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켓 발사 성공한 북한 다음 행보는탄두에 생화학 무기 장착땐 MD시스템으로도 요격 불가미국 강경노선 철회 시키고 대화·지원 나서도록 무력시위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2일'은하 3호'발사와 관련한 '최종 친필명령' 을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에 하달하고 발사를 1시간 정도 앞둔 오전 9시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찾았다. 연합뉴스
2012년 한 해가 마무리 되어가던 지난 12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동북아 질서에 파란이 예고되는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가시화 할 경우 북한을 둘러싼 또 다른 긴장감이 조성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막상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유엔(UN) 제재와 관련,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입장차를 보이고 있고 여타 국가들의 동참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로켓 발사 이후 북한의 향후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북한이 관련국들의 예상을 깨고 로켓을 발사한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불안정한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일종의 이벤트적인 도발을 일으켰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북한이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절묘한 시점에 로켓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데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높여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원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로켓을 발사했다고 해석한다. 즉 북한을 줄곧 압박해온 미국이 강경 노선을 철회하고 대화와 지원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 북한이 로켓 발사라는 일종의 무력시위를 감행했다는 것이다.

북한 로켓 '은하 3호' 의 1단 추진체로 추정되는 잔해가 14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청진해함 선상에 실려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신상순기자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의 연장에서 미국과 직거래하여 정권생존의 유리한 동북아질서를 만들기 위해 로켓을 발사한 것으로 풀이한다. 북한이 미국을 대화 상대로 하면서 한국은 외부 원조의 최대 공급자인 정치적ㆍ경제적 하위파트너로 만들려는 고도의 노림수라는 설명이다.

사실 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당사자는 미국이다. 북한이 쏘아 올린 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하면 사정거리가 1만㎞ 이상이 돼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로켓에 500kg이 넘는 핵탄두 대신 100kg 정도의 생화학 무기를 장착할 경우 미국은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으로도 요격할 수 없게 돼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실제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핵미사일이 아니라 생화학 무기를 장착한 미사일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로켓 발사 성공으로 위협적인 협상 무기를 확보한 북한은 다음 단계로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사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궁극적인 목적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받기 위함이다. 따라서 그러한 목적을 위한 북한의 핵실험은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실제 북한은 과거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핵실험을 한 두차례의 전력이 있다. 북한은 2006년 7월 장거리 미사일(대포동 2호)을 발사한지 석 달만인 같은 해 10월9일 처음으로 핵실험을 단행했다. 또 2009년에는 4월 장거리 로켓(광명성 2호)를 발사하고 한 달만인 5월25일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따라서 미국을 겨냥한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의 일환으로 핵실험과 핵을 투발하기 위한 수단인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은 그간 북한의 핵카드에 이를 무력화시키는 ‘핵포기 전략’과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되 안정적인 관리하에 두는 ‘핵보유국 인정’ 전략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이전의 부시 정부에서는 일관되게 북한핵 포기 전략에 올인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바마 정부는 초기에 부시 정부의 북핵 포기 전략을 고수했지만 효과가 없자 후반기에 들어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이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가 그러한 입장을 보인데는 황장엽(2010년 10월 사망)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견해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2010년 3월 30일 북한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황 전 비서를 미국으로 초청해 ‘핵’에 대한 북한의 ‘속내’를 들었다. 당시 황 전비서는 “북한은 인민의 절반이 굶어 죽어도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에 충격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미국 대선이 오바마 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향후 대북 정책과 특히 북한핵에 대한 입장이 주목된다.

오바마 1기 행정부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 등을 중심으로 ‘전략적 인내’에 기반한 강경 노선이 주를 이뤘지만, 2기 행정부는 ‘대화와 압박’을 병행하되 ‘대화’쪽에 더 방점을 두는 온건한 대북정책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국무장관으로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것도 그러한 가능성을 높여준다.

존 케리 상원의원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터라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관여(engagement)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 정통한 워싱턴의 소식통은 “오바마 정부 임기말부터 북한을 핵보유 국가로 인정하되 국제적인 관리통제 아래 둬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다”며 “단지 국제적 반대 여론을 의식해 실천에 나서지 못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으로 삼고 있다. 북한이 말하는 강성대국의 두가지 핵심 키워드는 ‘경제 자립’과 ‘핵보유국 인정’이다. 북한은 올해 ‘경제 자립’에는 실패했지만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핵보유국 인정’에 한발 더 다가섰다.

북한은 조만간 핵실험 입장을 표명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하면서 나아가 미국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려고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에 ‘북한핵’ 딜레마가 엄습할 전망이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