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문 후보 측은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단일화가 어렵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안 후보 측은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발을 빼는 모습이다.

단일화 논의에 상대적으로 급한 쪽은 아무래도 지지율이 처지는 문 후보다. 이에 따라 문 후보 캠프는 보다 강도를 높여서 안 후보에게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자고 공개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제 단일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며 "늦어도 11월 초에는 구체적 협상이 진행돼야 후보등록(11월25∼26일) 전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문 후보 본인도 "어떤 단일화 방안이 필요한지, 어느 시기에 이뤄야 하고 어느 시기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이런 부분을 좀 터놓고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고 본격적 협상 개시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문 후보 측의 김민영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아예 "무소속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통령과 다를 것이 없다"는 자극적 주장을 하면서까지 안 후보를 공격하기도 했다.

문 후보 측은 단일화가 후보 등록 이후로 미뤄지면 투표 용지에 사퇴 후보의 이름이 오르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가 그 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단일화 조기 논의를 주장하고 있다.

문 후보가 단일화 조기 논의를 주장하는 데에는 단일화 경선에서 안 후보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셈법도 들어 있다. 문 후보에게 유리한 모바일 경선 등 국민 참여경선이 실시되려면 준비 기간을 감안해도 최소 10일 이상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안 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도작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안철수 후보 측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표정이다. 당장 단일화 논의에 착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11월10일까지는 아니다"는 취지의 반응을 내놓은 것도 '이기는 단일화'를 위한 시간 끌기 전략이란 분석이다.

11월10일이 지나 룰 협상이 시작될 경우 대선 후보 등록까지 약 2주 밖에 남지 않게 되므로 민주당이 요구하는 모바일ㆍ현장 투표는 실시하기 어렵게 된다. 대신 안 후보가 선호하는 여론조사 경선 가능성은 커진다.

안 후보 캠프가 "여론조사 방식으로 간다면 논의 시기가 2주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안 후보 측은 또 정책과 컨텐츠를 보여 줄 시간을 조금 더 벌어야 한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공약과 비전을 충분히 내놓지 못해 일부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실망을 산 부분을 최대한 보완한 뒤 단일화 경선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시간 끌기만 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거나 단일화 이슈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 단일화의 파괴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민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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