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선 후보가 20일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본사를 방문 김상훈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9일 출마 선언으로 18대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무소속 안 후보간 3강 구도로 압축됐다.

안 후보와 문 후보 간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가 남아 있지만 대선 가도의 첫 출발점은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여당의 박 후보, 진보 진영의 후원을 얻고 있는 민주당의 문 후보, 중도층 및 정치 무관심 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안 후보의 치열한 3자 대결구도로 짜여졌다.

안 후보는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며 그 과정에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다. 그러면서 여야 정당을 쇄신이 필요한 기성 정치권으로 평가절하하면서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와의 회동 제의를 공개적으로 했다.

일단 안 후보가 '제3의 길'을 걷겠다고 천명한 것이니 새누리당은 은근히 3자 구도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됐고, '아름다운 단일화'를 꿈꾸던 민주당은 안 후보 측의 대선 완주 여부에 촉각을 모으게 됐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석 달이다. 더구나 11월 말인 후보 등록시점 이전에 단일화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안 후보가 스스로 밝힌 단일화 전제 조건이 성립되려면, 두 달 여 만에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동의 표명 등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문재인 대선 후보가 21일 평택시 와락센터를 방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손용석기자
여기에 민주당과 안 후보 측이 후보단일화 방식을 놓고 협의를 해야 하는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남은 기간은 이보다도 적다. 역순으로 생각해 보면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내에 정치권의 혁신적 변화와 국민의 동의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 된다.

안 후보가 자신의 공언을 뒤엎으면서 납득이 가능한 사유를 붙이거나,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이 정도면 정치권 개혁이 이뤄졌다'고 타협하듯이 결론 내지 않으면, 사실상 발언 내용을 그대로 지키긴 힘들다. 때문에 안 후보의 단일화 전제 조건은 민주당 측의 대폭적인 양보를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만족할 만한 답변이 없을 시에는 3자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압박이다.

공은 이제 민주당으로 넘어 갔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의 요구 조건을 먼저 들어본 뒤 이에 준하는 답안을 민주당이 제시해 안 후보가 수락하는 방식이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엔 ▦안 후보 세력의 민주당 집단 입당 시 적절한 지분 할애 ▦경선 룰 방식에 대한 안 후보의 요구조건 상당 부분 수용 ▦공동 정권 수립 이후의 지분 보장 등이 양측의 접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결정적 열쇠는 지지율이 된다. 추석 연휴를 거치며 새롭게 조성될 이들 세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 변화 추이가 3자 구도냐, 양자 구도냐, 양자 구도 시 박 후보의 파트너가 누가 되느냐 여부를 가르게 될 전망이다.

安, 지지율 끌어올려 文 압박

안철수 대선 후보가 20일 자신이 설립한 성남시 분당의 '안랩'에 들러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안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전까지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에게 지지율을 역전당하며 판세 점검에서 추월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문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13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결선 투표마저 없애는 바람에 컨벤션 효과가 더해져 맹렬한 기세로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지난 18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후보는 26.1%로 박 후보(38.6%)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안 후보(22.5%)를 따돌리기도 했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성사됐을 경우를 가정해 묻는 양자대결 조사에서도 문 후보는 박 후보에게 47.1%대 44.0%로 오차범위 내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후보가 양자대결 가상 조사에서 박 후보에 앞선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안 후보는 박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44.7%대 44.5%로 0.2%포인트 차이로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권 지지층에서 안 후보보다 문 후보에게 관심을 더욱 기울일 만한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실제 같은 날 조사된 야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문 후보는 44.9%로 안 후보(32.3%)를 오차범위 바깥으로 밀어내며 따돌렸다.

이같은 상황에서 안 후보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다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리얼미터의 18,19일 양자대결 조사에서 안 후보는 48.3%의 지지율로 박 후보(42.5%)를 눌렀다. 문 후보(48.1%)도 박 후보(42.3%)에 앞섰다.

야권 후보의 양자 대결도 다시 혼조세로 돌아섰다. 지난 조사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에 크게 앞섰지만 18,19일 조사에서는 각각 39.0%와 38.8%로 0.2%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의미 없는 격차다.

