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실세 2인자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5일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장 부위원장의 방중 성과는 기대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일각에서 '빈손 귀국'이니 변함없는 북중관계를 재확인한 것 외에는 특별한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그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중에서 얻은 성과 이상의 것을 장 부위원장이 성취했다"고 전했다. 그는 "식량과 농자재 지원을 비롯해 차관도 최소 10억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무엇보다 김정일시대와 달리 중국에게서'당당하게'얻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고위 관료의 말을 빌어 "장 부위원장은 "안되면 말라"는 최후통첩 식으로 중국을 압박해 상당한 지원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장 부위원장이 '미국'과 한국 등 '제3의' 카드를 적절히 활용해 중국도 어쩔 수 없이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과 오랜 기간 무역을 해온 대북 소식통은 장 부위원장이 중국에서 얻어낸 대북 투자가 상당 부분 북ㆍ중 접경지대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황금평, 위화도, 나선지구는 물론, 투먼, 훈춘 등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북중 간 공동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택
복수의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장 부위원장이 중국에서 가져온 '보따리'의 내용물은 거의 '경제'로 채워져 있으며, 향후 북한 변화의 방점도 경제에 둘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한 장 부위원장의 방중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 장 부위원장은 50여 명의 방중대표단에 북한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을 동행했고, 이에 앞서 김정은 체제의 주요 인사들을 '경제통'으로 포진시켰다. 따라서 장 부위원장이 가져온 '중국 보따리'를 풀 이들도 이른바 ' 사람들'이다.

북한에서 군(軍)이 차지하는 특수한 매커니즘에 비춰 우선 주목할 인물은 신임 총참모장이다. 지난 7월 중순 해임된 리영호를 대신해 군부를 총괄하게 된 은 평안북도와 자강도 등 북중 국경수비를 담당하는 8군단장 출신으로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무역 및 국경지대 거래까지 총괄한 경험이 있는 '경제통'이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중 접경지대 공동개발에 필요한 북한 인력공급은 물론, 여러 경제사업에 군이 광범위하게 동원되는 과정 등이 최종적으로 총참모장의 손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달 23일께 황해남도 최전방에 후방부대 인력이 '경제'분야에 투입된 것은 그러한 맥락이다.

전 내각 총리이자 현 경공업부장도 핵심 인물이다. 박 부장은 2003년 내각총리에 올라 '7ㆍ1경제관리개선조치'를 주도했다가 군부와 당내 보수세력의 반발로 2007년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다. 이후 부위원장의 힘을 배경으로 2010년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복권된 뒤 다시 2년 만에 부장에 올랐다. 박 부장은 2002년 경제시찰단으로 장 부위원장과 함께 한국을 다녀간 인물로 북한 주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공업 분야를 총괄한다.

현영철
박 부장과 더불어 2003년 당시 내각에서 경제개혁을 주도했던 곽범기 중앙위 비서, 로두철ㆍ전승훈 부총리 등 '경제개혁 4인방' 멤버도 김정은 체제에서 중용되면서 북한 경제개발의 주역으로 꼽힌다. 기계공업부장 출신인 곽범기 비서, 국가계획위원장을 지낸 로두철 부총리, 올해 금속공업상을 맡은 전승훈 부총리 등은 모두 경제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갖추고 생산현장에서 실무경험도 쌓은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로 올해 '6ㆍ28조치'의 구체적인 후속 경제개혁 조치를 수립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부위원장의 방중에 동행한 리광근 합영투자위원장과 리수용 전 합영투자위원장도 주요 인물이다. 리광근 위원장은 독일 유학을 마치고 무역성, 대외경제위원회, 무역회사 등에서 근무하다 47세 때인 2000년 무역상에 기용된 전문 경제관료다.

30년간 스위스 대사를 지낸 리수용 전 위원장은 2010년 귀국해 합영투자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아 위화도ㆍ황금평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 나선 경제특구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영림 내각 총리는 부위원장도 인정하는 경제분야 최고참 원로이자 김정은 체제의 공식적인 '경제 사령탑'이다. 북한 경제의 큰 그림은 최 총리와 장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그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에 시급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최대 적임자는 사실 부위원장이다. 그는 경제통인데다 군과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최고 '실세'다. 또한 북한 경제의 종자돈으로 활용할 '중국 보따리'를 가장 잘 풀 수 있는 장본인이다.

박봉주
북한의 경제와 미래가 과 그의 사람들에게 달린 셈이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