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선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남다른 연두색 시로코(Sirocco)는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스포츠 쿠페다. 압도적인 존재감이 최대 강점이어서 존재감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싶다면 시로코를 권하고 싶다. 또 문짝이 두 개 달린 아담한 스포츠 해치백이라는 점에서 싱글들에게 최적이다. 1974년 처음 출시 이후 38년간 전 세계에 80만대가 팔린 베스트 셀링 모델이다.

시로코 R-라인의 경우 실내 디자인을 위해 썬루프를 제외시킨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뒷자리는 문짝 네 개가 달려도 괜찮을 정도로 좁지 않다.

아래로 바짝 엎드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시로코는 가로로 길게 늘어진 수평라인 디자인과, 날렵함을 느끼게 만드는 스타일에서 모델의 성격을 대변해준다. 마치 스포츠카가 갖춰야 할 조건을 만족시킨 근육질의 '미스터 코리아' 같은 느낌이다.

엔진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골프 GTD와 비교하면 85㎜ 낮고(1,395㎜), 폭은 35㎜ 넓어(1,820㎜) 차체로는 날카롭고 공격적인 모습을 안겨준다. 금방이라도 쏜살같이 튀어나갈 듯한 포스가 느껴질 정도.

이처럼 낮고 아담한 차체에 비해 커 보이는 19인치 루가노(Lugano) 알로이 휠은 시로코를 당당한 모습으로 변신시켜 준다.

반면, 실내는 단순하고 투박한 골프와 다를 바 없다. 고급스러움은 핸들에서만 느껴질 뿐 단순함에 실용성이 강조된 인테리어다.

시로코 R-라인은 커먼레일 디젤 직분사 2.0리터 TDI 심장과 6단 DSG(Direct Shift Gearbox)변속기와 궁합을 이뤄 매끄럽고 빠르게 빈틈없는 변속 타이밍을 이어간다. 시원시원하게 오르내리는 rpm(엔진회전 수) 바늘의 움직임과 허스키한 배기음까지 더해, 눈과 귀를 자극한 운전의 재미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운전 스타일이 차분한 사람도 핸들만 잡으면 '날쌘돌이 시로코'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이 차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15.4㎞다. (도심 연비 13.6㎞/L, 고속도로연비 18.3㎞/L)

rpm 바늘을 끌어올려 속도를 높이자 가솔린 엔진과 다른 독특한 배기음 멜로디에 빠져든다. 머리 속 깊이 박힌 디젤 심장의 편견도 시로코 R-라인 앞에선 말끔히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1,750~2500rpm의 낮은 영역에서 발휘되는 35.7㎏∙m의 최대토크와 170마력(4,200rpm)의 최고출력은 숫자에 불과한 수치. 몸으로 받아지는 펀치력은 수치를 훨씬 앞서는 느낌이다. 시속 160㎞이상 달려야 속도감이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이다. 제로백 가속 성능은 8.1초.

낮은 차체와 단단한 서스펜션을 비롯해 R-라인 로고가 새겨진 핸들과 버킷타입 비엔나 가죽시트까지. 스포츠카가 갖춰야 할 조건을 모두 갖췄다.

몸을 사리는 시로코의 핸들링은 저중심 차체 설계와 차체자세 제어시스템인 ESC에 추가된 전자식 디퍼렌셜 록(XDS)으로 차체를 보호한다. 이는 고속 코너링 시 마찰력이 낮은 안쪽 앞 타이어에 제동을 걸어 접지력을 높혀 언더스티어 현상을 방지해주는 장치다. 시로코 R-라인의 핸들링에선 순간 '내 운전 실력이 급 상승한 건 아닌가?'라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겠다.

시승기간에 달린 거리는 시내주행 약 300㎞를 비롯해 고속주행 700㎞이상으로 총 1,001㎞. 파워풀한 주행에도 불구하고 평균연비는 13.4㎞를 기록했다. 시로코 R-라인의 국내 판매가격은 4,220만원이다.



글∙사진=임재범기자 happyy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