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선 박근혜 독주… 포스트朴 주도권 잡기
등 경쟁

야당 구도는 더 복잡… 거론
안철수 거취 큰 변수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주 속에 비박 진영 3인방인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이 경선 참여와 불참 사이를 오가고 있고 리틀 비박 3인방으로 불리는 전 대통령실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 의원도 경선 참여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밖에 장외에서는 정운찬 전 총리가 동반성장경제연구소를 창립하며 호시탐탐 여권 후보의 티켓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 면에서 가장 앞서있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독보적인 위치를 구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6~7명의 주자들이 과연 이번 대선전에 여권 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야권은 더욱 복잡하다. 장외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출마 여부에 대한 확답을 미루고 있는 사이 민주통합당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 참여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에다 지사직을 사퇴한 뒤 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민주당 트로이카 후보군을 형성한 가운데 정세균 고문이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또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과 박준영 전남지사에 이어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정동영 고문도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며 박영선 의원 등 당내 다른 전ㆍ현직 의원들도 고심 중이다.

오세훈
아직 내부 문제로 어수선한 통합진보당에서도 당내 후보 경선이 치러질 경우 심상정 노회찬 의원과 유시민 전 공동대표 등이 나설 수 있다. 선진통일당에서는 이인제 대표가 거의 단수 후보로 거론된다.

연말 대선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1명인데 불과 5개월을 앞둔 시점에 이토록 많은 후보군이 출사표를 던지거나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다. 여야 합해 줄잡아 20명이 18대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야 후보군 중에 여당은 박근혜 전 위원장이 유력한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야권에서는 장외의 안철수 원장에다 민주당 내에서는 문재인 손학규 고문과 김두관 전 지사 정도가 의미 있는 후보로 평가된다. 통합진보당 후보의 경우 독자 출마를 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결국 5명 안팎만이 사실상 이번 대선전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15명의 대선 주자군은 5년 후인 차차기를 염두에 둔 시험무대에 오르는 것이란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번 대선전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낼 경우 '정치적 몸값'이 상승해 당내 입지가 강화되면서 5년 뒤에는 보다 유력한 주자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다. 차차기를 위해 지금부터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의 후보 옹립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정 전 대표와 김 지사는 사실상 차차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두 사람 외에 비박(非朴) 진영의 또 다른 3인방인 이재오 의원은 올해 67세이기에 72세가 되는 5년 뒤를 노려보기에는 아무래도 고령이 부담이다. 정 전 대표와 김 지사는 61세 동갑내기로 19대 대선에서는 66세가 된다.

내년 당권 장악에 관심

임태희
따라서 이들 두 사람의 올해 경쟁은 박 전 위원장이 대선 본선에서 이기든 지든 관계없이 내년 이후 당의 헤게모니를 누가 쥐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단 7선의 현역 의원이란 점에서 정 전 대표가 대선 이후에도 여의도에서의 활동 반경은 김 지사보다 넓을 수 밖에 없다. 당 지도부를 새로 뽑는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정 전 대표가 '포스트 박근혜'란 기치를 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 지사의 임기는 2014년 6월까지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임기를 모두 마치게 되면 다음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는 2014년 상반기쯤 열린다. 지사직을 마무리하면서 명예롭게 당에 복귀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두 사람의 양강 구도 속에 부산ㆍ경남(PK)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의원이 이번 경선 출마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19대 대선을 향한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 확실하다. 또 수도권 출신의 전 대통령실장도 호시탐탐 정상 엿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번 대선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전 서울시장과 원희룡 전 의원, 전 의원, 의원 등 소장그룹이 다음 선거 국면에서는 더욱 목소리를 크게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여기에 충청권을 대변하는 정우택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최경환 의원도 대구ㆍ경북(TK)지역의 대표성을 앞세워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김태호
다만 정운찬 총리와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는 각각 올해 65세와 64세로 5년 후 대선 때에는 70세와 69세가 된다. 정 전 대표와 김 지사가 그 때 60대 중반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유리한 상황은 아닌 편이다.

김두관 차차기에도 귀회

민주당 주자 중에서는 손학규 고문이 65세로 가장 나이가 위다. 다음 대선을 기약하기엔 여러 정치적 여건상 녹록하지 않다. 그래서 그는 이번 대선에 올인 하고 있다.

