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영
'꿈이 가수라며 왜 연기부터 하는 건데?' '언제 올지 모르는 소중한 기회거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디션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안방극장 '선(先)데뷔'는 시청자들의 엇갈린 반응을 받았다. 최근에는 조금씩 한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모양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보지 못한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반기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인식을 바꿔놓은 데는 오디션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의 숨겨진 연기재능이 큰 몫을 했다. 이들의 이유 있는 안방극장 활보를 분석했다.

#기초탄탄형

MBC '스타오디션-위대한탄생'(이하 위탄) 출신 가수 . 프로그램 출연 당시 멘토 겸 심사위원이었던 김태원의 부활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를 준비 중이다.

현재 그는 MBC 월화극 '빛과 그림자'(극본 최완규ㆍ연출 이주환)에서 홍수봉 역으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극중 홍수봉은 신정구(성지루) 쇼단의 비서다. 성지루를 비롯해 빛나라쇼단장 강기태 역의 안재욱과 쇼단 소속 연예인 이정혜 역의 남성미와 붙는 신이 많다. 연기 대선배들과의 호흡에도 뒤지지 않는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50kg
'빛과 그림자'의 이주환 PD는 캐스팅 당시 "능청스런 표정, 자연스런 말투, 과하지 않은 애드리브 등 3박자가 맞는다"는 평가를 내놨다.

의 긍정적인 평가는 '위탄' 출연 전부터 극단 경험을 쌓은 기초실력 덕분이다. 그는 6일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가창력은 물론 연기를 위한 표현력까지 익힐 수 있는 극단 무대 덕분에 칭찬을 받는 것 같다"며 "'위탄'때는 연기톤의 창법과 표정이 발목을 잡았었는데 요즘은 그때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은 전국시청률 20%(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를 넘는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까지 더해져 가수 데뷔 못지 않은 화려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엔터테이너형

의 박민과 이찬영은 '위탄2' 출신이다. 당시 유일한 그룹 참가자로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3'의 우승자 울랄라세션과 비교되곤 했다.

서인국
는 멤버 두 사람의 몸무게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팀명처럼 보기만해도 유쾌한 겉모습을 자랑한다. 힙합 오페라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끼를 인정받아 '엔터테이너형 가수'라는 평가도 받았다.

의 엔터테이너 기질은 가수라는 영역에만 그치지 않았다. 최근 '빛과 그림자' 카메오로 데뷔신고식을 연기로 치렀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쇼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1970년대의 화려한 연예계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했다"며 "가 '위탄2'에서 재치 넘치는 멘트와 센스 있는 안무까지 보여준 끼가 많아 캐스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극중 폭풍가창력을 뽐내며 부른 노래가 데뷔 타이틀곡이었다는 사실은 깜짝 프로모션이었다. '위탄2'의 멘토 겸 심사위원인 윤일상 작곡가의 멜로디에 의 가사가 붙은 '내일을 향해 쏴라'를 선보였다. '빛과 그림자' 출연으로 배우와 가수로서 성장가능성을 모두 확인한 셈이다.

#캐릭터일치형

가수 은 최근 종방된 KBS 2TV 드라마 '사랑비'(극본 오수연ㆍ연출 윤석호)에서 배우로 첫 발을 내디뎠다. 극중 1970년대 한국대학교 법학과 학생 김창모 역을 소화했다.

강승윤
은 극중 김창모와 실제로 닮은 면이 많았다. '사랑비'에서 1970년대의 배경이 된 대구는 실제 의 고향이다. 대구 지방 특유의 사투리와 부모 세대의 감수성을 다른 배우들에 비해 이해하기 수월했다.

'그의 기타연주와 노래를 들은 여자들은 모두 반한다'는 캐릭터 설정 역시 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웃음과 동안으로 '아기천사'란 별명이 붙은 은 감미로운 목소리를 살린 달콤한 노래로 가수로서 어필해왔다.

의 소속사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잘못된 사투리 표현을 바로 알려주기도 했다"며 "출신지역부터 캐릭터설정까지 과 맞은 덕분에 첫 연기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슈퍼스타K 2'의 '톱4'까지 오른 후 현재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도 비슷한 경우다. 은 올 초 종방된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연출 김병욱ㆍ이하 하이킥3)에 출연했다.

극중 4차원 부산소년 역을 맡은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부산사나이'다. '슈퍼스타K 2' 출연 당시 볼 수 없었던 구수한 사투리는 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하이킥3'에서 드라마 출연을 위해 서울말 연습 삼매경에 빠진 신은 "실제 도 한번쯤 겪어 본 일인 것 같다"는 공감을 얻었다. '본능적으로'를 비롯해 '슈퍼스타K 2'에서 들려준 팝송을 기타 치며 부른 장면은 '가수 '의 면모 또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