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그라피 베이의 곶과 곶을 잇는 트레킹‘케이프 투 케이프 투어’는 걷기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호주 서남부는 이방인들에게는 낯선 땅이다. 시드니, 브리즈번 등 동부해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지리적, 감성적으로 멀다. 서호주의 주도인 퍼스를 수식하는 말조차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로 외로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하지만 도시의 남쪽, 비밀스러운 땅과 해변에서는 에코투어의 천국이 열린다. 서호주의 지오그라피 베이 일대는 퍼스에서 남쪽으로 2시간이면 닿는 거리다. 버셀턴, 얄링업 등이 지오그라피 베이가 품은 작고 매력 넘치는 도시들이다. 규모는 앙증맞지만 이 해변마을들은 서핑, , 바다표범 구경, 해변 숲 트레킹의 아지트로 사랑 받는 곳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 서핑을 즐기다가도 해질녘이면 와이너리에 앉아 레드와인 한잔 즐기는 꿈의 낭만이 이곳에서는 현실이 된다.

150여개 들어선 와이너리

혹 와이너리 잔디밭에 누워 영화를 감상해 본 적이 있는지. 와인으로 명성을 떨치는 지역들은 대부분 를 갖추고 있다. 다양한 빈티지와 떼루와의 와인을 즐기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이다. 연중 따뜻한 바람이 부는 호주 서남부 일대는 호주 내에서도 마을 단위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마가렛 리버를 중심으로 늘어선 소규모 와이너리만 150여곳이 넘는다.

이곳 는 와인만 두루 마셔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에서 직접 만든 오르가닉 푸드, 초콜릿, 커피를 마시는 '신토불이'의 시간까지 곁들여진다. 투어의 마지막은 갤러리 등을 견학하며 입과 눈을 행복하게 채우는 것으로 꾸며진다.

와이너리 투어
여기에 감동을 더하는 이벤트는 해가 저문 뒤에 진행된다. '케이프 멘틀' 와이너리에서는 '와인과 함께 영화 한편'이라는 이색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입장객들은 담요와 편한 쿠션 등만 준비하면 된다. 와이너리에 들어선 청춘들은 와인과 먹을거리 등을 구입한 뒤 편안하게 잔디밭에 누워 달콤한 와인을 마시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포도밭이 어우러진 자연의 품에 안겨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다가 영화가 시작되면 노천 영화관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포즈로 영화를 감상하면 된다. 잠시 암전이 오면 밤하늘의 별과 풀벌레 소리가 그 여백을 채운다. 꼭 한번 경험할 만한 서호주의 이색 체험이다.

와인과 함께 한 지난 밤과는 달리, 낮에 펼쳐지는 서남부 호주의 세상은 역동적이다. 이 일대는 서핑 영화들의 숨겨진 헌팅 포인트가 된 서퍼들의 천국이다. 지오그라피 베이 일대를 론리플래닛에서 '꼭 가볼만한 10대 여행지'중 한 곳으로 꼽는 데는 해변들이 한 몫을 한다. 왼손, 오른손 잡이 서퍼들이 선호하는 해변들을 구분해 놓을 정도다. 서핑 마니아들이 찾아드는 에서 내려다보는 늦은 오후의 풍광은 평화롭고 아늑하다. 그 아늑한 바다에 거친 파도가 일고 서퍼들이 몸을 담근다.

이 일대의 해변들은 북적거림이란 없다. 대도시와 접한 유명 해변들과 달리 해변 곳곳이 사색을 위한 공간이다. 벙커베이, 슈가록 베이 등은 특이한 동굴 지형과 함께 오붓한 비치로 상념을 돕는다. 간혹 외딴 해변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과 마주칠 뿐이다.

서핑, 캠핑, 해변 트레킹

이런 고즈넉한 해변들을 쾌속보트를 타고 다가서서 엿볼 수도 있다. 지오그라피 베일 일대는 돌고래와 바다표범들의 오랜 서식지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에코투어를 진행한 노련한 뱃사람들은 돌고래 투어의 동행이 된다. 파도 위를 스치듯 질주하는 제트보트와 함께 해변을 누비다 보면 반쯤은 구릿빛 서퍼가 된 듯 착각에 빠진다.

서퍼스 포인트
최근에는 곶과 곶을 잇는 트레킹인 'cape to cape'라는 프로그램들이 걷기 여행자들에게 인기 높다. 네츄럴리스트 곶에서 리우윈 곶으로 이어지는 걷기 투어 루트는 총 140km로 서너시간 코스에서 꼬박 한 나절이 걸리는 코스까지 다양하다. 이 곶과 곶 트레킹은 호주의 걷고 싶은 길 '베스트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실제로 최고의 해변 전망 포인트들은 언덕 사이로 가늘게 이어진 낮은 관목 숲길 사이에 위치했다. 호주 서남부 일대에 서식한다는 수천종의 식물군락을 트레킹 도중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한데, 서호주에서만 발견되는 카리나무숲은 카메라 CF의 배경이 됐던 울창한 기세로 이방인들의 눈을 사로 잡는다.

이 밖에도 바다를 향해 2km나 뻗어 있는 버셀턴 제티는 남반구에서 가장 긴 제방으로 명성 높다. 제티 위로는 꼬마 열차가 다니는데 방파제 끝에 바닷속 생물들을 관람할 수 있는 해저 관망대도 갖추고 있다. 석회암 동굴의 진수를 엿볼수 있는 '느길기'동굴 역시 트레킹 도중 둘러볼만 하다.

지오그라피 베이 일대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분명 숨겨진 '또 다른 호주'다. 연중 내내 온화한 기후에 푸른 하늘과 친절한 사람들, 여기에 심장박동의 완급을 좌우하는 와인, 서핑 등의 이색 매력들이 덧씌워져 세상 끝자락에 다가서는 이방인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여행메모

가는길=서호주의 주도인 퍼스를 기점으로 육로로 이동하는게 일반적이다. 한국에서 경유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서남부 호주까지의 소요 시간은 호주의 동부 해안 도시와 별반 차이가 없다. 퍼스에서 얄링업,, 버셀턴까지는 승용차로 대략 2시간 30분이 걸린다.

2km나 이어진 버셀턴 제티
음식=이 일대는 와인이 수준급이다. 마을단위 와인은 현지에서만 판매하기에 시음 한뒤 현지 와이너리에서 곧바로 구입하는게 현명하다. 하비스트 투어(www.harvesttours.com.au)를 신청하면 와이너리를 둘러본뒤 현지에서 만든 초콜릿, 오르가닉 푸드 등을 맛보는 체험이 가능하다. '이글베이 브루잉'레스토랑에서는 다양한 홈메이드 생맥주를 시음할 수 있으며, 던스버그의 '사무드라'는 오르가닉 푸드도 맛보고 요가체험도 할수 있는 이색 레스토랑이다.

기타정보=서남부 호주 일대는 연중 기후가 온난해 계절에 큰 영향을 받지않고 여행하기에 좋다. 서호주 관광청(www.westernaustralia.com) 등을 통해 현지 기후 및 여행정보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호주의 전열기구는 한국과 달라 별도의 멀티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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