대를 계속하면 중도세력을 끌어안아야 할 대선 전략에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전시회에 참석한 내외빈(오른쪽부터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 문성근 대표, 통합진보당 심상정 대표, 이해찬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비공개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
노웅래 당선자도 "종북주의와 같이 갈 수 있는가"라면서 "이번에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통합진보당을 급진적인 진보정당으로 이미지화하면서 떼어버려야 민주당이 국민 눈에 더욱 중도 정당으로 비칠 수 있다는 논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겼을 때에도 진보 진영에서는 권영길 후보가 출마했었다. 그럼에도 중간 지대의 적잖은 유권자들이 김대중 노무현 두 후보를 선택했기에 집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보당과 계속 손을 잡을 경우 비 새누리당 지지층 결집은 가능하겠지만 오히려 중간 지대의 상당수가 새누리당 쪽으로 넘어갈 것이 우려된다. 이번 총선에서도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후보를 껴안고 가다가 중간 지대 유권자가 돌아선 것과 같은 맥락에서 진보당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잡은 손을 놓아버린다면 자칫 치명적인 자해행위가 될 수도 있다. 대선이 3자구도로 치러지면 새누리당 후보에게 뒤질 가능성이 크다.

우윤근 의원은 "통합진보당이 현재로선 안고 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라면서도 "(그러나) 강한 수구 보수세력과 상대하려면 야권연대는 어떤 경우라도 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여기엔 이번 통합진보당 파문이 조기에 수습되면서 당권파들의 사퇴나 퇴출로 이어진다면 건전한 진보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경우를 대비해 느슨한 연대의 끈은 계속 잡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통합진보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이렇게 민감한 부분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통합진보당 문제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안타깝다"며 "당내에서도 이와 관련한 얘기는 조심하라고 지시를 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추이를 지켜보면서 당분간 이에 대한 언급 자체를 삼가자는 것이다.

입 가리고 웃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총선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김형태 당선자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 표절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또 이를 즉각 처리하지 못해 야권에게 공격의 빌미를 준 데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 내부의 분열상마저 노출시켰다. 이런 와중에 통합진보당 사태가 터졌으니 새누리당은 이번 일이 여간 반갑지 않을 리가 없다. 비록 원내대표 경선(9일)과 전당대회(15일)의 흥행이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지만 그런 점을 따질 계제가 아닌 것이다.

일단 야권공조가 흔들리게 된 점이 가장 큰 이득이다.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그간 제기됐던 여권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추궁을 본격 시작하려 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문제, 중앙선관위원회에 대한 디도스 공격,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이 대통령의 측근 비리 의혹과 이상득 의원 등 친인척 비리 의혹 등에 대한 불을 뿜는 공세가 이어질 상황이었다.

물론 이 부분은 19대 국회에서 청문회나 특검 도입 등의 절차를 밟아 어느 정도 진행되겠지만 견고한 공조를 통한 야권의 파상적인 공격은 상당 부분 기가 꺾일 전망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실망감을 느낀 계층 중 일정 부분이 새누리당 쪽으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상당한 수확이다. 야권연대를 응원했던 유권자 층의 일부는 분명 '이 같은 정당들에게 표를 줄 수 없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한 새누리당으로 돌아서지 않고 정치 무관심층으로 남아있더라도 상대적으로 여당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선을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물론 7개월이나 남아있어 그 안에 또 어떤 새로운 변수들이 터질지는 모르나 통합진보당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벗겨지면서 같은 진보진영에서도 비난할 정도의 반칙 플레이가 드러난 이상 이런 이미지의 훼손이 쉽게 복원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선에서 야권단일 후보가 나서든 3자구도가 되든 간에 탄탄한 야권 공조의 위용은 과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근혜 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주자들은 앞으로도 통합진보당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생각지 못한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에 별다른 언급 없이 야권의 자중지란을 즐길 것이 분명하다. 박 위원장의 여당 후보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 대통령'으로서의 가능성이 미세하나마 커졌다는 관측이다.

안철수 교수도 야권주자로서의 옹립은 수월해졌으나 머지않아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견해를 밝혀야 할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어떤 선택을 안 원장이 하느냐에 따라 중간지대에서 방향을 잃은 일부 유권자층을 대거 흡수하거나 아니면 아예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민주당 주자들의 고민은 크다. 가장 좋은 방법은 통합진보당이 빠른 시일 내 정상화를 이뤄 19대 국회에서 함께 대여 공격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선레이스에서 탄탄한 공조로 야권 단일 후보를 내 새누리당을 꺾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쉽게 끼워질 것 같지가 않은 것이 걱정이다.

이 와중에 통합진보당과의 절연을 선언하면서 건전한 야당으로 홀로서기를 주창하는 주자가 있으면 오히려 조명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총선에서의 패배와 '이해찬-박지원'역할 분담론에 힘을 실었다는 이유로 지지율이 주춤한 문재인 고문이 이 같은 선택을 한다면 다시 유권자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서게 될지도 모른다. 지지율 정체에 시달리는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고문도 마찬가지다. 특히 김두관 경남지사가 이같이 치고 나올 경우 신선감이 더욱 배가될 수도 있다.

만일 반대로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강화를 주장하고 나선다면 앞일은 예측 불허다. 곡절 끝에 비 새누리당 지지층을 모두 흡수해 대권을 움켜 줄 수도 있고,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해 중도 탈락하는 비운의 주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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