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일 서울대학교 대학본부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드디어 검증의 도마 위에 올랐다. 새누리당이 안 원장의 과거 발언과 행적을 문제 삼아 본격적인 검증 공세를 취하면서다. 검증의 타깃은 크게 보아 안 원장의 최대 무기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도덕성'에 맞춰졌다.

우선 10년 전 안 원장이 관여한 '인터넷 전문은행'이 문제가 됐다. 대기업 등이 은행업 진출을 위해 추진한 일에 안 원장이 참여한 것이 최근 출간한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강조한 금산 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제한) 강화 주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안 원장은 2001년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인터넷 전문은행 '브이뱅크'를 설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브이뱅크컨설팅에 참여했다. 이를 주도한 것은 재벌 2,3세와 안 원장을 비롯한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였다.

당시 브이뱅크컨설팅에는 SK와 롯데, 코오롱, 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과 벤처기업 20여개 회사가 공동 주주로 참여했다. 안철수연구소는 당시 자회사였던 '자무스'를 통해 증자 과정에서 3,000만원 규모로 참여했다.

이와 관련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인터넷 은행은 당시 새로운 은행 모델로 논의되던 상황이었고, 브이뱅크컨설팅도 검토 단계에 그쳤기 때문에 금산 분리 차원에서 똑같이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자회사가 참여한 것은 은행 보안 업무와 관련한 것일 뿐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안 원장이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 회원이었던 점을 근거로 그가 재벌 2,3세들과 인맥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이 때문에 안 원장이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인 한 벤처기업 대표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불 때 대기업쪽은 벤처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벤처 산업에 대해 공부해보자는 생각이었고, 벤처기업인들은 대기업이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 알고 싶어서 세미나 하고 공부하는 모임을 가졌다"면서 "그러나 양쪽의 문화가 근본적으로 달라 인맥을 형성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2003년 분식회계 등으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한 것도 논란이 됐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기업과 기업주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범죄가 된다"고 지적한 것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따랐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당시 최 회장은 안 원장이 대표로 있는 '아이에이시큐리티'에 30%의 지분을 투자하고 있었다"며 "단순히 '브이소사이어티'에 소속된 같은 멤버로서 구명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사업적 이해 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공세를 취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은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공세를 계속 펴기로 방침을 정하고, 자료 수집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인 조원진 의원은 "안 원장이 아직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게 아니라 (문제 제기를) 몇 가지만 한 것"이라며 "안 원장이 출마를 선언하면 각 분야별로 철저히 검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은 행동으로 나서 보다 적극적으로 안 원장을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박 전 비대위원장 대선 캠프 내에는 안 원장에 대한 과도한 검증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안들에 대해 후발적으로 검증을 하자는 경계론도 상당하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안 원장에 대한 검증 논란은 <안철수의 생각> 출간과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박 전 비대위원장을 앞선 데 따른 위기감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

박 전 위원장과 안 원장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새누리당의 안 원장에 대한 검증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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