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270단어로 '참 평등'을 외치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험 링컨은 1863년 11월 19일 게티즈버그 국립묘지 개관식에서 270단어 안팎을 사용해 역사에 남을 명연설을 남겼다. 불과 2분 만에 끝난 게티스버그 연설은 오늘날에도 최고로 손꼽힌다.

펜실베이니아주 남부에 있는 작은 동네 게티스버그는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를 잇는 교통의 요지.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게티스버그를 차지하려고 북군과 남군은 1863년 5월 1일부터 사흘 동안 격돌했다. 인구 2,400명인 작은 마을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은 무려 4만~5만명이었다.

게티스버그 주민은 1863년 가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게티스버그에서 숨진 군인을 위한 국립묘지 개관식에 참석해 연설해 달라는 부탁을 담았다. 링컨 대통령은 명연설가 에드워드 에버렛에 이어 연단에 올랐지만 청중 반응은 그저 그랬다. 에버렛 연설에 열광했던 주민은 링컨 대통령 연설엔 시원찮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에버렛은 "내게 주어진 2시간 동안 당신이 연설한 2분 만큼 내용을 담았으면 자랑스러웠을 텐데"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링컨 대통령에게 보냈다.

현지 반응은 별로였지만 게티스버그 연설은 신문을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졌고 남북 전쟁의 의미와 자유의 가치, 민주정치의 원칙을 압축한 걸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게티스버그 연설의 핵심인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대목은 노예 폐지론자였던 시어도어 파커가 1850년 발표한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글에서 빌렸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개념은 차용됐지만 링컨은 오늘날 가장 훌륭한 연설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