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전대표가 지난달 22일국회에서 열린 당선자총회에 참석해 앉아 있다.
● 문재인
'담쟁이 포럼' 발족… 각계인사 속속 집결
"친노 간판으로 결판" 지지율 답보가 걸림돌

● 김두관
내주 출판기념회 개최… 사실상 대선 출정식
'한국의 룰라' 슬로건 '본선 경쟁력' 강조 역점
● 안철수
일단 관망세 유지하며 강연정치 재개
"시기 됐다" 판단땐 언제든 뛰어들듯

부산ㆍ경남지역(PK) 야권 대선주자 3인방이 비상을 위한 날개 짓에 한창 힘 쏟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에 앞서 5월30일 대선 캠프 싱크탱크 격인 '담쟁이포럼'을 발족시킨 데 이어 김두관 경남지사가 7월1일 대선 출마 선언 방침을 시사하며 물밑에서 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장외의 고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5월30일 부산대를 시작으로 강연 정치를 재개하고 나섬으로써 PK 출신 3명의 대선주자가 본격적인 현대판 삼국지(三國志)를 써 내려갈 태세다.

그간 야권 주자는 대개 대주주 격인 호남 민심이 선택하는 경향이 짙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대선 후보가 됐다. 지난 대선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당시 손학규 전 대표를 누르고 옹립되는 데에도 호남 쪽 지지가 큰 힘이 됐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민주당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고문 등이 대선 경선전에 뛰어들 태세지만 PK 3인방에 비하면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더욱 열세로 분석된다.

민주통합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노무현전대통령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달 22일 저녁 창원MBC홀에서 경남추모문화제 일환으로 열린 토크쇼에 참석했다. 두사람은 이날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딱히 마땅한 호남 출신 주자가 없는데다 민주당 내에서도 상대 후보로 유력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설만한 주자가 쉽게 분간이 안 되는 눈치다. 호남 입장에서는 썩 내키는 후보가 없는 상황이기에 일단 기다려보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즉 PK 주자 3인방의 혈투를 지켜보다 이들의 승자에게 한번에 힘을 모아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창 진행중인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호남 당원들이 문 고문이 뒤에 있는 이해찬 후보나 김 지사가 받쳐 주는 김한길 후보에게 몰표를 주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권자 층이 가장 두터운 수도권도 대개 표심을 정하지 않고 있다가 영ㆍ호남이나 충청 등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후보에게 일괄적으로 지지를 몰아주곤 했다.

따라서 박근혜 전 위원장을 포함한 새누리당 후보에 맞설 주자를 고르는 선택권이 3인방의 고향인 PK 민심에 달려있는 셈이 된다. 이런 이유에서 전국의 야권 지지층이 주시하고 있는 PK 혈투가 본격 개막되고 있다.

친노세, 文고문측에 몰려

PK 삼국지의 1차전은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의 승부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안 원장이 당장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PK 민심은 일단 문 고문과 김 지사 중 한쪽을 먼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실내체육관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장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두 사람 중에서는 현역 의원인 문 고문이 당의 지지기반을 상대로 먼저 움직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3주기를 주도하면서 친노(親盧)의 중심임을 국민에게 각인시켰고 5월 말에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여수 엑스포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당 대표 경선에서 이해찬 후보를 사실상 공개 지지한 데 이어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을 발족했다. 이 정책 연구단체의 발기인에는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이사장으로 참여하면서 이정우 경북대 교수,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등이 참여했다. 또 김태년 민홍철 서영교 장병완 전해철 의원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 참여정부에서 활약한 친노그룹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친노의 이름으로 큰 판을 벌여보자는 분위기기 읽힌다.

문 고문은 최근 "안철수 원장과 민주당 후보가 후보단일화에 성공하면 그 시너지와 역동적인 힘에 의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도를 넘어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독 안 원장과의 연계설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안 원장을 유일한 경쟁 상대로 부각하고 있다. 안 원장과 문 고문의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반복적으로 국민에게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김 지사는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며 대선 준비작업에 시동을 건데 이어 6월9일 출간하는 저서 <아래에서부터-신자유주의 시대, 다른 세상을 꿈꾼다>에서는 '한국의 룰라(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가 되겠다'고 적었다. 선반 용접공에서 노동운동가를 거쳐 대통령에 오른 룰라 전 대통령을 모델 삼아 '이장에서 대통령까지'란 슬로건을 국민에게 각인시킬 태세다.

김 지사는 이어 6월12일 출판기념회를 개최해 공식적으로 정치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계획을 갖고 있다. 측근을 비롯한 지지층을 총 동원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예고하는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장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 고문과 김 지사의 첫 번째 대결은 6월9일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후보냐, 김한길 후보냐 하는 부분에서 시작됐다. 1차전이 이 같은 대리전이었다면 2차전은 문 고문 대 김 지사의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김 지사의 문 고문에 대한 공격으로 2차전이 본격 시작될 것이란 이야기다. PK 민심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金지사 지지율 제고 숙제

대선 경선이 시작되지도 않은 지금의 대선 주자 지지율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대부분의 정치학자들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 지사의 지지율은 경쟁자인 안 원장과 문 고문에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 40.5%로 1위, 2위는 안철수 원장으로 19.9%, 문재인 고문은 13.7%로 3위에 올랐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3.2%,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3.1%, 손학규 민주당 고문이 3.0%로 각각 4,5,6위를 차지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2.7%로 7위, 정동영 민주당 고문이 2.2%로 8위에 올랐고, 김두관 지사는 2.1%로 9위에 머물렀다. 이어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2.1%) 정운찬 전 총리(1.1%) 정세균 민주당 고문(0.7%) 순이었다.

