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점지해주는 게 흥행이라면, 그에게는 천기(天氣ㆍ하늘의 기운)가 있는 게 분명하다. '범죄의 재구성'(2004년ㆍ212만명) '타짜'(2006년ㆍ684만명) '전우치'(2009년ㆍ613만명) 에 이어 최근 개봉한 '도둑들'까지 흥행작 반열에 올랐으니 말이다.

최동훈(41) 감독이 연출한 '도둑들'이 개봉(7월25일) 2주 만에 누적 관객수 727만명을 넘었다. 이런 페이스라면 한국 영화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 같다. 좀 섣부른 기대일지 몰라도 국내 흥행 사상 첫 1,500만 관객 돌파의 야망도 가질 만하다.

국내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와 외화를 통틀어 '챔피언'은 2009년에 개봉한 ''로 1,330만2,637명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를 만나기 위해 극장에 갔다는 얘기다.

순제작비 110억원에 마케팅비 30억원 등 총 140억원을 투자한 '도둑들'은 가뿐히 손익분기점인 450만명을 돌파하면서 한국 영화 사상 6번째로 1,000만 관객 고지를 예약했다.

한국 영화 중 역대 최고 흥행작은 2006년에 개봉했던 '괴물'로 1,302만 명이 극장을 찾았다. 또 마지막 1,000만 관객 한국영화는 2009년에 개봉했던 '해운대'다.

영화계의 이슈 메이커로 떠오른 최 감독은 평소 "우선 나부터 재미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를 만든 감독의 눈에 재미없는 영화는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힘들다는 게 최 감독의 확고한 소신이다.

'최동훈표 영화'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 감독은 "단점은 많지만 내가 연출한 영화 중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고 '도둑들'에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학원강사에서 영화감독으로

최 감독은 지난 2007년 중견배우 백윤식의 주례로 안수현(42) 케이퍼필름 대표와 결혼했다. 연일 흥행 기록을 집어삼키고 있는 '도둑들'은 최-안 커플의 합작품인 것이다.

부부가 처음 만난 것은 2000년 9월. 당시 영화사 제작부에서 일하던 안 대표는 회사에서 시나리오 각색작가였던 최 감독과 얼른 계약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안 대표는 개런티 1,000만원을 내밀었고 통장에 단돈 50만원밖에 없었던 최 감독은 내심 쾌재를 부르며 사인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다 5년 전 부부가 됐다.

안 대표는 제작자이자 영화인으로서 최 감독에게 자극과 영감을 준다. 안 대표는 최 감독의 영화에 대해 매서울 만큼 냉정하게 비평한다. "아내의 모니터링이 가장 혹독해요. 하지만 집에서도 일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희는 영화를 일이라고 생각 안 해요. 바로 삶인 거죠."

서강대 국문과를 나온 최 감독은 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 보습학원 국어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게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었다. 영화를 꿈꿨지만 감독까지 꿈꾸기는 어려웠다. 시나리오 작가만 돼도 많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랬던 그가 작가와 조감독 등을 거쳐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다. 돌아보면 10년 동안 참 많은 게 변했다. 문득문득'이런 게 인생이구나'라는 생각에 엷은 미소를 짓는 최 감독이다.

강하고 억센 소재 속 웃음

실미도
'괴물'의 신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최 감독은 충무로에서는 이미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2001년 임상수 감독의 '눈물'의 조감독으로 데뷔한 뒤 착실하게 성장했고 오늘날 이 자리에 섰다.

최 감독은 2003년 '바람난 가족'에서는 경찰, 2004년 '그때 그 사람들'에서는 군의관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7년 684만 관객을 기록했던 '타짜'의 연출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부각시켰다. 타짜'이전에 최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전우치'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도둑들'의 흥행 성공으로 최 감독은 단 4편의 영화만으로 2,000만 관객을 불러모은 감독이 됐다. '도둑들'이전 그의 작품 4편의 총 관객수는 1,518만4,063명이었다.

'도둑들'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한 팀을 이룬 한국과 중국의 프로도둑 10명이 펼치는 범죄 액션물이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임달화 김수현 등이 출연했다.

