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앞두고 '조희팔 게이트' 터지나전 국회의원도 관련설 김광준 검사는 깃털 불과정·관계 리스트 드러날 가능성대선 전 검찰 힘빼기 추측도

다단계 사기범 씨 측근과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8억여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아 재소환된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가 김수창 특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뒤 15일 서울 서부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검의 김광준 검사가 뇌물을 받은 사건이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김 검사가 수수한 금품 가운데 일부가 자금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다단계 사기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검사의 혐의가 대부분 사실로 밝혀지면서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조씨와 그 측근들의 정ㆍ관계 전방위 로비의혹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검사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특임검사팀의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조씨 일당의 전방위로비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조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정기관 인사들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정치권과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검찰과 더불어 경찰수사까지 확대될 경우 조씨 일당의 로비를 받은 정치권 인사들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김 검사 뇌물수수 사건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치밀하게 기획된 사건일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주당은 야당 인사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때마다 끊임없이 여권과 검찰이 기획수사 합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검찰 힘 빼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시중에 확산되고 있는 여러 소문과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김 검사 사건과 함께 조씨 일당의 뇌물을 받은 정ㆍ관계 인사 리스트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씨 일당의 전방위 로비의혹이 대선막판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위기의 검찰 해법 있나

조희팔
사기사건의 피해자 모임인 바른생활실천시민연대(바실련) 측은 이번 김 검사 뇌물수수사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 반드시 터질 것이라 예상했다"는 입장이다.

바실련의 한 관계자는 "김 검사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조씨 일당의 로비를 받은 이들은 김 검사 말고도 훨씬 많다"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들 중에는 김 검사 보다 더 많이 조씨 측으로부터 받은 이도 있다. 조씨 일당의 로비 의혹 실체가 드러나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씨와 그 일당은 검찰과 경찰에 막대한 로비자금을 쏟아 부었다"며 "김 검사는 뇌물을 받은 이들 중에서도 깃털에 불과하다. 로비의혹의 몸통은 따로 있다. 정권이 바뀌면 청문회 등을 통해 그 실체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실련 측에 따르면 검ㆍ경은 조씨 사건을 철저히 그리고 조직적으로 은폐해왔다. 그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조씨 사건은 모든 정황과 증거들이 분명했기 때문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었던 사안이라는 게 바실련 측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조씨가 유유히 밀항선을 타고 중국으로 도망갈 수 있었던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사건초기 검ㆍ경의 수사가 곧바로 이뤄지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연됐고 ▲검찰은 사건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으면서도 조씨 사기사건의 피해가 가장 큰 인천 등 수도권에 대해 조사를 소홀히 하고 피해가 가장 적은 서산지역을 중심으로 사건 피해실태를 조사했으며 ▲수사본부가 서산에 있는데도 조씨는 이 지역에서 공해상을 통한 밀항에 성공했다. 더구나 밀항 당시 해경이 조씨의 밀항을 도운 정황과 의혹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바실련 관계자는 "조씨의 사기행각으로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피해가 가장 컸다. 그래서 사건관련 자료와 각종 증거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으로 모두 넘겼는데 담당 검사는 사건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다른 곳으로 이첩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그 검사도 조씨 사건과 관련해 의심스럽다"며 "그 검사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고위급 검사가 조씨 일당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진 이상 조씨 사건을 소극적으로 조사했거나 사건을 덮으려 한 정황이 있는 다른 검사들에 대해서도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바실련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정치권에서도 조씨의 로비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검사들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상반된 측면에서 두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먼저 특임검사팀에 대한 회의론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김 검사의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검찰은 김 검사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소극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김 검사를 감싸는 모습을 보여 또 다시 '제 식구 감싸기'논란을 불러왔다. 하지만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김 검사의 혐의가 하나 둘씩 사실로 드러나자 특임검사팀을 꾸려 급하게 불끄기에 나섰다. 때문에 과연 특임검사팀이 진실을 있는 그대로 모두 밝혀낼 수 있을지, 또 밝혀낸다 해도 그것을 투명하게 국민앞에 공개할지는 미지수라는 여론이 팽배하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특임검사팀을 통해 사건을 조사하는 이유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사건을 수습하려는데 그 목적 있을 것"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오고 있다.

