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온 안철수, 영향력은 사퇴 후 '신 부동층' 형성안철수, 문재인 적극 지원땐 '정권교체 붐' 효과 극대화우세한 박근혜, 바람 차단하며 보수 결집 굳히기 나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7일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마지막 득표전이 불을 뿜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리드를 보이다 6일 안철수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에 나서면서 전체적인 판세가 출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군소 후보들은 1%대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줄곧 우위를 점해온 박 후보가 끝까지 대세를 이어가며 문 후보에게 우세승을 거두느냐, 아니면 안 전 후보의 지원을 계기로 문 후보가 막판 대역전승을 이뤄내느냐로 이번 선거가 귀결되고 있다.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역시 안 전 후보의 문 후보에 대한 적극 지원 여부와 박 후보와 문 후보가 진검 승부를 벌이는 세 차례의 TV 토론 결과가 될 것이라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예측해왔다.

하지만 4일 1차 TV 토론에서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문 후보에게 걸림돌이었다. 문 후보는 당초 이날 토론에서 박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이거나 확실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 승기를 가져오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이정희 후보가 혼자 '원맨쇼'를 벌이 듯 박근혜 후보를 향한 독설을 쏟아내면서 모든 토론의 이슈를 집중시켰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의 좌충우돌 발언이 블랙홀처럼 토론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바람에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제압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전 대선후보가 6일 서울 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단독회동을 마친 후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10일과 14일에도 2차 3차 TV 토론이 예정돼 있으나 시청률이나 관심도 면에서는 1차 토론에 훨씬 못 미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만큼 4일 열린 1차 토론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었는데 문 후보 입장에서는 이를 이 후보가 훼방한 셈이 된 것이다.

그래도 문 후보에겐 또 다른 중요 변수였던 안 전 후보의 선거 지원 천명이 천군만마를 얻은 듯 한 분위기다. 일단 전문가들은 안 전 후보의 지원이 문 후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부동층으로 돌아섰던 적지 않은 안 전 후보 지지층이 과연 얼마나 문 후보 쪽으로 마음을 돌리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안 전 후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문 후보를 지원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의 지원 의사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가 중심이 돼 야권 성향 인사들을 끌어 모았던 국민연대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때문에 남은 대선 기간 안 전 후보가 고강도와 중간 강도 사이 정도로 문 후보 지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이를 지켜보는 부동층이 계속 관망파로 남아 있느냐, 아니면 문재인 후보 쪽으로 가느냐, 그것도 아니면 박근혜 후보 쪽으로 돌아서느냐에 따라 대선 승부가 좌우될 전망이다.

안철수 효과 얼마나 될까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전 후보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문 후보의 지지율이 3~4%포인트 정도 올라갈 수 있다"며 "이 정도라면 대선판을 흔들 만큼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함께 전국을 순회하면서 정권 교체의 붐 조성에 적극 뛰어든다면 상황이 크게 바뀔 것이란 관측이다.

6일 안산시 단원구 중앙역에서 열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유세에서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영화주인공을 코스프레 한 대학생들이 지지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안 전 후보의 재등판 시기가 늦어지는 바람에 선거전 결합의 효과를 극대화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실망한 유권자가 '신(新) 부동층'으로 분류되며 대폭 늘어났지만 선거전이 시작되면 신 부동층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각각 박 후보나 문 후보 쪽으로 흩어졌기 때문에 안 전 후보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해석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 전 후보의 지원으로 문 후보가 당장 박 후보를 역전시키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면서도 "다만 격차가 벌어지는 흐름을 반전시킬 계기는 마련한 것이기에 추이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두 사람의 선거전 결합이 위기를 느낀 보수층의 결집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관계자는 "야권 후보들의 결합으로 보수층 결집이 더욱 공고화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박 후보의 지지층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고 실제 보수층의 투표율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 의사를 밝힌 6일 밤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48.9%, 문 후보가 42.8%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전날에 비해 박 후보의 소폭 하락, 문 후보의 소폭 상승이지만 7일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부산에서 공동 유세에 나서는 등 연대 분위기를 높여가고 있어 추후 지지율 변화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일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선거운동원들이 화려한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사퇴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상정 전 진보정의당 후보가 사퇴 후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고, 안 전 후보도 문 후보 선거를 돕고 있어 야권 연대 분위기를 달아 오르게 하려면 이 후보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서다. 이 후보는 TV 토론을 통해 '박근혜 저격수'이미지를 보인 이후 0%대이던 지지율이 일부 조사에서 1%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이 후보에겐 종북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문 후보와의 연대를 선언하면 오히려 전체적인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문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 표명 없이 정권 교체를 위한 자진 용퇴 시에는 지지층이 고스란히 문 후보 쪽으로 쏠리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철수, 문재인이 이겨도 좋고 져도…

