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쇄신·국민적 동의' 전제조건 충족 없이단일화 협상 추진하다 경선 룰만 놓고 신경전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후보단일화와 관련해 두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당시 "단일화에 대해서는 첫째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둘째는 국민이 그것에 대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못한 시점에서 단일화 방법론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안 후보는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정치권이 정말 변화와 개혁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판단할 게 아니라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면서 "(단일화와 관련해)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치쇄신과 국민적 동의를 후보단일화의 필수적 전제 조건으로 밝힌 것이다.

그로부터 40여 일이 지난 11월6일 백범기념관에서 안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만나 후보단일화를 위해 협의에 나갈 것을 합의했다. 이후 양측은 새정치 공동선언을 함께 만들고 단일화 룰과 관련한 협상 팀을 각각 구성했다.

그러자 세인의 관심은 후보단일화 경선 룰은 어떻게 되느냐, 그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되느냐, 공동정부 차원에서 승자와 패자가 어떻게 권력을 분할하는가 등에 쏠렸다.

하지만 의아한 구석이 있다. 새 정치를 외친 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위해 전제 조건으로 공언했던 약속은 어디로 갔냐 하는 부분이다. 과연 현 상황이 안 후보가 당초 약속한 대로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이뤄진 것인 지, 그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담보가 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 후보는 분명 정치 쇄신이 이뤄지고 이를 국민이 지지할 때야 비로소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에 대해서는 안 후보 측도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비록 안 후보 측에서 14일 잠정적인 후보 단일화 협상을 중단하긴 했지만, 협상에 들어갈 당시 상황이 자신의 사전 발언을 충족시킨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은 안 후보 측의 협상 중단 선언과 상관없이 협상에 들어간 것 자체가 일구이언(一口二言) 행태를 보인 것이란 지적을 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후보 측은 새 정치를 한다며 내세웠던 단일화를 위한 대 국민 약속은 아예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문 후보와의 경선 룰만 놓고 구태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 쇄신과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단일화 논의가 가능하다고 언급했을 때 상당수 국민은 환영의 뜻을 보냈다. 진정성을 앞세우는 안 후보이기에 그가 정치권의 어떤 변화를 몰고 오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하지만 불과 40여일 만에 안 후보의 이 같은 공언이 허언(虛言)으로 끝나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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