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당선자 인사스타일은인수위 발표전 대변인도 몰라… 측근들에게도 보안 유지2인자 용납 않는 '디바이드 앤드 룰' 적용박정희와 많이 닮아
국민대통합위원장에는 한광옥 전 전 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에는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을 각각 발탁하고 청년특위위원장에는 김상민 의원을 기용했다.
박 당선인은 앞서 비서실장에 재선의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 수석대변인에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대변인에 박선규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조윤선 전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과거 지나친 보수 편향 글들을 쏟아내 논란을 빚었던 윤 수석대변인을 제외하곤 야권에서도 크게 문제삼지 않을 정도로 무난한 인선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 당선인은 이들 인수위 멤버를 발표하면서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비서실장과 대변인단 발표를 맡은 이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도 20분 전에야 내용을 통고 받았다고 했다. 또 인수위 인선을 발표한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아예 기자회견장에 와서 밀봉된 봉투를 뜯어보고서야 내용을 알았다.
이날 인선이 지난 24일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단이 발표될 때처럼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졌음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윤 대변인의 발표 전까지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카더라'수준의 하마평이 쏟아졌지만 정확한 인선 내용을 알아맞힌 이는 없었다.
발표 직전에 이르러서야 '발표를 들으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정도의 얘기만 흘러나왔다. 더구나 당선인 대변인단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발표 시간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보안을 가장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원칙이 이번에도 지켜진 가운데 '깜짝 인사'도 여전했다.
이번 1차 인수위 인선은 새누리당 대선 중앙선대위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발탁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서울가정법원, 광주고법, 서울고법 부장판사 생활과 서울가정법원장을 거쳐 소아마비 지체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1988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1994년 제2대 헌법재판소장에까지 올랐다.
진 영 부위원장은 판사 출신 3선 의원에 박 당선인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박 당선인의 총선 공약을 입법화하는데 앞장선 데 이어 이번 대선과정에서는 대선공약 개발을 담당했다.
박 당선인은 자신이 새 정부의 첫 번째 화두로 던진 국민대통합의 실천을 위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하고, 실업문제 등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특별위원회도 따로 뒀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과 김경재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대선 때 박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며 새누리당에 합류한 인물로, 박 당선인의 국민대통합정치를 구현하는데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과정에 참여했던 인요한 연세대 교수와 윤주경 매헌기념사업회 이사, 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장은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단에 합류했다.
청년특위 위원장에 발탁된 김상민 의원은 대학생자원봉사단 V원정대 대표 출신으로, 반값등록금 등 대학생을 겨냥한 공약개발과 더불어 박 당선인이 젊은층과 스킨십을 하는데 있어 가교역할을 해 왔다.
정현호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 집행장과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 박칼린 '킥뮤지컬' 스튜디오 예술감독, 하지원 에코맘 코리아대표, 오신환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장, 이종식 채널A 기자도 청년특위 위원으로는 인수위에 합류했다.
깜깜 인사의 검증 부실 우려
박 당선인의 인수위 인선 등을 계기로 대통령 인사스타일을 둘러싸고 여러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역대 정권을 보면 정권 인수위 구성이나 조각 또는 개각 때 대통령의 취향 및 성격에 따라 3∼5배수의 후보군을 미리 외부에 흘려 언론이나 여론의 검증을 받게 하는 스타일이 있는 반면, 측근들조차 모르게 시종일관 철통 보안을 유지하면서 전격적으로 막판에 인선 카드를 공개하는 스타일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자의 경우라면 박 당선인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특히 박 당선인은 이전 비상대책위원회나 4ㆍ11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에서도 이미 입증됐듯 인사에 관한 한 보안 유지를 생명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서도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고, 지금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철통보안ㆍ깜짝인사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보안을 위한 보안'은 바람직하지 않고 철저한 인사검증시스템이 작동돼야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과 관련, 가상준 단국대 정외과 교수는 "여론이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면서 "여론에 휘말리다 보면 대통령이 첫발부터 소신껏 일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 교수는 그러나 "아무리 검증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언론 등 다른 부분에서 검증할 수 있는 내용도 많다"면서 "인사 배경을 궁금해하고 의아해하다 보면 `과연 소통이 되는 것이냐'는 비판과 함께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도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여기저기 후보군을 미리 알려 사전검증을 받는 게 100% 옳은 것은 아니고 좋은 방법도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철통보안 인사에는 엄정한 인사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율 명지대 교수도 "인사에서 깜짝스타일, 비밀주의, 기습작전을 추구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여야가 상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식으로 대통령이 장관을 지명하기 전에 야당과 상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인자는 없다'
박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그룹의 면면을 보면 두드러진 좌장이 없는 점이 특징이다. 한 때 김무성 전 의원이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워졌지만 실제 박 당선인은 그에게 그만한 힘을 실어주진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결정적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질 때 박 당선인은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는 말로 그간의 관계를 청산했었다.
유승민 의원도 한때 '친박 중 친박'으로 비유되며 최측근 참모로 여겨졌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내 관계가 소원해졌고 유 의원은 이에 대해 "내가 쓴소리를 잘해서…"라고 표현한 바 있다.
두 사람을 제외하곤 친박 핵심 인사 중에 현재는 최경환 의원 정도가 박 당선인의 의중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전 두 사람과는 달리 철저히 낮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박 당선인의 신뢰가 두텁다는 평이다.
또 유정복 진영 의원 등도 박 당선인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으나 철저히 그림자 보좌에 주력했다.
이렇듯 박 당선인은 친박계란 가장 큰 계보의 수장 자리에 있으면서도 2인자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는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닮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8년 철권 통치를 이어가면서도 2인자를 키우지 않았다. 그 자리에 가장 근접했던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해서도 다른 세력을 활용해 적절히 견제하곤 했다. 김형욱 이후락 김재규 등 군 출신 인사들을 통해 김 전 총리의 세력 확장을 막았다. 그러고는 그들도 다른 신진 세력에 의해 현직에서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은 디바이드앤룰(분할통치) 인사에 아주 능했다"면서 "박 당선인의 행태를 보면 아버지의 이 같은 점을 답습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박 당선인은 또 논공행상 인사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인선 원칙의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라고 강조했다. 측근들을 기용하더라도 전문성 없는 인사들은 가려 내겠다는 뜻이다.
때문에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캠프에서 활동한 인사들 중 적잖은 이들이 빈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향후 정부 출범과 함께 진행될 장관 인선 등에도 철저히 이 같은 원칙은 지켜질 것 같다.
오랜 친박 인사라 해도 전문성이 없으면 도태될 수 있으며 정치인의 경우 2인자 등으로의 세력 확장을 꾀한다면 한 순간에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인사는 아무도 모르게 어느 날 갑자기 단행되는 '깜깜 인사' '날벼락 인사'가 될 수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