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escope Series, A series of 100 drawings, 2011, charcoal and conte on paper, 43×43 cm (each with frame)
자연재해나 전쟁의 와중에 일어나는 '폭발'의 현장을 예술로 전환한 이유진의 'In a Vacuum'전이 서울 팔판동 갤러리도스에서 열린다.

우리는 흔히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언론매체를 통해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극적인 장면을 접한다. 동시대에 일어난 분명한 사실이지만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전해진 탓인지 마치 가상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일상을 겉도는 느낌은 예술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겹의 보이지 않는 막이 씌워져 다른 차원으로 분리되는 것처럼 작품은 그저 바라보는 관망의 대상일 뿐이다. 작가는 매체를 떠도는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 중에 폭발이라는 상황에 집중한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절망의 순간을 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허상 사이에 놓인 작가로서의 감정에 이입한다. 동시에 힘 있게 솟아 올라가는 연기의 웅장함을 드로잉으로 풀어내어 예술로 승화시킨다.

작가는 언론매체에 보도된 폭발의 현장을 전통적인 단색의 드로잉으로 그대로 재현한다. 매체가 보여주는 생생한 현실은 이차적인 전달로 인해 비현실이 되고 작가에 의해 다시 예술로 전환된다. 외부의 충격으로 생겨난 회색의 먼지구름이 공기 중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데는 연필이나 콩테, 목탄과 같이 가루로 돌아가는 성질의 재료가 적합하다. 흑백이 보여주는 부드러운 톤의 변화는 어느 채색화보다도 과장되지 않은 절망의 진실성을 보여준다.

이유진은 폭발이라는 특정 현상을 화면으로 옮김으로써 실제와 허상 사이의 모호성을 탐구한다. 폭발이라는 특정 현상을 재해석하고 드로잉으로 접근하는 이번 전시는 외적인 형상에서 오는 조형미과 함께 현실과의 거리감이 주는 절망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7월 25~31일 전시. (02)737-4678



홍성필기자 spho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