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희롱도 회사 책임

직장에서 성희롱이 발생하면 회사에도 책임이 있을까?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18부(재판장 김용호 부장판사)는 2002년 11월 26일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책임이 회사에도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 성희롱을 해도 쉬쉬하던 게 당시 사회 분위기. 회사 책임을 일부 인정한 판결은 회사가 앞장서 성희롱을 막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롯데호텔 여직원 40명은 상습적으로 음담패설을 일삼은 김모 이사 등 7인과 회사인 롯데호텔, 신격호 대표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고용계약상 사용자의 보호 의무의 범위는 직장 내 근무시간뿐 아니라 회사가 비용을 지원한 공식행사에까지 미친다"면서 "부서 책임자 등의 간부가 성희롱 사실을 알았다면 회사도 이를 알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은 직장 내 성희롱을 방지할 의무가 회사에 있다고 인정한 첫 판례였다. 성희롱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방치하면 회사에도 잘못이 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성희롱을 예방할 의무가 회사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판결문에는 "회사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정례적으로 실시한 것만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내용도 담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직장 내 성희롱이 사라지진 않았다.

지식경제부 산하 모 공공기관장은 회식에서 20대와 30대 여성 직원에게 술을 강요하고 손과 다리 등을 만졌다. 다른 여직원과 달리 왜 반항하냐고 짜증을 부렸던 성희롱 가해자는 "저런 여자랑 결혼하면 죽어버릴 것이다"란 폭언까지 쏟았다. 피해자가 상급기관에 성희롱을 신고하자 가해자는 업무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까지 일삼았다. 고용노동부는 가해자 조사를 차일피일하다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은 10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2009년 151건이었던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사건은 2010년 173건, 지난해엔 201건으로 2년 사이에 33%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사건은 총 525건 가운데 2건에 불과했다. 66건은 과태료 처분으로 끝나고, 438건은 당사자 합의로 종결됐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