그의 영화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범죄 같은 강하고 억센 것들이 주소재가 된다. 그렇다고 최 감독이 범죄 자체에만 집착하지는 않는 듯하다. 또 그건 별 의미도 없다. 최 감독은 범죄로 연결된 인간의 삶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왕의 남자
최 감독은 "영화는 언제나 내게 충격적인 사건 같다"며 "그래서 강도가 센 걸 써야 그 안에 서스펜스(박진감)나 갈등을 넣을 수 있고, 다시 코미디로 완화하고 또 긴장시키는 과정을 그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자 넘어야 신기원

'도둑들'은 제목답게 연일 신기록을 '훔치고' 있다. 개봉 첫날부터 역대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 신기록(영화진흥위원회 기준)에 이어 역대 최고 주말 박스오피스 신기록, 한국 영화 사상 최단 기간 40만 돌파까지 각종 신기록들을 갈아치웠다.

또 올해 국내외 개봉작 중 최단 100만(3일 만) 기록을 시작으로, 최단 200만(4일 만), 최단 300만(6일 만), 최단 400만(8일 만), 최단 500만 돌파(10일 만)도 '도둑들'이 해냈다.

하지만 영화업계의 최대 성수기인 8월 들어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도둑들'의 독주에 제동을 걸 태세다. '도둑들'을 견제할 최고 다크호스로는 김주호 감독 차태현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꼽힌다.

태극기 휘날리며
지난 8일 개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시대 금보다 귀했던 얼음을 훔치기 위해 모인 꾼들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범죄 집단이 팀플레이를 이루는 케이퍼(Caperㆍ범죄) 영화라는 점에 '도둑들'과의 정면승부가 예상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날 개봉한 코믹 장르 '나는 왕이로소이다'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장규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3년 만에 복귀한 주지훈이 1인 2역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는 왕이 되기 싫은 세자 충녕대군이 자신과 닮은 노비 덕칠과 서로 신분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역사적 사실에 발랄한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도둑들'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넘어 3년 만의 1,000만 관객 돌파와 한국 영화 사상 최대 관객 신기원의 야망을 이룰 수 있을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동훈 감독은

아바타
출생: 1971년

가족관계: 배우자 안수현

학력: 서강대학교 국문과 졸업

주요경력: 한국영화아카데미 15기 졸업

감독 데뷔: 2004년 '범죄의 재구성'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
수상: 2004년 제6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각본각색상

2004년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

2004년 대종상 신인감독상

주요 작품: '범죄의 재구성''전우치'

'타짜''도둑들'

1000만 관객 돌파 첫 한국영화 ''


김현준기자


영화, 음반, 도서 등 문화 분야에서는 국내시장에서만도 텐밀리언 셀러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중 1,000만이란 숫자가 가장 중요시되는 분야로 영화가 꼽힌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영화 중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총 5편. 그중 텐밀리언 셀러 고지를 가장 먼저 밟은 것은 ''였다. 2003년 말 개봉한 는 이듬해 2월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최종 관객수가 1,108명으로 기록된 의 성공요인은 1970년대 북파 공작원의 실화라는 소재의 무게감과 비극적인 결말이 꼽힌다.

''의 뒤를 이어 1,000만 관객을 달성한 것은 ''였다. ''는 개봉 39일 만에 텐밀리언 셀러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와 ''는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어 ''(2005년 12월 개봉), '괴물'(2006년 7월 개봉), '해운대'(2009년 7월 개봉) 등이 잇따라 텐밀리언 셀러 반열에 올랐다.

5편의 영화 모두 쓰나미, 괴물, 광대 등 생소한 소재로 이뤄진 데다 성수기인 7월, 12월에 개봉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5편의 영화 중 최다 관객을 동원한 것은 '괴물'로 총 1,302만명을 기록했다.

국내상영 외화 흥행 1위는 ''

역대로 국내에서 상영된 외화 중 흥행 1위는 ''가 차지했다. 2009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1,330만2,637명의 관객을 동원해 국내외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흥행 2위는 지난해 778만4,944명을 불러모은 '트랜스포머3-다크 오브 더 문'이다. 3위는 같은 해에 선을 뵌 '미션 임파서블4-고스트 프로토콜'로 755만2,324명이 이 영화를 봤다.

4위는 2007년에 개봉한 '트랜스포머'로 740만2,211명을, 5위는 '트랜스포머2-패자의 역습'으로 739만2,990명의 관객을 유치했다. 6위는 금년에 개봉해서 화제를 모았던 '어벤져스'로 706만2,081명이 극장을 찾았다.

7위는 2003년 국내에서 개봉된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으로 총 관객수는 596만명, 8위는 2010년 개봉작 '인셉션'으로 총 관객수는 582만7,444명으로 기록됐다.

9위는 2006년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3'으로 574만689명이, 10위는 2009년 개봉작 '2012'로 543만7,871명이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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