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대선테마주'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동시에 이런 테마주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테마주의 위험을 아무리 지적해도 좀처럼 과열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테마주를 둘러싸고 "작전세력을 통해 정치자금이 조성되고 있다"거나 "특정 후보가 테마주를 이용해 측근들에 거액의 차익을 실현케 해주고 있다"는 등등 온갖 소문이 양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선테마주를 일컬어 '폭탄 돌리기'라고 부른다. 언제 어떻게 내려앉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창 오름세를 보이다가 별안간 어느 시점에 폭락하는 것이 테마주의 특징이다. '폭탄 돌리기'라는 말은 누군가는 죽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개인투자자들 일명 '개미'들이다.

대선테마주는 대선후보의 친인척, 동문, 사외이사 경력, 관련 정책 등이 하나만 연계되도 테마주로 묶인다. 테마주는 대선 후보들의 말, 행동, 주변동향 하나하나에 반응한다.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주가가 폭락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금융당국은 테마주에 대해 단속을 하고 있지만 하나마나한 단속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이다. 폭등하는 테마주를 투자주의 종목 또는 투기종목으로 지정하고 단속해도 잠시 주춤할 뿐 며칠 지나면 다시 슬금슬금 요동치기 시작한다.

문재인
대선테마주 짜릿한 유혹

사실 대선을 앞두고 일부 관련 종목들이 '정치테마주'로 급부상하며 투기의 장이 되는 것은 매 선거마다 있어온 일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테마주 광풍은 유별나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이번 대통령 선거 판세는 지난 선거와 달리 예측이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주식시장의 침체도 한몫하고 있다. 글로벌 재정 위기로 올해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수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급등락을 반복하는 테마주로 짭짤한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테마주는 거품이 꺼질 경우,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테마주의 매력을 쉽게 포기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유력 대선 주자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테마주인 안랩의 경우 228%, 써니전자는 무려 1746% 급등했다. 지난 1년간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9%, 15% 올랐다.

또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테마주를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박 후보의 대표 테마주인 EG는 지난 1년 사이 약 145% 올랐고, 비트컴퓨터는 280% 급등했다. 민주통합당 경선후보의 테마주인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은 1년 사이 무려 835%, 628% 치솟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은 막대한 차익실현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못하고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테마주를 집중감시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미봉책에 불과하다.

안철수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테마주 특별조사반'을 설치하고 정치테마주 검열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지난 3월부터 시장경보제도를 개선하고 테마주를 경계에 나섰지만 '테마주 광풍'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일부 테마주의 경우 재정상태나 재무구조 등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투자자들이 몰려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8월 주가급변 관련 조회공시요구 종목 중 정치테마주로 알려져 있는 9종목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주가상승률이 102.5%로 나타났으나 뚜렷한 주가급변 사유가 없었다"면서 "대부분 전분기 또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의 규모가 감소하거나 적자폭이 확대되는 경향을 나타냈다"고 테마주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테마주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모럴헤저드다.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대주주들은 주식을 처분하고 빠져나가 다른 투자자들이 손실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이에 금감원은 "상장기업의 사업내용과 영업실적을 면밀히 분석한 후 여러 종목을 선택해 장기ㆍ분산투자해야한다"고 충고하지만 지극히 교과서적이어서 테마주 투자자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테마주- 측근들 개입

후보의 테마주는 박 후보가 유력주자로 거론되면서 최근 급상승하고 있다. 박 후보의 인맥주로 거론되는 비트컴퓨터의 경우 1년간 세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그리고 올해 들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며 전형적인 작전주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지난 1월 초 9,000원에 달했던 주가가 지난 9일 금감원 단속 발표 이후 지난 13일까지 닷새간 30% 가까이 내렸다. 지난 6월 발표 때는 당일에 5.8% 급락한 뒤 이내 상승세를 되찾았다.

박근혜
박 후보 동생인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EG의 경우 2011년 주가 상승률은 66.31%지만 올 들어서는 오히려 8% 가까이 내렸다. 하지만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박 후보의 저출산 관련 정책 수혜주로 꼽히면서 작년에 주가가 4~5배 올랐던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의 주가는 올해 각각 27.6%, 29.2% 내렸다. 이 주식 역시 최근 박 후보가 다시 대세로 부상하자 급등하고 있다.

통상 선거 테마주에는 유력 후보의 인맥이 뿌리내리고 있다. 박 후보의 테마주에는 박 후보의 친인척과 가족들 그리고 여러 측근들이 들어가 있다. 하츠에는 박 후보의 사촌인 박설자씨가 있다. 이 회사의 대표 김희용씨가 박씨의 남편이다. 대림B&Co은 이혜영 사장이 박 후보가 나온 서강대의 경영학과 출신이어서 테마주로 묶였다. IMBC는 장수장학회가 MBC지분 30%를 보유하고 있고, 비트컴퓨터는 조현정 대표이사 회장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이다.

화진도 주목을 끈다. 이 회사 조만호 대표이사가 지지모임에 참여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 때문에 테마주에 포함됐다. 가장 주목을 끄는 회사는 신우와 서한이다. 신우에는 박 후보 남동생 박지만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참여했다. 서한은 이 회사의 조중수 대표가 박 후보 후원회장으로 알려지면서 테마주에 합류했다.

EG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박지만씨가 이 회사 회장이다. 엠텍비젼은 이성민 대표이사가 씽크탱크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돌고 있다. 이 밖에 쌍방울에는 이규텍 미래희망연대 전 대표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고 대유에이텍은 박 후보의 조카사위가 이 회사 최대주주인 박영우 회장이다.

