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11km의 백운산 용수골 숲길은 대한걷기연맹이 국내 최초로 지정한 건강숲길이다.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과 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에 걸쳐 솟은 백운산은 해발 1,087미터로 제법 당당한 산세를 뽐내는 준봉이지만 인근에 있는 치악산의 명성에 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6년 백운산 북쪽 자락의 판부면 지역에 자연휴양림이 들어서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백운산은 산이 높고 골이 깊어 많은 심산유곡을 품고 있다. 그 가운데 백운면 쪽의 덕동계곡과 거문골, 판부면 쪽의 용수골이 대표적인 계곡으로 꼽힌다. 이제 백운산 북쪽 자락을 감도는 용수골(용소동)로 떠나보자.

중앙선 열차를 타고 원주역에서 내린다. 원주역 4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넌 다음, 왼쪽으로 잠시 걸으면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여기서 서곡리로 가는 32번 시내버스를 타면 30분쯤 후에 버스 종점에 다다른다.

서곡리 버스 종점에 내리면 우람한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1982년 11월 원주시 보호수 66호로 지정된 노송이다. 보호수 지정 당시의 수령이 150년이므로 현재의 나이는 180년 정도인 셈이다. 당당하고 멋들어진 맵시를 자랑하는 이 소나무는 높이 13미터에 가슴높이 줄기둘레 2미터에 이른다.

버스 종점인 서곡4리 일원에는 음식점과 민박집들이 모여 있고 마을 한가운데로는 맑은 계곡이 굽이쳐 흐른다. 용수골의 하류인 이곳은 봄부터 가을까지 원주 일원 주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데, 옛날에 후리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해서 흔히 후리절 유원지라고 일컫는다.

용소폭포
이무기의 전설 어린 대용소동

서곡리 버스 종점에서 칠팔백 미터쯤 가면 백운산 자연휴양림 매표소에 닿는다. 매표소 앞에서 용수골은 둘로 갈라진다. 왼쪽은 소용소동, 오른쪽은 대용소동이다. 두 계곡을 모두 탐방하려면 길이 11km의 순환 임도를 더듬는 것이 좋다. 2007년 대한걷기연맹이 국내 최초로 지정한 '건강숲길'이다. 어느 쪽으로 가든 매표소로 되돌아오지만, 소용소동 쪽 길은 다소 경사가 가파르므로 대용소동 쪽으로 가는 게 좋다.

대용소동 방향으로 20분 남짓 오르면 삼림욕장과 물놀이장을 지나 입구에 다다른다. 깊숙이 패어 들어간 협곡의 기암절벽을 타고 내리치는 의 자태가 매혹적이지만 가까이 다가가기가 위험해 멀찌가니 떨어져 굽어보아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 천 년을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려고 수천 번이나 폭포를 오르려고 노력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어린 곳이다.

약 10분 후 산림문화휴양관 입구 갈림길에 닿는다. 매표소에서 약 1.7km 지점인 이곳에는 차량 출입을 막는 차단기가 내려져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건강숲길이 열리는 것이다. 딱딱한 시멘트 길을 벗어나 푹신푹신한 흙길을 걷노라니 절로 흥이 난다. 완만한 오르막이어서 별로 힘들지 않은데다 시원한 산바람이 얼굴을 간질이니 발걸음이 가볍다.

산림문화휴양관 입구 갈림길에서 약 4km, 1시간 10분 남짓 걸어 전망대인 백운정에 올라선다. 전망대라지만 수풀과 산줄기에 가린 탓에 시원스럽게 조망이 터지지는 않는다. 북쪽인 원주시 방면으로만 시야가 트일 뿐이다. 준비한 김밥으로 점심을 들면서 다리쉼을 한 다음 다시 길을 재촉한다.

자연휴양림의 삼림욕장
아기자기한 쏠들이 이어지는 소용소동

약 30분 후 백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에 이른다. 여기서 왕복 1시간 남짓 시간을 내면 정상에 다녀올 수 있다. 잠시 후 백운산 중계소 갈림길에 다다른다. 오른쪽으로 오르면 중계소, 왼쪽 길로 내려가면 매표소 방향이다. 다소 가파른 시멘트 찻길이어서 발바닥이 좀 아프지만 우렁찬 물소리를 벗 삼아 내려가노라니 기분은 상쾌하다. 물소리의 주인공은 소용소동 계곡이다.

대용소동 계곡은 대부분 길과 거리를 두고 이어지지만 소용소동은 줄곧 길 바로 옆으로 따라온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쉬었다가 가기에 그만이다. 또한 대용소동에 비해 수량이 풍부하고 물살이 세차며 기암괴석 사이로 아기자기한 쏠(작은 폭포라는 뜻의 옛 우리말)들이 이어져 운치도 빼어나다.

소용소동으로 들어가 쉬기로 한다. 계곡으로 들어서자마자 찬바람이 불며 한기가 엄습한다. 옛 선인들이 그러했듯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탁족을 즐긴다. 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 발을 뺀다. 한여름인데도 물이 얼음장처럼 찬 것이다. 울창한 숲이 하늘을 닫아 대낮에도 해가 들지 않으니 그도 그럴 수밖에.

다시 길을 나선다. 여기저기 우거진 낙엽송 숲과 활짝 핀 산수국이 다시 오라며 고별인사를 보내는 것 같다. 그러지 않아도 가을에 다시 오리라 다짐한다. 단풍빛도 퍽 고운 곳 아닌가. 중계소 갈림길에서 약 3.4km, 매표소로 되돌아 나왔다.

보호수로 지정된 서곡리 소나무
# 찾아가는 길

문막 나들목에서 영동고속도를 벗어나거나 남원주 나들목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에 서곡리를 거친다.

대중교통은 전국 각지에서 중앙선 열차나 버스를 이용해 원주로 온 다음, 서곡리로 가는 32번 시내버스(하루 9회 운행)로 갈아탄다.

# 맛있는 집

서곡리 버스 종점에 있는 서곡막국수(033-763-8137)는 다양한 토속음식을 내는데 그중에서도 메밀막국수가 유명하다. 이곳 막국수는 면과 육수가 따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육수의 절반 정도는 면에 넣어 먹고, 나머지 육수는 면을 다 먹은 후 남은 양념에 부어 마시라는 뜻에서다. 면에는 참기름, 설탕, 참깨, 달걀, 달걀지단, 새싹, 김가루, 김치송송이, 무절임 등이 기본양념으로 들어가며 사과식초와 겨자는 취향에 따라 별도로 넣는다.

소용소동의 아기자기한 쏠

소용소동 곳곳에 핀 산수국
서곡막국수의 메밀막국수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