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에 대한 뜨거운 열망? 참 엉뚱하다. 남아영씨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처음 나온 단어가 '쌀' 그리고 '국수'였고, 이 두 단어는 인터뷰 끝까지 계속 등장했다.

국수는 인기가 있지만 쌀은 큰 인기가 없다. 밥보다 수입 밀가루로 만든 국수, 빵 등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쌀은 점점 잊히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층, 30대 초반의 여자라면 이태리 파스타, 일본 우동, 베트남 쌀국수 등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강하다. 인터넷 블로그를 보더라도 '누들' '누들로드'에 대한 포스팅은 대단하다. 누들은 '핫 아이템'이다.

남아영씨. 30대 초반, 단순한 누들 마니아가 아니라 '생산자'란다. 아직 음식을 만들어내고 식당을 창업, 운영하기에는 어린 나이다. 그런데 쌀국수 조리법을 만들고 또 전문점을 열었다.

외식업 창업자 중에는 20∼30대 여성들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 아기자기한 카페를 만들어서 커피를 내리거나 앙증맞은 케이크, 빵, 쿠키 등을 내놓는 경우들이다.

그녀는 강남치고는 외진 지역인 논현동 경복아파트사거리에 "T. kitchen 밥과술"을 열었다. 그야말로 우리 식으로 '밥과 술'을 파는 곳이다. 인사동에도 쌀국수로 점심 전문 가게를 열었다. 물론 주력 메뉴는 참 보기 드문 '순 우리 쌀국수'다. 그것도 밀가루, 전분, 글루텐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현미 100%의 국수란다. 이른바 '밀가루 저항성'이나 '글루텐 저항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음식이다.

지게미쌀국수
"국밥 등도 있지만 주력 메뉴는 국내 생산 현미 쌀국수입니다. 쌀국수라고 하면 흔히 베트남 쌀국수를 연상하는데 전혀 다릅니다. 구성성분부터 전혀 다르죠."

우리에게 쌀국수는 베트남 쌀국수다. 그러나 그녀는 여러 차례 '우리 쌀' '현미' '글루텐, 밀가루 무첨가' 등을 강조한다.

"우리 쌀 현미 92%와 현미 미강 8%를 넣어서 만든 쌀국수입니다. 굳이 첨가제를 꼽자면 쌀겨(미강, 米糠)정도입니다. 물론 현미에서 떨어져 나온 거니까 결국 현미 100%인 셈이죠. 발효된 것이기 때문에 국수지만 밥보다 더 소화력이 좋고 밀가루보다는 한결 든든합니다. 우리 쌀로 국수를 만들면 독특한 단맛과 구수한 맛이 느껴집니다."

베트남 쌀국수를 만드는 안남미, 즉 길고 가는 쌀은 별 맛이 없고 거북한 냄새도 난다. 쌀국수에 섞는 타피오카 전분도 별 맛은 없다. 결국 베트남 쌀국수의 맛은 향신료와 조미료 맛이 강하다.

남아영 대표도 한때는 베트남 쌀국수를 무척 좋아했다.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에서 '알바'도 했다. 근무조건은 "좋아하는 쌀국수를 매일 한 끼씩 준다"는 것이었다.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환상으로 다가왔던 '쌀국수'는 실망스러웠다. 쌀국수의 맛이 쌀이 아니라 화학조미료와 향신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챘다. '진짜 쌀국수'를 먹고 싶고 또 음식을 만들고 싶었다.

쌀콩국수
"졸업하고 음식과 여행에 관한 콘텐츠를 다루는 작은 인터넷 정보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음식에 대해서 제 방식으로 더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음식점을 취재하고 음식에 관한 자료들을 보면서 나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파스타, 우동, 베트남 쌀국수 등을 주제로 잡지 등에 기고하면서도 늘 관심사는 '진짜 쌀 국수'였다.

"2년 전 쯤에 누가 '쌀빵'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화해서 처음 물어본 게 '글루텐이 얼마나 들어갔습니까?'라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는 글루텐은 1%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 길로 쌀빵 시식회에 갔고 그 자리에서 '쌀국수 기술자'팀을 만났다. 2년 동안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100% 국산 현미로 만든 쌀국수'를 올해 초에야 만날 수 있었다.

"식당에서 쌀국수를 쓰려면 조리법이 안정되어야 합니다. 몇 달 동안 꾸준히 실습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쌀 콩국수와 지게미 쌀국수를 개발했습니다. 지게미 쌀국수에는 된장, 설렁탕 국물, 지게미 등을 베이스로 한 육수를 사용합니다."

현미볶음국수
100% 쌀국수에 걸맞는 사이드 메뉴도 개발해야 했다. 전북 향토음식인 ''을 재현하고 쌀국수로 ''도 개발했다. 우리 쌀 막걸리를 내리고 남은 술지게미는 조미료 노릇을 대신했다.

"우리 쌀이 아주 좋은데 이걸 널리 알릴 방법을 찾고 싶어요. 앞으로는 쌀을 더 폭 넓게 사용하는 음식들을 찾아내고 싶습니다."

이미 식당을 다녀간 블로거들과 손님들의 평은 좋다. 호평은 재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수를 먹고 평생 처음으로 속이 편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에는 '진짜 100% 우리 쌀국수가 가능하냐?'고 묻습니다. 그 다음에는 대단하다고 놀라워합니다. 얼마 전 사찰의 스님 한분이 연락하셨어요. 쌀국수를 구하고 싶고 레시피도 얻고 싶다고. 아마 밀가루 저항성이 있는 분이어서 쌀국수를 원하시는 것 같았는데 국수도 전해드리고 오시면 레시피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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