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영국의 록 밴드 라디오헤드.

지난 1993년 데뷔와 함께 ‘크립(Creep)’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몽환적이면서도 힘 있는 얼터너티브 록밴드의 대표주자로 국내에서는 방황하는 청춘의 표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라디오헤드가 한국을 방문했다. 라디오헤드는 지난달 27~29일 CJ E&M의 주최로 경기도 이천 지산에서 열린 ‘2012 지산 록밸리 페스티벌’(이하 지산록페)을 장식했다.

데뷔 후 첫 내한에 국내 음악 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이들을 보기 위해 지난해 ‘지산록페’의 첫 날 방문객보다 1만 4,000여 명 늘어난 3만 5,000명의 관객들이 몰렸다.

라디오헤드와 팬들의 교감이 허락된 시간은 90분뿐이었다. 하지만 라디오헤드는 현장 상황을 이유로 무대 시간이 딜레이되는 통상적인 공연 상황을 뒤집고 6분 일찍 무대에 올랐다. 세 번의 앙코르를 모두 받아준 라디오헤드는 러닝타임 48분을 넘기고 무대를 내려왔다.

라디오헤드가 이날 부른 노래는 총 27곡. ‘로투스 플라워(Lotus Flower)’를 시작으로 ‘15 스텝(15 Step)’ ‘피라미드 송(Pyramid Song)’ ‘카르마 폴리스(Karma Police)’ 등 2000년 이후 선보인 7,8집 앨범 수록곡으로 구성됐다. 국내에서 가장 히트한 ‘크립’을 끝내 듣지 못한 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관객과의 대화를 유독 아꼈던(?) 라디오헤드는 “It’s so unusual(정말 특별한 순간이군요)”라는 소감을 전했다. 무대 수백m 뒤까지 깔린 ‘인간 양탄자’에 감격한 라디오헤드의 멘트에 관객들은 더욱 출렁였다.

라디오헤드의 공연은 ‘전설’답게 완성도 역시 높았다. 전광판에 띄운 영상부터 레이저 조명 등 특수효과는 모두 라디오헤드가 준비해 온 것. 촬영 역시 라디오헤드 팀에서 나서 이색적인 공연을 연출했다. 보컬은 물론 드럼 베이스 기타 등 멤버들의 손끝과 표정이 클로즈업 된 6분할 촬영으로 화면이 구성됐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 명성이 드러났다. 주최측을 통해 자신들이 선 빅탑 스테이지 주변의 휴지통을 모두 친환경소재로 바꿀 것을 요청했다. 대기실의 형광등까지 전열 소비가 낮은 친환경전구로 교체됐다. 페스티벌에 공수되는 음식은 특정 외식업체의 협찬이 아닌 지산 주변 음식점에서 공수해올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서울 중구 하야트호텔에서 1박2일을 보낸 라디오헤드는 일본으로 건너가 ‘후지록 페스티벌’ 무대로 열기를 이었다.

스포츠한국 엔터테인먼트부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