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인간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그 세상과 인간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 대화는 '공감'을 통해 하나가 된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나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깬 '도둑들'에는 '공감'이란 공통의 매개가 자리한다. 무릇 영화마다 그 '공감'의 결과 지점은 다르지만 '소통'을 지향하기는 매 한가지다.

이렇게 영화의 본질이, 영화에 내재한 궁극의 힘과 가치가 '공감'과 '소통'에 있다고 최근 출간된 <영화로 소통하기, 영화처럼 글쓰기>는 전한다. 저자는 문화부기자, 문화부장, 문화대기자를 거친 '영화통'인 이대현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영화 홍보마케터로 20년간 일했고 현재 동국대 영상문화콘텐츠연구소 상임연구원인 부인 김혜원씨다.

책은 영화 비평이라는 냉정한 관찰을 기반으로 영화 속 밀어들을 날카롭고 섬세한 눈으로 건져내 대화의 장으로 이끈다. 말(의미)이 건네지고 이에 화답하는 과정에 '공감'의 끈이 연결된다.

저자는 "공감을 위해서는 눈과 가슴을 열고 영화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가 정해놓은 길만을 무작정 따라가도,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때론 정반대의 길을 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눈과 가슴을 가질 때 영화는 새로운 세상과 인간을 만나게 해 준다는 것.

저자의 손길을 거쳐 우려낸 최근의 영화 30편 속에는 또 다른 '나'가 있고, 만나야 할 인간이 있고, 우리가 살아가야할 세상이 존재하며, 소중히 해야 할 가치들이 녹아있다. 가령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영웅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자아의 정체성을, '건축학개론'에서는 첫사랑의 잊지 못할 기억을 마주하며, '완득이'에서는 진정한 멘토의 조건을 깨닫게 한다.

영화 '건축학 개론'
책은 그것들을 섬세한 느낌과 감성, 예리한 눈으로 찾아내서는 우리에게 확인시켜준다. 이런 것들이다. '머니볼'은 야구를 통해 인생을 얘기하고 세상을 이야기한다. 한 번쯤은, 한 사람쯤은 인간과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고, 걸어가 보라고. 그러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상도 만나고, 새로운 가치들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루밑 아리에티'에서는 '공존'에 대해 "내 것만을 강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파괴다. 나와 다른 삶과 존재방식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타인과의 소통과 공존과 사랑의 시작이다"고 말한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도가니'에선 "소설이 진실을 파헤치고, 정의를 외쳐야 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그것도 모자라 영화가 다시 외쳐야 만이 놀라서 돌아보는 사회는 더 불행하다"며 '영화의 힘' 을 상기시킨다.

이렇듯 책은 단순한 영화비평서가 아니고 영화를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고 '공감'을 모색, 또 다른 '소통'의 창을 열고자 한다.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생각으로 인해 소통 단절의 벽을 쌓고 사는 사람들에게 책은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관용과 공감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제시해준다. 이대현ㆍ김혜원 지음. 다할미디어출판사. 1만7,000원.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