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필리핀은 연예인 출신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영화배우 로널드 레이건(1911~2004년)은 미국 제40대 대통령이 됐다. 영화배우협회장이었던 레이건은 처음엔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1962년 공화당에 입당했다. 레이건은 1964년 대통령 선거에서 찬조 연설로 명성을 얻었고 정계에 입문한 1964년엔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됐다. 신자유주의를 주창한 레이건은 1980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미국 최고령 대통령이 됐다.

배우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자 미국에선 연예인이 미국을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앞세워 작은 정부를 실현하면서 경제가 발전했고, 냉전 체제가 무너지면서 미국을 군사ㆍ경제 최강국으로 이끌었다.

필리핀에선 1998년 배우 출신 대통령이 나왔다. 유명한 영화배우였던 조셉 에스트라다(75)는 영화 속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위해 싸우는 영웅이었다. 영화 속 영웅은 산후안 시장(1969년)과 상원의원(1987년), 부통령(1992년)을 거쳐 대통령(1998년)이 됐다. 그러나 여성 편력이 들통 나더니 뇌물 수수 등 각종 부정부패 혐의가 드러나 2001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배우로선 별 볼 일 없었던 레이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다면 인기가 절정에 이르렀던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선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영화 <터미네이터>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65)는 레이건 대통령처럼 2003년 캘리포니아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가정부와 불륜을 저질렀고 혼외정사에서 아들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7월 이혼 소송을 당했고 정치 생명도 위태로워졌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