문재인 고문은 59세이기에 다음 대선에서도 연령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친노(親盧)의 깃발을 들고 나섰다는 점에서 만일 이번에 실패할 경우 다음 번엔 같은 류의 정치적 가치로는 국민적 호응을 크게 얻을 리 없다. 문 고문도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승부인 셈이다.

하지만 다른 주자들은 얘기가 다르다. 그 중 다음 대선에서 58세가 되는 김두관 전 지사를 눈여겨 볼 만하다. 그는 친노 후보로 분류되면서 문 고문과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색채가 그리 강하게 풍기지는 않는다. 또 그도 역시 이번 경선레이스에 참여하면서 친노 이미지를 뛰어넘는 행보에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다. 때문에 이번 당내 경선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에게는 다음 번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여건은 갖추고 있는 편이다.

남경필
PK출신인 그가 주무기인 친노와 서민 이미지를 앞세우며 전통적인 야권 세력을 흡수한다면 차기 무대에서 가장 강력한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김 전 지사에 대해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두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선 경선 국면에서 강력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면서 "이번 경선에서 득표율이 턱없이 저조하거나 정치적으로도 별다른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못하면 다음 번을 기약하긴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번 대선에서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의 성적을 이끌어 내야 혹시 올해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다음 번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함께 경선에 나선 의원과 출마를 고민중인 박영선 의원 등의 경우 이번 대선 국면에서 그다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나름대로 유력 주자들을 상대로 선전한다면 그만큼 정치적 입지가 커질 것은 자명하다.

이밖에 이번 대선에서는 관전자 입장이지만 충남지사와 송영길 인천시장, 전 강원지사 등은 다음 대선에서 50대 초ㆍ중반의 나이가 된다. 5년 후인 19대 대선을 넘어 10년 후 20대 대선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연령대다. 이들도 연말 대선을 거치면서 내년 이후에는 자신의 정치적 도약을 위해 중앙 무대로 활동 중심지를 이동해 갈 것이 유력하다.

아직도 안개 속 행보를 거듭하는 안철수 원장은 올해 50세이기에 연령면에서는 유력 주자들 중 가장 어리다. 상대적으로 다음번이나 그 다음번도 노려볼 수 있다.

나경원
더구나 자신의 정치 색채를 드러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설령 이번에 나서지 않더라도 적어도 다음 대선까지는 정치적 신선도를 어느 정도 유지할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장외에서 계속 젊은층의 상징적인 롤 모델로 남으면서 보다 많은 경험을 쌓아간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5년 후, 또는 10년 후가 나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우리처럼 정치적 가변성이 큰 나라에서 차기를 기약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행위가 어디 있느냐는 지적이 있기는 하다.

경쟁력 무시못해

2014년 임기를 마치는 서울시장도 야권에서는 가장 유력한 차차기 주자로 꼽힌다. PK출신인데다 시민사회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어 표의 확장성 측면에서는 어느 주자 못지 않게 강하다는 평이다. 만일 안 원장이 올 연말 대선 출마와 관계없이 다음 대선에 나온다면 박 시장과의 장외 진검 승부가 또 다른 흥미를 주는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최근 차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전 서울시장이 13.7%로 1위를 차지했고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이 7.2%로 2위, 전 의원이 6.6%로 3위에 올랐다. 이어 새누리당 의원이 6.0%로 4위, 충남지사가 5.8%로 5위, 새누리당 의원이 5.0%로 6위, 송영길 인천시장이 4.9%로 7위,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이 3.9%로 8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전 시장은 서울과 인천·경기에서 각각 15.7%, 12.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렸고 노 의원은 이 지역에서 각각 8.0%, 9.7%의 지지율을 보였다.

조경태
물론 이 조사는 이미 출마를 선언한 여권의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지사, 야권의 김두관 전 지사, 장외의 안철수 원장과 시장 등은 보기 항목에서 빠져있어 결과에 그다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2012년 대선 정국도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5년 후인 2017년 19대 대선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향해 뛰는 주자들이나 이번 대선을 밖에서 지켜보는 유력 정치인들의 마음 속에는 이미 5년 후를 그린 19대 대선 기상도가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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