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공격' 나선 새누리 대선후보들김문수·임태희·이재오 '포문' 지지부진한 지지율 올리고 박 집권시 불이익 우려미리 '발목잡기' 분석도… 당분간 신경전 계속될 듯

지난해 12월 여·야 대표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색한 표정으로 서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가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무려 7~8명의 예비 주자들이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뜻을 밝혔거나 출마를 고려중에 있다.

지난 10일 친이계 좌장인 의원이 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등 비박(非朴) 진영의 '빅3'가 모두 대선 경선전에 본격 뛰어들게 됐다.

그에 앞서 전 대통령실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데다 김태호 의원(전 경남지사)도 곧 대선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고, 정운찬 전 총리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새누리당의 대선 예비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 안팎에선 박근혜 위원장과 여타 주자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서 대선 후보 경선이 무의미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비박' 후보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지사 측은 "4.11 총선 결과가 표면적으로는 '박근혜 승리'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박근혜 한계론'이 명확히 드러난 선거였다"면서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수도권에서 야당에 패배함으로써 대선 본 게임에서 박 위원장으로는 야권 단일후보를 꺽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정몽준 전 대표는 대선 출마 회견에서 박 위원장의 당 운영에 비판을 가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했고, 의원은 대선 출사표에서 박 위원장의 득표력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 '비박' 3인방은 '수도권 후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결같이 대선 후보 경선에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하며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

박 위원장 측은 비박 후보들이 1∼2%대에 불과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박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보고 있고, 다수의 정치 평론가들은 '박근혜 대세론'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대선 레이스의 또 다른 변수로 이명박(MB) 대통령을 꼽는다. MB의 국정운영, 또는 MB와 박근혜 위원장의 관계 정립에 따라 박 위원장의 '독주'가 영향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박 위원장에 맞서 잇따라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잠룡들의 배후에 MB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지사의 경우 4ㆍ11 총선이 사실상 박근혜 위원장의 승리로 귀결되면서 대선 출마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김 지사가 느닷없이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데는 MB측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여권의 유력한 '킹 메이커'로 점쳐지던 의원이 '킹'을 자처하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전 대통령실장의 대선 경선 출마는 결정적으로 'MB 배후설'을 촉발시켰다. 임 전 실장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비서실장을 지냈고 현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장을 지낸 대표적인 'MB맨'이다. 임 전 실장이 출마 회견에서 "박 위원장은 대선 출마를 안하고 킹 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가장 필요하다"며 강하게 박 위원장을 공격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MB의 의중이 실린 것이라고 해석한다.

임태희
이는 공천 과정에 피해를 본 친이계의 집단 탈당을 막아 4ㆍ11 총선 승리를 돕고, 박 위원장을 '유능한 정치인'으로 칭찬하던 MB 모습과는 사뭇 달라 해석이 분분하다.

그간 MB와 박 위원장은 자신들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대립과 협조를 반복해왔다. 두 사람은 18대 총선공천과 세종시 수정안 등을 놓고는 정면충돌했지만, MB정권 성공을 위해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때문에 최근 MB 측의 반(反) 박 위원장 행보를 두고 일부 정치 전문가는 MB 측이 임기 후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박 위원장 측에게 친이계를 내치고, 보수분열을 초래해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MB 측근 비리에서 나타나듯 '약점'이 많은 MB 측이 '원칙주의자'인 박 위원장이 집권할 경우 크게 불이익을 볼 것을 우려해 미리 '발목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 잠룡들이 사당화 논란이나 경선 룰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 유신 독재와 정수장학회 등 박 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선 것도 그러한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 측은 같은 당 대선 경선 출마자들의 행태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면서 MB의 의중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전 실장의 '킹 메이커' 발언에 대해 "MB의 아바타"라며 강도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친박계 내부에선 MB와의 차별화를 가속화 하자는 입장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대선 승리를 위해 '타협'에 나서자는 입장도 있다. 박 위원장은 침묵을 유지하며 관망중이라고 한다.

이재오
오는 8월 경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까지 박 위원장과 MB 측의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불과 7개월을 남겨둔 대선까지 두 사람이 이러한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관계를 유지해 갈지 정치권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