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교 재산 싸움에 신세계만 '전전긍긍'UCI 문현진 회장에게 지난 10월 사들여문형진 통일교 회장측 "UCI, 불법취득한 자산 허락도 없이 팔아"美재판부도 통일교에 '손'

'왕자의 난'에서 비롯된 통일교의 내분이 좀처럼 정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 고등법원 재판부가 내린 결정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소송은 통일교 내부 관계자들이 제기한 것으로 이번 판결은 경우에 따라 통일교 내분 사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재판부가 내린 명령문은 대체로 통일교 계열의 조직이나 단체가 운용하거나 소유한 재산이 근본적으로 통일교 소유라고 인정하는 내용이다. 동시에 통일교 계열 단체가 통일교와 협의 없이 임의로 혹은 마음대로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는 통일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통일교 '왕자의 난'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하나는 통일교 내 권좌를 누가 차지하느냐이고, 또 다른 하나는 통일교 중요 재산을 누가 더 많이 소유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후계구도를 둘러싼 분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다만 통일교는 종교단체라는 특수성을 추가로 갖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정리된다 해도 내부적으로는 갈등의 장기화가 예상된다.

통일교 계열의 조직이나 단체가 운용하거나 소유한 재산이 근본적으로 통일교 소유라고 인정하는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 고등법원 재판부 판결문.
통일교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여러 기업과 업체들은 재판부의 이번 판결을 두고 여러 관측과 분석을 내놓음과 동시에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신세계, 통일교 싸움에 눈치

미국 재판부가 내린 이번 결정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신세계백화점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통일교 소유의 강남 센트럴시티 건물 일부를 장기 임대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운영해오다 지난 10월 백화점 부지와 건물을 1조원에 사들였다.

신세계가 들어서 있는 메리어트 호텔 건물은 사실상 문현진 회장의 소유로 인식돼 있었다. 신세계가 백화점 건물과 부지를 문현진 회장으로부터 매입한 것은 이러한 바탕에서다. 문제는 신세계의 신세계 강남점 매입 계약이 이번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무효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일교의 갈등 주체는 문형진 통일교 회장을 중심으로 한 통일교 측과 문현진 회장이 이끄는 통일교세계재단(UCI)이다. 문현진 회장은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3남이고 문형진 회장은 7남이다. 통일교 측과 UCI 측은 여의도 파크원 부지 소유권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여 세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통일교 내분이 장기화되고 통일교와 UCI의 법적 분쟁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통일교는 신세계를 상대로 매매계약 무효소송을 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신세계는 다시 통일교와 사활을 건 법적 공방을 벌이거나 재계약을 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신세계에 강남점은 매우 중요하다. 경쟁사 롯데백화점을 견제하는데 있어 소비의 메카인 강남점을 선점하고 있다는 것은 입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재판부가 내린 명령문을 보면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판부는 UCI측에 100만달러 이상의 재산을 처분할 경우 이를 사전에 통일교 측에 알리고 협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UCI 소유의 재산에 대한 일부 권한이 통일교에 종속돼 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UCI가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한 것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6월 15일 미국 재판부는 통일교가 제기한 상당한 양의 매각, 양도, 또는 지출원인행위를 통보명령신청에 대해 "이를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승인되었음을 명령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10월 15일 UCI가 신세계 강남점을 신세계에 매각하자 통일교측은 이를 즉시 법원에 제소했다. 6월에 내려진 명령문을 UCI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UCI측은 "센트럴시티 일부를 UCI가 매각했다는 주장은 근거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미 지난 재판에서 센트럴시티가 UCI 소유라고 주장해놓고 지금 매각문제가 관계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재판부는 통일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교 측은 재판 결과가 나오면 즉시 신세계측에 부지 매입 계약 취소 청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1조원 계약 취소 초유 사태 오나

이번 판결에 힘을 얻은 통일교는 다방면으로 신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통일교신도대책위원회는 신세계 측에 내용 증명을 보내 강남점 매입이 부당하고 부도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신도위는 내용증명을 통해 "미국법원에서 (주)센트럴시티 지배주주(UCI)를 되찾는 소송 중에 있음을 알렸는데도 불법과 편법으로 통일교의 자산을 취득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답이 없자 신도위는 2차 내용증명을 통해 압박 강도를 더욱 높였다. 이 내용 증명에서 신도위는 강남점 매입자금과 관련된 의혹도 제기했다.

