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거나 크진 않지만 기암괴봉과 암벽 웅장아름다운 계곡·폭포 등 절경 품어철마다 색다른 '호남의 소금강'새하얀 눈꽃·거대한 빙벽에 탄성

얼어붙은 병풍폭포와 병풍바위 아래 계곡
고추장의 명산지로 이름 높은 순창은 강천산(剛泉山)이라는 빼어난 명승지도 거느리고 있다. 강천산은 해발 583.7미터로 그다지 높거나 크지 않지만 기암괴봉과 암벽이 제법 웅장한 산악미를 연출하는데다 깊고 아름다운 계곡과 울창한 수풀까지 어우러져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찬사도 받는다.

이렇듯 강천산은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어서 1981년 1월 7일 국내 최초로 군립공원(郡立公園)으로 지정되었다. 면적 15.694㎢에 이르는 강천산 군립공원은 범바위, 병풍바위와 병풍폭포, 어미바위, 부처바위, 구장군폭포, 비룡폭포, 약수폭포 등의 절경들을 품고 있으며 강천사와 삼인대 등 문화유적도 간직하고 있다.

강천산에는 짧게는 3.1km, 길게는 11.8km에 이르는 다양한 산행 코스가 드리워 있다. 그중에서 탐방객용으로는 매표소-병풍바위-강천사-현수교-신선봉을 왕복하는 5.7km 코스(약 2시간 30분 소요), 등산인들에게는 매표소-강천사-비룡폭포 입구-연대암 터-북바위-운대봉-연대봉-송낙바위-제2강천호-매표소를 잇는 9.6km 코스(약 5시간 소요)가 인기 있다.

용천산(龍天山)이라고도 일컬어지는 강천산은 철따라 색다른 모습으로 나그네를 맞이한다. 우선 봄에는 진달래와 벚꽃이 상춘객들을 유혹한다. 4월 중순 무렵이면 산자락에 펼쳐진 아담한 호수인 제1강천호의 푸른 물 위로 벚꽃이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그림자를 드리운다. 벚나무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봄 색시의 저고리인 양, 잔잔한 호수 위로 비친 소담스러운 꽃잎이 색다른 서정미를 뿌린다. 산으로 오르는 길 곳곳에는 진달래가 붉은 꽃잎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겨울이면 순백의 설국으로 변신

강천사 대웅전
여름으로 접어들면 짙은 녹음 아래로 시원스러운 계류가 흐르고 폭포들은 굉음을 토하며 쏟아져 내린다. 한여름에는 산을 오르는 이들보다 계곡에서 무더위를 식히려는 피서 인파가 많이 찾는다.

강천산은 늦가을 단풍도 아름답다. 맑은 계곡 위로 하늘거리는 가을빛과 암벽 틈새에서 반짝이는 오색영롱한 색감의 조화가 은밀한 자연미를 풍기며 차분한 감흥에 젖어들게 한다. 아기단풍을 비롯해 다양한 활엽수가 빚어내는 강천산 단풍은 11월 초순 무렵 절정을 이룬다.

겨울철의 강천산은 순백의 설국으로 변신한다. 기암괴석과 암봉을 뒤덮은 하얀 눈, 앙상한 나뭇가지 위로 핀 눈꽃, 거대한 빙벽을 이루는 폭포 등을 감상하며 뽀드득거리는 눈길을 걷노라면 절로 시인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더욱이 겨울에는 찾아오는 이가 별로 없으니, 설경 속에 파묻힌 고독한 나그네가 되어 명상에 잠겨들기에 그만이다.

강천산 동남쪽 기슭에는 887년(신라 진성여왕 1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강천사가 앉아 있다. 그 후 1316년(고려 충숙왕 3년) 덕현이 오층석탑과 12개 암자를 세워 사세를 확장했으며, 1482년(조선 성종 13년) 중조가 신말주의 부인 설씨의 시주를 얻어 중창했다. 그리하여 한때는 1천여 승려를 거느린 거찰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다가 임진왜란 때 강천사와 12개의 부속암자가 전소되자 1604년(선조 37년) 태능이 중창했다. 그 후 1855년 금용당이 중건했으나 한국전쟁으로 보광전·첨성각·칠성각 등의 당우들이 소실되었다. 지금의 강천사는 1959년부터 1997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중창하여 이루어졌다.

강천산 설경
은은하게 스며드는 역사의 향기

1977년 관음전을 신축한 뒤로 강천사는 비구니의 도량으로 이어오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강천사에는 비구승보다 비구니들이 많았는데, 그 까닭은 창건자 도선국사가 "머리카락과 수염이 없는 사람이 많아야 사찰이 발전하고 도량이 정화된다"고 한 예언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강천사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92호인 오층석탑을 품고 있다. 강천사 오층석탑은 1316년 덕현이 중창할 때 화강암으로 만든 5층 6각의 다보탑으로 대웅전 앞뜰에 있다. 임진왜란 때 경내의 건물이 모두 불타고 이 탑만 그대로 보존되어 오다가 한국전쟁 때 석탑의 일부가 총탄에 맞아 파손되었다.

강천사 맞은편 송림에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27호인 삼인대가 있다. 정면 1칸, 높이 157cm, 너비 80cm의 이 비각은 역사적으로 뜻이 깊다. 1515년(조선 중종 10년) 담양부사 박상, 순창군수 김정, 무안현감 유옥이 죽음을 무릅쓰고 중종의 폐비 신씨의 복위를 청하는 상소문을 만든 곳이다. 당시 이들이 차고 온 직인(職印) 끈을 풀어 소나무 가지에 걸었다고 해서 삼인대(三印臺)라고 일컫는다.

이들의 상소는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1739년(영조 15년)에 이르러 폐비 신씨는 단경왕후로 복위된다. 그리고 5년 후인 1744년(영조 20년) 4월 홍여통, 윤행겸, 유춘항 등 의 지방 선비들이 세 사람의 뜻을 기려 삼인대 비각을 세웠다. 비문은 대학자인 이재가 짓고 비문의 글씨는 민우수가 썼다.

# 찾아가는 길

순창 나들목에서 88올림픽(12번)고속도로를 벗어난 뒤에 순창읍-24번 국도-백산리-792번 지방도를 거친다.

대중교통은 광주, 순창, 전주 등지에서 강천산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한다.

# 맛있는 집

남원의 새집은 추어탕으로 유명하지만 순창의 새집(063-653-2271)은 한정식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100년이 넘은 전통한옥을 개조한 식당으로 정원에 새들이 많이 모여들어 새집이라고 이름 지었다. 순창 고추장으로 양념한 각종 밑반찬이 특징이고 얼큰한 된장찌개도 입맛을 돋운다. 특히 연탄불로 구운 소불고기와 돼지불고기, 조기구이 등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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