상대적으로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는 박 후보는 다자 대결 조사에서만 우위를 유지했다. 박 후보(35.7%) 안 후보(26.5%) 문 후보(24.3%)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번번이 문 후보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발목을 잡는 안 후보가 몹시도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현실이다. 남은 기간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압도하지 못하면 오히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압박은 문 후보 쪽으로 쏠릴지도 모른다. 반대로 문 후보가 다시 상승 국면으로 전환해 안 후보를 따돌린다면 반대로 안 후보에게 여론의 화살은 집중되기 마련이다. 양측이 지지율 싸움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3자구도로 가다가 문 후보나 안 후보가 모두 독자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을 정도의 지지율을 나타낸다면 단일화 자체가 불필요해진다. 하지만 견고한 박 후보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단일화 필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3자 대결에 기대 거는 與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3자 대결로 귀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때문에 박 후보 캠프에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간극 벌리기에 애쓰고 있다. "안 후보가 자신의 공언처럼 새 정치를 하려면 민주당과 같은 기성정당에 들어가서는 불가능하다"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계속 정치를 하려면 중립지대에서 신당을 만들어야 다음에 가능성이 있다" "단일화 전제인 정치 개혁의 분명한 가이드라인의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 는 등의 이야기를 쏟아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크게 세 갈래의 시나리오를 두고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다. 야권 후보가 연합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문 후보 혹은 안 후보와의 1대1 대결, 아니면 3자 대결이다.

새누리당 측에서는 추석 전 지지율 조사에서 양자대결마저 야권에게 추월하는 현재 판도를 다시 뒤집어야 할 형편이다. 역사관 논란이나 계속되는 당내 인사들의 공천 관련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어떤 식이든지 선을 그어야 한다. 다만 현재의 야권 주자 지지율이, 문 후보는 대선 후보 선출로, 안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에 의한 컨벤션 효과가 얹혀져 있는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돼 검증 공세에 이어 문 후보와 안 후보간 불을 뿜는 2위 전쟁을 벌일 경우 지지율은 재조정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둘 중에 누구를 상대하는 것이 유리한가라는 질문에는 답이 엇갈린다. 젊은 층의 지지 열풍에 힘입어 안 후보가 새 정치 바람을 불어올 경우, 박 후보가 상대하기 더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고, 야권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문 후보에게 쏠리는 상황에서 안 후보 지지층마저 힘을 보탠다면 문 후보 쪽이 더 버거운 상대란 분석도 있다.

변수는 安의 공언 지키기?

변수는 있다. 안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내건 전제조건이다.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성숙돼야 국민이 이를 정치 혁신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만일 큰 틀의 변화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아 타협한다면 국민은 안 후보에 대해 적잖은 실망감을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

안 후보에 대한 신선함이나 새 정치를 위한 바람이 그의 자산인데 이를 본인이 스스로 뒤집는 행태를 보인다고 하자. 유권자들은 그에 대해 차가운 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이 경우 대선 승패와 관계없이 계속 정치를 할 것이란 그의 목표도 멀어질 수 있다. 깜짝 놀랄 만큼의 변화가 담보돼야 국민은 이를 정치 쇄신으로 받아 들일 것이란 이야기다. 때문에 안 후보가 지지율 상승 및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화 등을 위해 내놓은 공언이 대선 가도에서 적잖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단일화로 갈 수 있는 길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안 후보는 추석 연휴를 넘기면서 지금의 제3의 길을 고수하면서 기성 정치권과의 차별적 행태를 보이는 데 주력할 것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는 물론 문 후보와도 대척점에 서서 서로 총구를 겨눌 수도 있다.

문 후보도 야권의 단일 후보 자리를 위해서 무소속으로서의 안 후보의 한계 등을 집중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지지층이 나뉠 수도 있고 상호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

물밑에서 단일화 협상은 계속되겠지만 안 후보 측이 만족할 만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새 정치를 꿈꾸는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이 아니라 다음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자신이 강조하는 제3의 길을 위해 무소속 후보로 끝까지 완주할지 모른다. 비록 이번엔 야권 지지층에게 비난을 듣겠지만 다음에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란 기대 속에서 말이다.

여기서 지지율이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월등히 앞서거나 반대로 안 후보가 크게 우위를 보인다면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안 후보가 차기도 염두에 두면서 의외로 독자노선을 고수할 수도 있다. 지지율이 엇비슷할 경우엔 단일화 경선 룰을 놓고 한바탕 홍역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안 후보가 선거 캠프 총괄역에 박선숙 전 의원을 선임한 것은 눈 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박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첫 여성 대변인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는 환경부 차관을 역임했다. 또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소속 회원이다. 향후 야권 단일화 국면에서 안 후보와 민주당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요동친 대선 정국이 막판에 그의 후보 단일화 결심 여부를 놓고 또 한번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안 후보의 최종 선택이 대선 마지막 순간까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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