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풍 건물과 세련된 현대식 건축물 조화길옆으론 노천바들이 즐비하고 도심엔 무료 순환하는 트램뚜벅뚜벅 걷고 싶은 욕망이 절로

그래피티로 단장된 미사골목
'뒷골목의 도시', '미식가의 도시', '문화 예술의 도시'... 호주 멜버른에 붙는 수식어들은 다양하다. 거리의 모퉁이는 고풍스런 건물이 랜드마크고, 그 옆으로는 현대 건축과 골목들이 조화를 이룬다. 우연히 마주치는 트램들은 거리의 햇살만큼 더디게 흐른다.

멜버른은 뚜벅뚜벅 걷고 싶은 욕망이 숨쉬는 도시다. 도심을 둘러보는데 정해진 수순 따위는 없다. 비좁은 골목은 오래된 아케이드와 낯선 바, 그래피티의 세상이다. 벽화로 치장된 골목들은 뉴욕 브룩클린의 뒷골목마저 연상시킨다.

멜버른의 걷기 여행은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에서 시작된다. 1854년 세워진 호주 최초의 기차역은 멜버른의 과거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건너편 페더레이션 광장은 연중 문화공연이 열리는 만남의 장소고, 19세기에 지어진 세인트 폴 성당은 도심 한가운데 고딕 첨탑을 뽐낸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알려진 그래피티 골목 역시 플린더스 스트리트에 자리잡았다. 한국에는 '미사 골목'으로 더욱 유명한 '호시어 레인' 골목의 벽화 앞에서 독특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이제는 흔한 광경이다.

그래피티와 노천바로 단장된 뒷골목

뒷골목을 탐방은 멜버른 투어의 새로운 트렌드다. 대부분의 뒷골목들은 플린더스 스트리트역에서 걸어서 연결된다. 그중 디그레이브스와 센터 플레이스 일대의 골목들은 멜버른의 골목문화가 밀집돼 있다. 모자이크 바닥이 인상적인 블록 아케이드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1869년 세워진 로얄 아케이드는 멜버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뉴요커들의 아지트처럼 멜버니언의 단골바들은 막다른 골목이나 허름한 1층 문을 지나 옥상에 보석처럼 숨어 있다.

무료 순환 트램
도심을 가로지르는 야라강의 북쪽은 세인트 패트릭 성당, 멜버른 감옥, 퀸 빅토리아 마켓 등 고색창연한 공간들로 채워진다. 멜버른은 호주의 옛 수도였고 19세기 유럽풍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퀸 빅토리아 마켓은 투어를 신청하면 다양한 멜버른의 음식을 맛보며 옛 재래시장 골목을 탐방할 수 있다.

야라 강 남쪽에서 도시는 현대식으로 색깔을 바꾼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사우스뱅크 산책로에는 남반구 최고층(88층)인 유레카 타워와 초대형 카지노가 들어서 있다. 아트센터, 국립미술관 등 현대 건축물들의 향연 또한 도드라진다. 야라 강을 잇는 다리들은 묘하게 비틀리거나 유선형으로 우아한 현대건축의 멋을 전한다.

멜버른의 골목 걷기를 한결 신선하게 단장하는 매개는 트램이다. 트램들은 옛 것들과 광고로 단장된 새것들이 어우러져 도시의 색깔을 덧씌운다. 고풍스런 자줏빛 색깔의 트램은 도심을 무료로 순환하기도 한다. 트램을 테마로 한 이동식 트램 레스토랑 역시 멜버른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교통체증으로 트램을 없애자는 의견이 분분했을 때에도 멜버른 시민들은 완고하게 옛 탈 것을 지켜냈다.

기암절벽을 따라 걷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

멜버른의 도심을 벗어나면 이채로운 자연의 풍광들과 맞닥뜨린다. 서쪽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죽기전에 꼭 봐야 할 여행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다. 1차 세계대전을 끝낸 퇴역군인들의 땀방울이 깃든 길은 바람과 바다가 빚어낸 대자연의 신비를 간직한채 200여km 파도를 따라 뻗어 있다.

멜버른의 뒷골목 정경
최근에는 해변 절벽을 따라 트레킹하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가 꽤 인기 높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함께 늘어선 평원과 해변을 걷다보면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캥거루, 왈라비와도 조우하게 된다. 아폴로 베이에서 시작된 하이킹 코스는 오션로드 최고의 명소인 '12사도 바위'앞에서 정점을 찍는다. 기이한 형상을 뽐내는 바위들은 걷는 길 내내 청아한 파도 소리를 전하며 아득한 벗이 된다. 12사도상은 예전에는 '돼지엄마와 아기'라는 앙증맞은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12사도상이 들어선 포트 캠벨 국립공원의 기암절벽은 헬기를 타고 내려다 보면 그 짜릿한 감동이 더욱 가파르게 치솟는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외에도 멜버른 인근은 다양한 볼거리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멜버른 동북쪽의 야라 밸리에는 60여개의 와이너리가 들어선 포도밭 세상이다. 펭귄들의 산책이 일상이 된 필립 아일랜드에서는 멜버른 사람들의 애틋한 동물사랑을 엿볼 수 있다.

여행메모

가는길=인천에서 멜버른까지는 대한항공 직항편이 운항되며 홍콩 등을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무료 트램과 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대중교통 이용때는 별도의 카드가 있어야 하며 버스, 트램, 열차 등을 자유롭게 환승할 수 있다. 야라강에서는 유람선 투어에 나설 수도 있다.

기타 정보=멜버른 일대는 와인 외에도 지역 단위 맥주의 맛이 뛰어나다. 가이드와 골목 탐방이 가능한 뒷골목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호주에서 전열기구를 쓰려면 별도의 커넥터가 필요하다. 호주관광청이나 빅토리아주 관광청 등에서 자세한 현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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