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이 열풍(熱風)이라면 K-GAME은 광풍(狂風)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게임산업 수출액이 2조 5,54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콘텐츠산업 전체 수출액 4조 3,925억원 가운데 58%에 해당하는 수치.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음악산업 수출액은 2,040억원에 불과했다. 한류 수출의 효자 게임 산업 수출 규모는 K-POP보다 무려 12배 이상이었다.

# 게임 한류는 미국을 강타했다. 메이저리그 게이밍(MLG) 대회가 열린 6월 11일 미국 애너하임.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게임 마니아들은 플래시(Flashㆍ이영호)와 재동(Jaedongㆍ이제동), 비수(Bisuㆍ김택용)를 연호했다. 스타크래프트:자유의 날개(스타2) 결승에선 한국 선수끼리 만나 박수호(저그)와 양준식(프로토스)이 우승과 준우승을 나눴다.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한국 취재진이 “게임쇼를 보러 왔다”고 말하면 깐깐하기로 소문난 미국 이민국 직원도 “한국 게임이 최고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다. 미국 게이머에게 한국은 재미있는 게임의 나라다.

# “후가모스(Jugamosㆍ한판 할까)!”잉카의 후예도 게임 한류의 매력에 푹 빠졌다. 페루 수도 리마에선 지난해 11월 소프트닉스 주최로 온라인게임 축제가 벌어졌다.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한 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1㎞ 가까이 이어졌다. 여고생 실렌은 “러브리뜨모(러브비트)가 재미있는데다 음악이 아주 좋아 친구와 자주 즐긴다”며 웃었다. 한국산 온라인게임 카발 온라인은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카발 온라인을 체험하고자 기다리는 사람의 줄이 30~40m씩 이어질 정도였다. 대학생 브라이언은 “울프팀을 좋아하는데 카발 온라인을 경험하고 나서 카발 온라인 마니아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 e스포츠 선수 장재호는 중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 워크래프트3 세계 최고 선수로 손꼽히는 장재호는 유독 중국에서 인기가 많아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에도 참가했다. 장재호는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면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린다. 오죽하면 선수와 심판, 취재진까지 사인을 요청했을까. 쓰촨성 대지진 돕기 운동에 나섰을 때 배우 장나라와 함께 최고의 한류스타로 손꼽혔다. 1인칭 총싸움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지난해 기준으로 등록계정이 무려 3억개를 넘어섰고, 올해는 동시 접속자 역대 최고 기록(350만명)을 세웠다.

게임 한류의 위상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848억 달러(약 97조 7,000억원)인데, 온라인게임과 모바일 게임 점유율은 약 20%와 10%에 이른다. 온라인게임은 성장 속도가 가장 빨라 2013년엔 점유율이 3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게임 종주국 한국은 최근 합병한 넥슨과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를 앞세워 북미와 유럽, 아시아는 물론이고 남미에까지 온라인게임을 수출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게임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 핵심 산업으로 규정했다.

한국은 2010년 기준으로 점유율 5.8%로 세계 6위, 온라인게임에선 25.9%로 세계 2위다. 넥슨 서민 대표는 지난해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등으로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위상을 강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1조 2,100억원 가운데 무려 70%를 외국에서 올렸다. 중국에서 국민게임이 된 크로스파이어를 서비스한 네오위즈게임즈는 2007년 877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지난해는 6,677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네오위즈게임즈도 수출이 매출의 50% 이상이다.

한국 게임산업은 미국과 유럽, 일본과 비교하면 역사가 짧다. 그러나 초고속 통신망 확산과 혁신적인 정보통신(IT) 기술을 앞세워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게임산업은 부가가치율이 무려 50.71%에 이른데다 수출액이 16억 달러를 넘어서 콘텐츠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높다. 온라인게임은 세계 시장에서 25.9%를 차지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홍유진 과장은 “TV와 영화 등 영상 콘텐츠보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콘텐츠 수요가 늘었다”면서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온라인게임하면 한국을 떠올릴 정도로 게임산업이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선 온라인게임 1위와 2위를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가 차지했고, 실크로드는 터키와 이집트, 러시아에서 국민 게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동차 경주 게임 카트라이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태국에선 한국 게임 소비시간이 전체 게임 소비시간 가운데 무려 66%를 차지할 정도다.

아이폰과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태블릿 PC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한국산 모바일 게임도 힘을 얻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 개발력을 갖춘 게임빌과 타이니팜, 프로야구 등을 만들어 흥행에 성공한 컴투스는 쇼셜네트워크게임(SNG) 강화를 앞세워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에선 앵그리버드 등 외국 업체 제품이 주도했지만 최근 한국산 게임이 다양하게 쏟아져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청소년이 게임에 중독된다는 문제는 있지만 산업 측면에선 게임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네오위즈 게임즈 ‘크로스파이어’
콘텐츠진흥원은 올해도 한국산 대작 온라인게임이 출시할 예정이라 수출에 파란 불이 켜질 거라고 예상했다. 미국 온라인게임 전문 사이트 Mmorpg.com이 선정한 개발중인 게임 기대 순위를 살펴보면 길드워2(엔씨소프트)와 아키에이지(엑스엘게임즈)가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블레이드&소울(엔씨소프트)이 10위에 올랐다. 한국 게임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21일 서비스를 시작한 블레이드&소울에 대해 “어릴 적 상상했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블소’의 시작이었다”면서 “우리의 영웅담을 우리 스타일의 게임으로 완성해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