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있었나?"

"낭가삭기(郞可朔其ㆍ나가사키)입니다."

대만에서 일본으로 가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상선이 1653년 8월 16일 태풍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했다. 헨드릭 하멜(1630~1692년)은 조선에서 겪은 일을 기록한 난선제주도난파기(蘭船濟州島難破記ㆍRelation du Naufrage d'un Vaisseau Hollandois)를 썼다. 하멜표류기로 알려진 이 책은 조선을 유럽에 소개한 첫 서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멜 일행에 앞서 표류한 외국인도 많다. 한양에서 내려온 통역관 박연도 네덜란드 출신으로 1627년 제주도에 도착했다 귀화했다. 박연의 네덜란드 이름은 얀 벨테브레. 하멜은 동포를 만나 기뻤지만 조선은 외국인을 나라밖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낙담했다. 청나라에서 볼모로 지냈던 효종은 북벌 계획을 갖고 있던 터라 조선 사정이 청에 들어가지 않도록 외국인을 억류했다.

훈련도감 포수가 된 하멜 일행은 1655년 청나라 사신에게 탈출을 부탁했다가 발각됐다. 이 일로 하멜 일행은 전라도 강진으로 추방됐고, 유배지인 전라좌수영에서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1666년 일본으로 탈출한 하멜은 14년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받기 위해 보고서로 하멜표류기를 작성했다. 조선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하멜은 조선을 미신과 무지가 지배하는 야만의 세계로 묘사했다.

인도네시아 바타비아(현 자카르타)에 자리를 잡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하멜표류기를 통해 일본이 조선과의 교역에서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인도회사는 조선과 직접 통상하고자 1,000톤급 상선 코레아호를 네덜란드에서 건조했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조선과 교역하면 관계를 끊겠다는 일본의 반발 때문에 코레아호는 조선에 도착하지 못했다.

만약 코레아호가 조선을 오갔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조선이 네덜란드와 교역을 통해 서구 문물을 빨리 받아들였거나, 네덜란드가 조선을 인도네시아처럼 식민지로 삼고자 침략했을 수 있다. 하멜이 표류한 지 359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외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나?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