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산 동쪽 기슭에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인 영국사가 앉아 있다. 통일신라 후기에 창건된 고찰로 추정되며 고려시대인 12세기에 원각국사가 중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후 고려 고종(재위 1213~1259) 때 안종필이 왕명으로 탑, 부도, 금당 등을 중건하면서 국청사(國淸寺)라고 불렀다. 고려 공민왕 10년(1361년) 홍건적의 난 때 이곳에서 국태민안의 기도를 올리다가 근위병들이 홍건적을 무찌르고 개경을 수복하자 왕이 기뻐하며 절 이름을 영국사(寧國寺)로 바꾸었다.
천태산 입구 주차장에서 시를 써놓은 걸개들을 좌우로 끼고 10분쯤 오르면 '영국사 0.6km 삼단폭포 0.2km'라고 쓰인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서 왼쪽 샛길로 3분 남짓 오르면 진주폭포가 숨어 있지만 안내판이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모르고 지나친다. 진주폭포는 그다지 높지 않고 수량도 미미하지만 늦가을이면 붉은 단풍과 어우러진 자태가 아름답다.
단풍과 은행잎이 동시에 펼치는 가을 향연
삼신할멈바위를 지나면 삼단폭포가 반긴다. 수십 미터 높이의 우람한 바위를 타고 3단으로 나뉘어 떨어지는 물줄기로 옛 이름은 용추폭포였다. 비가 내린 뒤에는 장쾌한 물기둥이 위압감을 주지만 갈수기에는 수량이 부족해 아쉽다.
10월말부터 노랗게 물드는 영국사 은행나무는 11월 상순 무렵에 샛노란 빛깔이 절정으로 다다른다. 천태산 단풍도 이때를 전후하여 물들므로 영국사는 11월 상순경에 찾는 것이 가장 좋다. 보통은 단풍이 진 뒤에 은행나무가 물들지만 이곳은 거의 동시에 가을 향연을 펼치는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은행나무 바로 위에 영국사가 올라앉아 있다. 대웅전, 만세루, 극락보전, 산신각, 심검당 등의 당우를 거느리며 단아한 산사의 운치를 풍긴다. 충북 유형문화재 61호인 영국사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식 맞배지붕집으로 조선 고종 때 중수하고 1980년 해체 복원했다.
대웅전 앞에는 보물 533호인 삼층석탑이 서있다. 2중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올린 높이 3.15미터의 이 화강암 석탑은 신라 말기인 10세기경 작품으로 추정된다. 옛 절터에 넘어져 있던 것을 1942년 이 자리로 옮겨 복원했다.
보물 4점 간직한 통일신라 후기 고찰
원각국사비 위쪽에는 주인공을 알 수 없는 두 기의 부도가 있다. 높이 1.84미터인 원구형 부도(충북 유형문화재 185호)와 높이 1.9미터인 석종형 부도(충북 유형문화재 184호)가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부도들을 보고 발길을 돌린다. 그러나 정작 소중한 부도는 여기에서 100미터쯤 더 올라가야 만난다.
보물 제532호인 영국사 부도는 높이 1.76미터로 신라와 고려시대에 유행하던 팔각원당형으로 조성되었다.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아담한 자태의 이 부도는 원각국사비와 같은 시기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며 주인공은 원각국사로 추정된다.
삼단폭포와 매표소 사이에서 남쪽으로 드리운 샛길을 더듬으면 보물 제535호인 망탑봉 삼층석탑에 닿는다. 망탑봉 위에 있는 거대한 자연석 화강암반을 기단으로 삼아 세운 석탑으로 높이 3미터에 이른다. 각부 양식과 조각수법으로 보아 고려 중기인 12세기경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방이 탁 트여 천태산 주변을 조망하기에도 그만인 곳이다.
#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은 경부선 영동역 앞에서 명덕 방면 시내버스를 타거나, 옥천역 인근 시내버스 터미널에서 양산 방면 버스를 이용한다. 영동 출발 버스는 천태산 주차장까지 들어가지만, 옥천 출발 버스는 천태산 입구 도로변에서 내려야 한다.
# 맛있는 집
영동 나들목에서 영동읍으로 들어가는 중간 지점인 송천교 앞에 자리한 박달가든(043-742-9900)은 돌솥밥정식과 영양돌솥밥으로 유명하다. 둘 다 돌솥밥에 20여 가지 반찬이 올라 상차림이 푸짐한데 정식의 경우에는 전골과 생선전 등이 추가된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개운한 된장뚝배기와 들나물 무침, 다양한 산나물, 생선구이와 조림, 젓갈류, 장아찌 등의 밑반찬이 모두 깔끔한 맛이다. 이외에 도가니탕, 비빔밥, 냉면, 한우구이 등 다양한 한식을 낸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