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는 실크로드의 길목에 선 오아시스의 도시다. 기원전부터 행상들의 쉼터가 됐던 땅은 사마르칸트 등 또 다른 오아시스로 향하는 소통로이기도 하다. 몽골, 티무르 제국 등 숱한 민족의 지배를 받았던 도시에 투영된 삶은 복잡다단하다.

타슈켄트 도심에는 중앙아시아 도시 중 드물게 지하철이 다닌다. 고급호텔, 레스토랑 등 현대적 모습을 갖췄으면서도, 기원전 1세기에 시작된 오랜 문명이 함께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신시가지인 아무르티무르 광장 인근에는 박물관, 상점이 밀집해 있으며 차 없이 올곧이 걸을 수 있는 쇼핑거리가 형성돼 있다. 시내 중앙의 브로드웨이는 서울의 명동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의 거리로 자유와 낭만이 넘쳐 난다. 인종 역사박물관, 하므자 극장 등과 이들을 둘러싼 플라타너스 가로수, 회색빛 건물들은 신시가지를 대변하는 풍경들이다.

거리에는 실크로드의 도시답게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공존한다. 터키, 러시아, 아랍, 타지크, 카자흐, 우크라이나인 등 숱한 민족이 어우러진다. 혼혈 또한 가지각색이고 여성들은 대부분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다.

바자르에서 만나는 복잡다단한 삶

타슈켄트의 청춘남녀
구시가지로 넘어서면 이슬람 문화의 향기는 가득하다. 모스크, 마드라사(이슬람 신학교) 등 실크로드의 잔영이 남아 있다. 구시가지 북쪽에 있는 바락 칸 마드라사는 장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아치형 대문의 벽은 아라베스크식 모자이크로 장식돼 있다. '까라꿀'이라는 전통 털모자를 고집스럽게 쓰고 다니는 남성들도 이곳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타슈켄트 여행은 골목을 거닐며 좌판에서 이것저것 흥정해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바자르'(재래시장)는 우즈베키스탄의 토속적인 삶의 향취가 물씬 풍겨나는 곳으로 수많은 상인들이 지붕만 있는 난전에 좌판을 벌려놓고 손님을 맞는다. 쿠일룩, 초르며 등 타슈켄트 시내에만 13군데의 대형 바자르가 있다.

생필품 외에도 질박한 멋을 풍기는 카페트와 사모바르(찻 주전자), 유목민 모자, 팔찌 귀고리 등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며 코란 경전, 골동품, 전통악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즐비하다.

타슈켄트의 바자르 중 쿠일룩 바자르는 한국 재래시장 같은 친숙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곳은 고려인 할머니들이 배추 고추 부추 등을 내다 파는 곳으로 김치, 나물을 파는 반찬가게에서도 고려인 여인들을 만날 수 있다.

타슈켄트 인근에는 한인들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고려인으로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소비에트 연방 시절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한인들이다. 고려인 1세들은 '아리랑' 대신 '카츄샤'를 부르고 2,3세들에게도 러시안 춤이 익숙하다. 집집마다 구들장대신 양탄자 침대가 보편화됐고 밥 대신 투박한 빵 '클랩'을 주식으로 삼고 있다. 한국문화의 흔적은 오히려 고려인마을 밖에서 찾을 수 있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의 절반 이상이 한국 차량 마크를 달았다.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연예인들의 사진들이 거리 노점상에는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타슈켄트의 쿠일륙 바자르
세계유산인 사마르칸트로 향하는 관문

타슈켄트에서 서쪽으로 중앙아시아의 평원을 달리면 이슬람의 흔적들은 더욱 짙고 강렬해진다. 먼지가 자욱이 날리는 실크로드는 또 다른 오아시스의 도시 사마르칸트 등으로 이어진다. 타슈켄트의 구시가에서 조우했던 모자이크 장식은 세계문화유산인 사마르칸트에서 더욱 뚜렷하고 도드라진다. 레기스탄 광장의 푸른 장식으로 유명한 사마르칸트는 수천년 세월의 모스크와 미나레트(첨탑)들이 지난한 사연을 전해준다. 사마르칸트는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아랍인에 의해 세워진 사라센 제국, 칭키즈칸의 침략, 티무르 왕조의 부활 등 질곡의 과거를 지녔다. 티무르 왕조는 원정을 떠나면 그 지역의 유명한 예술가와 건축가들을 끌고 와 도시를 푸르게 꾸미도록 종용했다고 한다.

거리에서 맛보는 우즈베키스탄 음식들 역시 호기심을 자아낸다. 둥그런 넓적한 빵 '리뽀시카'는 토마토와 오이, 당근 등 야채 샐러드를 곁들인 대표적 중앙아시아의 전채 요리로 웬만한 식당에 들어가면 밥처럼 기본메뉴로 나온다. 서민들은 식빵모양의 '클랩'을 사서 먹는다. 안에 고기가 든 빵 '쌈사'는 시장 등 길거리에서 직접 구워서 팔며 양 꼬치구이인 '시스락'도 별미다. 실크로드 도시의 지난한 과거와는 별개로 서민들의 삶은 넉넉하고 단아한 일상으로 채워진다.

여행팁

가는길=인천에서 타슈켄트까지는 7시간 소요. 대한항공 등 직항편이 운행중이다. 한국과는 4시간의 시차가 있다. 타슈켄트에서는 시내나 외곽도시로 이동할 때는 택시 외에도 일반 승용차를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다. 시내에서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타슈켄트에서 주요 관광루트인 사마르칸트까지는 승용차로 4시간 가량 소요된다.

타슈켄트 신시가지
기타 정보=타슈켄트에서는 한국과 같은 220V 전원을 사용한다. 화폐는 '숨'을 쓰며 일단 달러로 환전한 뒤 시내 은행이나 환전소에서 숨으로 바꿀 수 있다.


전통모자인 카라쿨을 쓴 남성
아무르티무르 광장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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