눈총을 받는 것은 EG 대표 박지만씨다. 박씨는 16만여 주를 주당 5만원 이상에 매도해 80억여 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된다. 박 후보의 테마주로 주가가 상승했을 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테마주- 광풍 주도

유력 대선 후보인 원장 테마주는 테마주 열풍의 진원지로 꼽힌다. 안 원장의 안랩(연구소)을 포함한 테마주는 이번 대선 테마주들 가운데 가장 주목 받고 있다. 안 원장 테마주들은 대부분 부실한 회사들이지만 지난해 서울 시장 선거 전후로 급등한 뒤 테마주로 꼽히며 이유 없이 초스피드로 급상승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정도 상승률이면 로또와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1년간 안 원장 테마주로 엮인 종목 가운데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써니전자다. 써니전자 주가는 올 초만 해도 300~400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20배가량 올랐다. 써니전자의 경우, 6월 19일 조치 이후 7월 6일(종가 3475원)까지 주가가 25% 정도 내렸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주가는 이를 기점으로 쉴 새 없이 반등해 7월에는 6,000원대에 진입했다. 이어 8월 말에는 1만1,000원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안랩 주가는 작년에 633.5% 올랐고 현재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1월 3일 16만7,200원에 비해서는 28.5% 하락했지만 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대선 출마선언이 있을 경우 최고점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 원장의 테마주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작전세력이 개입한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적인 상황을 이용해 주가띄우기를 도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 원장 테마주의 인맥구성을 살펴보면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오픈베이스는 정진섭 회장이 안 원장과 같은 서울대와 스탠퍼드대 출신이다. 또 정 회장은 안랩과 사업 연관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링네트는 이주석 대표가 안 후보와 같은 서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이고 안 원장의 부인이 이 회사의 사외이사로 알려졌다. 링네트는 2,000원대였으나 지난 4월경부터 급상승해 9월 13일 현재 6,640원이다. 써니전자는 송태종 대표가 과거 안랩기획이사 재직 경력 있고, 다믈멀티미디어 전영홍 대표는 안 원장의 융합기술소 후배다.

써니전자와 더불어 대표적 안 원장 테마주로 최근 급등하고 있는 미래산업은 정문술 회장이 안 후보와 친분이 두텁고 안 원장를 후원한다는 소문이 있다. 디웍스글로벌의 이병두 대표는 안 원장 대통령 만들기 사조직 '나철수(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의 공동대표다. 인포뱅크는 캠프에 SNS에 능한 전문가가 합류했다는 소식에 급등하고 있다. 역시 급등하고 있는 솔고바이오는 이민화 사외이사가 와 친분이 있다. 또 프리엠스 사외이사인 혼순영 이사가 재단 상임이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우성사료, 케이씨피드 등이 안 후보 테마주로 꼽힌다.

안 원장 테마주 가운데 써니전자는 모럴헤저드로 비판받고 있다. 경영진이 테마주로 꼽혀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막대한 사익을 챙겼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써니전자 경영진인 곽영의씨 일가는 이달 들어서만 9차례에 걸친 지분 매각으로 70억원을 챙겼다.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후인 지난 5월 4일 이후부터 곽씨 일가는 28회에 걸쳐 299만8769주를 매각해 총 22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4억438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을 만큼 경영이 취약한 상태다. 그러나 경영진은 3개월여 만에 회사 자기자본(2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경영진은 물론 써니전자 법인도 지난 7일과 10일, 11일 자사주 50만주를 처분했다. 매각대금으로 37억1,004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써니전자는 지난 13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추가로 3만1,012주를 24억7,732만원에 처분할 예정이다.

테마주 - 들썩들썩

후보의 테마주는 최근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경선에서 연전연승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문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유력시되면서 문 후보 테마주의 상승세가 타 후보 테마주를 압도하는 기세다. 또 문 후보가 부상하면서 덩달아 이해찬 대표의 테마주도 급상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문 후보 테마주와 이 대표 테마주를 묶어서 하나의 테마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문 후보의 대표 테마주는 우리들 생명과학과 우리들 제약이다. 이 회사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 이상호씨가 최대주주로 있는데, 그는 문 후보 소속 법무법인과 법률 자문관계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주가 상승의 기쁨을 맛보고 있는 바른손은 이 회사 관련 법무를 문 후보 소속 법무법인이 담당하고 있다. 에이엔피는 친노계 인사 송철호 변호사가 비상근 이사다. 위노바는 이상호 우리들병원 병원장 아들 이승열씨가 사장인 이유로 테마주로 묶여 있다. 아미노로직스 윤훈열 대표가 참여정부 시절 행사기획비서관을 씨와 같은 시기에 지낸 바 있다.

피에스엠씨와 풍산은 노사모 전 대표가 회사 임원이다. 문 후보가 법무법인 부산에 있을 때 풍산마이크로텍이 고객이었으며, 류진 풍산그룹 회장과 문 후보는 개인적 친분이 있다. 동양강철은 이 회사 대표와 문 후보와의 친분설이 있다.

' 테마주'로 형성된 우리들제약과 우리들생명과학 최대주주는 지난 2월과 4월에 걸쳐 주식을 대량 매도해 각각 10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이 대표 관련주는 영남제분이다. 영남제분은 이 대표와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이 지난 '2006년 3ㆍ1절 골프' 파문을 통해 친분관계가 알려지면서 관련주로 인식됐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