안 전 후보가 입장을 바꿔 문 후보 지원에 나선 데에는 만일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안 전 후보로선 책임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대선 이후 정치적 활로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듯 하다.

그래서 안 전 후보는 문 후보 지원에 대한 입장 표명 시기를 계속 고심해 온 것 같다. 그러다 극적 효과를 가장 크게 할 수 있는 시점에 잠행을 깨고 다시 고개를 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 입장에서는 문 후보를 도와 선거에 이길 경우, 그 절대적 공(功)이 자신에게 있음을 부각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렇게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서는 문 후보가 박 후보에게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계속 뒤지면서 패배가 유력시 되는 상황이어야 했다. 그래야 안 전 후보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다시 문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려 승리를 일궈야 다수의 유권자들이 '문 후보 당선은 곧 안 후보 지원에 의한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될 것이란 계산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안 전 후보의 정치적 미래를 생각하면 문 후보가 당선되는 게 유리한 건지 박 후보가 이기는 게 나은 건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문 후보가 이길 경우 향후 민주당 내부에서 과연 그가 주도권을 행사할지 가늠키 어렵기 때문이다. 문 후보 주변 세력들이 정치 쇄신에 대한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안 전 후보에게 정치 참여에 대한 여지를 주지 않을 수도 있고 측근 세력들의 안 후보 공격도 예상된다.

만일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패배 책임은 고스란히 안 전 후보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설령 문 후보가 패배하더라도 이 같은 책임론에서는 자유로워지게 됐다. 박 후보가 당선된다 해도 안 후보에게 돌아갈 귀책 사유는 없어진 편이다.

이 경우 박근혜 정권에 맞서 진정한 야권 후보로서의 대안 세력 임을 자임하고 나설 경우 향후 신당 창당 과정에서 야권의 상당 세력을 흡수할 여지가 많아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현정권의 대안자로서의 정치적 입지가 커진다는 이야기다.

보수-진보의 대충돌

어쨌든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다툼은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충돌로 굳어졌다. 범보수 통합을 이뤄낸 박 후보 측, 안 전 후보에 이어 이정희 후보의 자진 사퇴 시 범 진보진영을 통합하는 효과를 보게 되는 문 후보 측의 혈투다. 그러면서 보수는 박 후보로, 진보는 문 후보 쪽으로 세가 결집되는 구심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단 두 캠프는 모두 집토끼 단속을 서두르고 있다. 집안 단속을 하면서 같은 편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을 이념적으로 불안한 진보세력으로 이미지화 할 태세다.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해 한 명이라도 더 투표장에 나오게 하려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유신 독재와 현정부 심판론 등을 앞세워 세 결합을 꾀하고 있다. 젊은층을 비롯한 진보 진영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선거일에 임박할수록 부동층ㆍ무당파들의 특정 후보 지지 선택이 늘어나게 된다. 두 후보가 집토끼 단속에 이어 신경을 쓰고 있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박 후보는 복지 강화 등 왼쪽으로 가려는 움직임을, 문 후보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안보 분야의 언급을 의식적으로 강화하면서 오른쪽으로 클릭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2002년 노무현-이회창 후보의 정면 승부에 이어 역대 대선에서 제3 후보가 빠진 상태에서의 여야 후보의 정면 승부가 10년 만에 펼쳐지게 됐다. 10년 만에 이뤄지는 보수-진보의 재 충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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