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당선자 인사스타일은인수위 발표전 대변인도 몰라… 측근들에게도 보안 유지2인자 용납 않는 '디바이드 앤드 룰' 적용박정희와 많이 닮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장단과의 만남'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7일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했다. 또 인수위 부위원장에는 진 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임명했다.

국민대통합위원장에는 한광옥 전 전 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에는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을 각각 발탁하고 청년특위위원장에는 김상민 의원을 기용했다.

박 당선인은 앞서 비서실장에 재선의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 수석대변인에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대변인에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조윤선 전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과거 지나친 보수 편향 글들을 쏟아내 논란을 빚었던 윤 수석대변인을 제외하곤 야권에서도 크게 문제삼지 않을 정도로 무난한 인선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 당선인은 이들 인수위 멤버를 발표하면서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비서실장과 대변인단 발표를 맡은 이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도 20분 전에야 내용을 통고 받았다고 했다. 또 인수위 인선을 발표한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아예 기자회견장에 와서 밀봉된 봉투를 뜯어보고서야 내용을 알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27일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1차 인수위 인선안이 담긴 봉투를 뜯고 있다. 연합뉴스
박 당선인으로부터 직접 받은 명단을 봉투에 넣어 밀봉해 가져와 발표장에 섰다고 설명한 윤 수석대변인은 "발표하기 전까지 명단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인선이 지난 24일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단이 발표될 때처럼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음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윤 대변인의 발표 전까지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카더라'수준의 하마평이 쏟아졌지만 정확한 인선 내용을 알아맞힌 이는 없었다.

발표 직전에 이르러서야 '발표를 들으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정도의 얘기만 흘러나왔다. 더구나 당선인 대변인단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발표 시간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보안을 가장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원칙이 이번에도 지켜진 가운데 '깜짝 인사'도 여전했다.

이번 1차 인수위 인선은 새누리당 대선 중앙선대위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발탁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서울가정법원, 광주고법, 서울고법 부장판사 생활과 서울가정법원장을 거쳐 소아마비 지체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1988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1994년 제2대 헌법재판소장에까지 올랐다.

진 영 부위원장은 판사 출신 3선 의원에 박 당선인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박 당선인의 총선 공약을 입법화하는데 앞장선 데 이어 이번 대선과정에서는 대선공약 개발을 담당했다.

박 당선인은 자신이 새 정부의 첫 번째 화두로 던진 국민대통합의 실천을 위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하고, 실업문제 등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특별위원회도 따로 뒀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김경재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대선 때 박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며 새누리당에 합류한 인물로, 박 당선인의 국민대통합정치를 구현하는데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과정에 참여했던 인요한 연세대 교수와 윤주경 매헌기념사업회 이사, 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장은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단에 합류했다.

청년특위 위원장에 발탁된 김상민 의원은 대학생자원봉사단 V원정대 대표 출신으로, 반값등록금 등 대학생을 겨냥한 공약개발과 더불어 박 당선인이 젊은층과 스킨십을 하는데 있어 가교역할을 해 왔다.

정현호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 집행장과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 박칼린 '킥뮤지컬' 스튜디오 예술감독, 하지원 에코맘 코리아대표, 오신환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장, 이종식 채널A 기자도 청년특위 위원으로는 인수위에 합류했다.

깜깜 인사의 검증 부실 우려

박 당선인의 인수위 인선 등을 계기로 대통령 인사스타일을 둘러싸고 여러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역대 정권을 보면 정권 인수위 구성이나 조각 또는 개각 때 대통령의 취향 및 성격에 따라 3∼5배수의 후보군을 미리 외부에 흘려 언론이나 여론의 검증을 받게 하는 스타일이 있는 반면, 측근들조차 모르게 시종일관 철통 보안을 유지하면서 전격적으로 막판에 인선 카드를 공개하는 스타일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자의 경우라면 박 당선인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특히 박 당선인은 이전 비상대책위원회나 4ㆍ11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서도 이미 입증됐듯 인사에 관한 한 보안 유지를 생명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서도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고, 지금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철통보안ㆍ깜짝인사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보안을 위한 보안'은 바람직하지 않고 철저한 인사검증시스템이 작동돼야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과 관련, 가상준 단국대 정외과 교수는 "여론이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면서 "여론에 휘말리다 보면 대통령이 첫발부터 소신껏 일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 교수는 그러나 "아무리 검증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언론 등 다른 부분에서 검증할 수 있는 내용도 많다"면서 "인사 배경을 궁금해하고 의아해하다 보면 `과연 소통이 되는 것이냐'는 비판과 함께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도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여기저기 후보군을 미리 알려 사전검증을 받는 게 100% 옳은 것은 아니고 좋은 방법도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철통보안 인사에는 엄정한 인사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율 명지대 교수도 "인사에서 깜짝스타일, 비밀주의, 기습작전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여야가 상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식으로 대통령이 장관을 지명하기 전에 야당과 상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인자는 없다'

박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그룹의 면면을 보면 두드러진 좌장이 없는 점이 특징이다. 한 때 김무성 전 의원이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워졌지만 실제 박 당선인은 그에게 그만한 힘을 실어주진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결정적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질 때 박 당선인은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는 말로 그간의 관계를 청산했었다.

유승민 의원도 한때 '친박 중 친박'으로 비유되며 최측근 참모로 여겨졌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내 관계가 소원해졌고 유 의원은 이에 대해 "내가 쓴소리를 잘해서…"라고 표현한 바 있다.

두 사람을 제외하곤 친박 핵심 인사 중에 현재는 최경환 의원 정도가 박 당선인의 의중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전 두 사람과는 달리 철저히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박 당선인의 신뢰가 두텁다는 평이다.

또 유정복 진영 의원 등도 박 당선인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으나 철저히 그림자 보좌에 주력했다.

이렇듯 박 당선인은 친박계란 가장 큰 계보의 수장 자리에 있으면서도 2인자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닮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8년 철권 통치를 이어가면서도 2인자를 키우지 않았다. 그 자리에 가장 근접했던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해서도 다른 세력을 활용해 적절히 견제하곤 했다. 김형욱 이후락 김재규 등 군 출신 인사들을 통해 김 전 총리의 세력 확장을 막았다. 그러고는 그들도 다른 신진 세력에 의해 현직에서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은 디바이드앤룰(분할통치) 인사에 아주 능했다"면서 "박 당선인의 행태를 보면 아버지의 이 같은 점을 답습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박 당선인은 또 논공행상 인사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인선 원칙의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라고 강조했다. 측근들을 기용하더라도 전문성 없는 인사들은 가려 내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들 중 적잖은 이들이 빈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향후 정부 출범과 함께 진행될 장관 인선 등에도 철저히 이 같은 원칙은 지켜질 것 같다.

오랜 친박 인사라 해도 전문성이 없으면 도태될 수 있으며 정치인의 경우 2인자 등으로의 세력 확장을 꾀한다면 한 순간에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인사는 아무도 모르게 어느 날 갑자기 단행되는 '깜깜 인사' '날벼락 인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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