작년 말부터는 박근혜 전 위원장과 안철수 원장에 이어 문 고문이 부동의 3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경쟁자라고 비유되는 김 지사의 지지도는 너무 미미하다. 아무리 본선 경쟁력이 있고 후보로서의 '스토리 텔링'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 정도의 지지율 갖고는 1위인 박근혜 전 위원장을 이길 것이란 믿음을 유권자에게 주기 부족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달 22일 경남 창원 MBC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모문화제에서 문 고문과 김 지사가 처음으로 공개적인 무대에서 서로의 생각을 교환했다. 문 고문은 "김 지사는 나에게 최고의 경쟁자"라고 치켜세웠고 김 지사도 "문 고문이야 말로 준비된 선두주자"라는 말로 호평했다. 그러면서도 가벼운 신경전이 이어졌다.

문 고문은 "김 지사가 경남지사를 그만둔다는 것에 아쉽다"면서 경계심을 내비쳤고, 김 지사도 "선거는 상대방이 있고 새누리당은 박근혜"라며 본선 경쟁력이 무엇보다 우선이란 말로 은근히 압박했다. 오픈게임은 치러졌으니 이제는 진검 승부만 남았다.

김 지사 측에서도 문 고문의 지지율이 정체 내지는 하향세에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또 미미하지만 김 지사의 지지율이 약간은 오르는 분위기를 긍정 신호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김 지사의 공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 후보인 박근혜 전 위원장을 이기려면 10년 전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꺾었을 때처럼 지지율이 강하게 치고 올라가는 상승 기류가 뚜렷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 분명하다. '문 고문으로는 약하다'는 인식을 퍼뜨릴 태세다.

사실 문 고문도 지지율이 주춤거리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더구나 여론조사 지지율은 추세가 중요한 만큼 8월 또는 9월 치러질 경선 승리를 위해서는 빨리 이 같은 분위기를 일대 전환하해야 한다. 더구나 당 대표 경선에서 이해찬 후보가 고전하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부담이 크다.

친노의 적통성을 무기로 삼는 문 고문은 일단 지역구인 부산에서 세몰이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를 바탕으로 경남지역에서는 친노 계승자임을 앞세우며 세를 넓히려 할 것이 분명하다. 관건은 김 지사의 파상공세를 어떻게 막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둘의 경쟁은 흥행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7월을 넘어가면서 문 고문이 현재의 지지도 순위를 유지하고 김 지사가 급반등 하지 않을 경우 전세 역전은 쉽지 않다. 반대로 김 지사가 문 고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치고 올라온다면 8월 승부는 예측 불허가 된다.

'호남 지지 어디로…' 관심

안 원장이 당장 정치권에 뛰어들 생각은 없기 때문에 PK를 제외한 호남 등 타 지역의 야권 지지층은 일단 문 고문과 김 지사의 PK 혈투를 느긋이 지켜보고 있다. 둘 중에 누가 이기더라도 안 원장과 최종전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김 지사는 최근 "민주당 후보가 안 원장과 결선을 치를 경우 민주당 후보가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에서 유력 주자를 키우지 않고 자꾸 안 원장에게 기대는 것은 패배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방향성은 좋지만 아직도 장외의 관심은 싸늘한 수준이다. 또 그만큼 안 원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도 하다.

야권의 대주주 격인 호남은 이런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호남의 당 대표 경선에서도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싣지 않았다. 누가 여당을 꺾을 적임자인지 관망 중이란 것이다.

수도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어차피 손학규 고문을 제외하곤 수도권 출신도 없다. 거기다 중도ㆍ중립적 성향이 강한 유권자 층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특정 주자로 확 쏠릴 개연성도 희박한 편이다.

결국 문 고문과 김 지사 간의 승자는 당내 대주주인 친노 진영의 후원에 힘입어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고문 간의 다자간 승부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 문 고문과 김 지사의 대결에서 PK는 한번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고, 이들 승자와 안 원장의 준결승이 치러진다고 할 때 다시 PK는 최종 야권 후보를 선택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통합진보당 등 다른 야권 주자와 함께 치러질 수도 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유시민 전 대표 등 통합진보당 주자가 파괴력을 갖기는 힘든 상황이니 변수가 될 수는 없다.

결국 이 때까지 호남 등 전국의 야권 지지층은 PK 민심의 흐름을 바라보다 차차 자신의 스탠스를 결정해 나갈 것으로 여겨진다.

영남의 원조 대주주 격인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항마를 고르는 선택권이 PK 민심에게 주어지고 있는 형국이니 이 자체가 정치권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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