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전통의 맥주명가 오비맥주(옛 동양맥주)가 1996년부터 맥주시장 1위를 달리던 신흥강자 하이트진로(옛 조선맥주)에 뺏긴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시장 점유율 50.52%를 기록해 하이트진로(49.48%)를 1.04% 차이로 제쳤다. 본격적인 맥주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동양맥주는 80년대까지 맥주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1991년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인체 유해 물질인 페놀 원액이 유출돼 낙동강을 오염시키자 두산전자 불매운동에 이어 두산그룹 계열사였던 동양맥주 버리기 캠페인까지 벌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쟁사였던 조선맥주와 진로쿠어스맥주가 각각 하이트와 카스를 앞세워 동양맥주의 아성을 무너트렸다.

지하 150m 천연암반수로 만든 맥주 하이트는 1996년부터 조선맥주를 맥주시장 1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 계열사 하이트주조 장인수 사장을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선두를 탈환했다.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맥주 전쟁은 CF에서도 이어졌다. 오비맥주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인기를 끈 배우 김수현을 카스 광고모델로 내세웠고, 하이트진로는 동계올림픽 영웅 김연아를 하이트 광고모델로 앞세웠다. 김수현과 김연아는 프로스펙스 운동화 TV 광고에 함께 출연했지만 맥주 광고에선 각자 광고주를 위해 적으로 만났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맥주 전쟁을 이끄는 사령탑이 소주 명가 진로 출신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오비맥주 장인수(57) 사장과 하이트진로 이남수(60) 관리총괄 사장은 진로 출신으로 한솥밥을 먹었으나 장 사장이 고졸 출신으로 최고경영자가 된 영업의 달인이라면 이 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한 관료 출신으로 관리의 귀재라는 차이가 있다.

김수현과 김연아의 대리경쟁, 영업의 달인과 관리의 귀재가 펼칠 마케팅 경쟁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맥주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