거액 뇌물 수수 정황

특임검사 수사에 회의론이 제기되는 또 다른 요인은 조씨 일당의 전방위 로비 사정권 안에 복수의 여권 핵심인사가 포함된 정황이다. 이들 핵심인사는 조씨 일당 로비의 몸통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실제로 조씨는 밀항 전 "현 정권에서는 나를 절대로 잡지 못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 적 있고 검ㆍ경이 수배를 내려 수사 중인 가운데서도 은신처 주변을 유유자적하게 활보하며 여유 있게 밀항을 준비했다. 저축은행 사건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즉시 검거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와 금융권 관계자들의 언급을 통해서도 여권 인사가 정황이 드러난다. 사정기관의 한 인사는 "TK출신 여권 핵심인사 A씨가 조씨가 건넨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정황이 있다"며 "이 인사 뿐 아니라 그와 가까운 B 전 의원의 경우 ○○은행을 통해 조씨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 정권 들어 정치인 연루 의혹이 있는 은행관련 사건이 여러 건 발생했다"며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수상한 자금 중 일부가 조씨의 로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여권 핵심인사들이 조씨의 로비를 받은 게 사실이라면 조씨 사기사건과 더불어 정ㆍ관계 고위인사들의 조씨 뇌물수수 의혹은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전례에 비춰볼 때 검찰과 경찰이 조직의 투명화보다 조직 보호를 위해 꼬리를 자르는 일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권이 이번 김 검사 뇌물수수 사건을 대선이 코 앞인 시점에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견제를 위한 몰아치기식 검찰비난이 정치적으로 특정 후보 또는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잠깐의 이슈로 끝내지 말고 다음 정권에서 더 꼼꼼히 규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현 시점에 검찰과 경찰 두 사정기관에 대한 조사가 정치적 노림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리 검찰 정보 경찰에…

그러나 그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리 검찰에 대한 파문은 한동안 계속될 조짐이다. 오히려 크게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초 김 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특임검사팀의 수사에 대해 일단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주변에서는 여러 추측과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김 검사 외에 비리 검사가 추가로 더 드러날 것"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경찰이 극도의 보안 속에 조씨 자금의 흐름을 추적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김 검사와 더불어 다른 검사들도 조씨 뇌물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이와 관련된 여러 증거자료들을 수집해왔다는 것이다. 일부 증거자료들의 경우 몇몇 검사들의 비리 혐의를 매우 구체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이 극비리에 조사한 검사들 중에는 고위 검사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고위 검사는 여권 핵심인사와 연결돼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른바 ' 로비 커넥션'의 실체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나 정ㆍ관계에 ' 게이트'라는 초강력 쓰나미가 불어 닥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을 추적하고 있는 이들이 직접 수년간 조사한 비리검찰 관련 정보 상당부분을 이미 경찰에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이 증거보강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면 아마 대선 전에 적어도 1명 이상의 고위 검찰이 추가로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경찰은 추적자들에게 검찰관련 자료를 집중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 다툼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조씨 사건을 활용할 수도 있다. 경찰에 의해 비리 검사가 추가로 드러나게 되면 향후 정치권에는 검찰개혁의 명분이 생김과 동시에 검ㆍ경 수사권조정을 통한 검찰 권한 축소결과를 불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도피자금 조달 사정기관 묵인 있었다?

조선족 통해 중국으로 전달
바른생활시민연대 등 추측

의 중국 도피생활과 관련해 도피자금 조달루트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조씨의 자금이 중국에 있는 조씨 은신처로 지속적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도피자금 조달은 사정기관의 묵인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조씨 도피자금조달은 조씨를 오랫동안 추적해온 바른생활실천시민연대(바실련)과 그 외 추적자들 사이에서도 추측만이 분분할 뿐 정확한 루트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바실련 측에서는 조씨 잔당이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에게 마련된 조씨 도피자금이 조선족 등을 통해 중국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바실련의 한 관계자는 "조씨는 중국으로 도피하기 전 이미 중국에 사업체를 세워 운영하고 있었다"며 "조씨의 자금조달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이 세운 중국 현지 법인을 통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내 협력자들이 지원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법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 그렇게 하다가는 인터폴이나 공안에 의해 꼬리가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조씨 측근들의 도피자금 조달을 모른 척 하고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조씨가 챙긴 돈이 얼마인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조씨 사기 행각으로 발생한 피해액은 8조원에 이른다. 조씨는 이 중 적어도 2조원 이상 챙겼을 것으로 바실련은 보고 있다. 이 돈 중 대부분은 국내 어딘가에 은닉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야권의 한 인사는 "검찰이나 경찰뿐 아니라 정권 핵심부 누군가가 조씨를 비호하면서 도피자금 전달을 돕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해주는 대가로 지금까지도 조씨로부터 지속적인 사례금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 그런 정황이 최근 들어 조금씩 드러나고 있어 곧 그 충격적인 판도라상자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윤지환기자 jh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