신도위는 내용증명에서 "신세계가 최근 산업은행에서 대출한 1조원의 천문학적인 대출자금에 대해 산업은행과 신세계가 센트럴시티 대주주 주식 매입과 관련한 사전협의가 있었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신도위는 "이 자금이 매입자금인지 순수한 기업운영자금인지 분명치 않다"며 "산업은행에 신트럴시티 담보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도위는 결론적으로 신세계 측에 "센트럴시티 강남점 부지 인수를 철회해야 한다"며 철회 요청서를 신세계 측에 보냈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아직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의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신도위는 산업은행 측에도 탄원서를 보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신도위는 "센트럴시티는 통일교 소유의 자산임에도 일부 이사진들이 공모해 매각을 추진했다"며 "이는 미국 UCI소송에서 100만 달러 이상 자산을 매각할 시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보고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도 UIC는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신도위 측은 법원의 명령을 무시한 계약이므로 UIC, 신세계, 산업은행이 불법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통일교 측의 한 관계자는 "센트럴시티는 통일교의 신탁자산으로 신탁자의 허락없이 주식을 매매매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공금유용횡령에 해당되는 범죄"라며 "불법매각에 산업은행이 대출한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법원 명령문이 존재하는데도 이를 무시할 경우 미국 법원의 추가 조치에 따라 계약 자체가 무산돼 산업은행의 담보대출에 따른 책임소재와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며 이는 산업은행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교 측은 센트럴시티의 매각에 대해 "임대료를 받아 연간 600억원 정도의 당기 순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이며 현재 자산가치가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상장을 할 경우에는 5조원의 가치가 있는 회사"라며 "하지만 이런 회사를 1조원에 매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며 센트럴시티 매각과정에서 모종의 공모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 측은 이 같은 통일교의 주장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대로 계약을 추진했고 법적인 문제도 충분히 검토했다"며 "통일교 신도위 측의 주장은 신세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통일교 내부 문제"라고 일축했다.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매출 전국 2위… 임대료 마찰 빚자 전격 인수



신세계는 지난 10월 16일 신세계 강남점이 입점해 있는 ㈜센트럴시티의 지분 60.02%, 인수주식 3,601만1,739주를 통일교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소재의 투자목적회사 4개사로부터 인수, 최대 주주가 된다고 밝혔다. 인수 대금은 총 1조250억원이다.

센트럴시티는 서울 서초구 반포4동의 5만9,149m²(1만7,893평) 부지에 백화점, 호텔, 종합터미널, 영화관 등이 들어있는 복합건물로 건물 면적만 26만5,821m²(8만411평)에 이른다.

신세계는 2000년부터 매장면적 5만1,107m²(1만5,460평) 규모의 백화점 건물을 20년간 장기 임차해 운영해 오고 있다. 강남점은 지난해 1조2,000억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 전국 백화점 단일 점포 매출순위로는 롯데백화점 본점에 이어 2위다.

신세계는 앞서 센트럴시티의 소유주가 통일교 재단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임대료 문제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따라서 신세계의 이번 지분인수는 핵심 점포를 임대 형태로 운용하면서 소유주와의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하고 향후 안정적으로 점포를 운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센트럴시티가 위치한 강남 고속터미널 부지는 배후에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고, 하루 유동인구만 70만명에 이르는 서울의 대표적 상권이다.

센트럴시티는 자본금 3,000억원, 발행주식수 6,000만주로 부동산 임대업과 자동차정류장사업 등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60억원 규모의 영업수익을 기록했으며, 2대 주주는 1979년 도산한 율산그룹의 전 회장인 신선호(38.10%) 씨다.



윤지환기자 jh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