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중요성 커지며 최근 급증세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대표이사
외국인 CEO가 가장 많은 업계를 꼽는다면 외국계 기업이 다수 포진해있는 수입차업계가 수위를 다툴 것이다. 1995년 단 한 명에 불과했던 수입차업계 외국인 CEO는 그동안 급속도로 늘어났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몇 년간 계속된 판매부진과 적자 속에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 2011년 2,15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00억원에 달하는 적자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예상된다.

존폐설이 나올 정도로 회사 안팎의 분위기는 암울하지만 홀로 자신만만한 아우라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 바로 2011년 르노삼성자동차의 대표로 부임한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다.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와 파리 국립광업학교를 졸업한 후 재정경제부 재무팀에서 공직자로 일했던 프로보 사장은 2002년 르노의 영업본부에 합류해 바로 지역영업총괄 디렉터 자리를 꿰찼다. 이후 포르투갈법인 총괄임원과 글로벌 영업ㆍ마케팅 전략 및 기획총책임자, 러시아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승승장구하던 프로보 사장은 2011년 르노삼성호의 선장으로 배치됐다.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본사와 협상해 한국시장의 전권을 위임받은 프로보 사장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엔진 및 주요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국내 최초로 준중형급 순수 양산형 전기자동차를 2013년 출시해 선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은 우리나라에 부임해서 갖은 고난을 겪었던 외국인 CEO로 꼽힌다. 지난 3년은 도요타자동차 전체에 시련의 연속이었다. 1982년에 입사, 도요타자동차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며 잔뼈가 굵은 히사오 사장은 본사가 어려움을 겪던 2010년 1월 한국도요타 사장으로 취임했다. 2010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규모 리콜사태로 인한 도요타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틈타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폭발로 품질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며 양측의 판매격차는 더욱 벌여졌다. 급경색된 한일관계도 한국도요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대표이사
다행히 도요타자동차의 대표 모델인 신형 캠리를 지난해 1월 국내 출시하면서 상황은 점차 반전되고 있다. 신형 캠리와 프리우스는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차 10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고 '강남소나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렉서스 ES시리즈도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히사오 사장은 올해 3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국내에 재진출한 한국GM은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10년 만에 판매 5배(37만7,237대→205만1,974대), 매출액 4배(4조원→15조원)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기록한 한국GM의 수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한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맡고 있다.

1979년 입사해 GM아르헨티나ㆍ우루과이ㆍ파라과이 총괄사장을 역임한 호샤 사장은 2006년 한국GM의 전신인 GM대우에서 제품기획 및 프로그램 관리를 관장하는 부사장에 임명돼 2년간 일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여름 한국GM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파업이 발생했지만 호샤 사장의 개입으로 지난해 9월 극적으로 노사간 타협이 이뤄지며 큰 고비를 넘겼다. 호샤 사장은 시장 점유율 두 자릿수대 달성, 한국GM의 그룹 내 위상 강화, 투자확대 및 신차출시 등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으며 세웠던 목표들을 올해 하나하나 이뤄나갈 계획이다.

아우디코리아와 크라이슬러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은 최근 새로운 외국인 CEO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독일 레겐스부르크 기술대학을 졸업하고 1982년 아우디에 입사해 브랜드 관리, 글로벌 사후관리(AS)총괄 등 요직을 거쳤다. 특히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 FAW-폴크스바겐 합작 법인에서 아우디 판매 총괄을 지닌 인물로 그룹 내부에서는 아시아지역 판매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타머 사장은 한국 내의 그룹 계열사인 아우디, 폴크스바겐, 벤틀리 등 3개 브랜드를 총괄하며 아우디코리아 대표도 겸임할 계획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대표이사
지난해 6월 그렉 필립스 전임 사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이후 5개월간 공석이었던 크라이슬러코리아의 CEO 자리에는 파블로 로쏘 사장이 앉았다. 피아트 그룹의 대표적인 상용차 브랜드인 이베코 트럭엔진 사업부의 로지스틱 엔지니어로 1998년 입사한 로쏘 사장은 알파 로메오, 란치아, 피아트 등 그룹의 다양한 브랜드 및 영업 관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을 듣는다. 2011년 4월부터 피아트 그룹의 인도지역 합작법인 프로젝트를 관장하며 인정을 받았던 로쏘 사장은 지난해 12월 크라이슬러코리아의 대표를 맡게 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신임 사장에는 브리타 제거 다임러그룹 부품 영업ㆍ마케팅 디렉터가 내정됐다. 수입차업계의 첫 외국인 여성 CEO가 된 제거 사장은 1992년 다임러그룹에 입사, 고객관리부에서 일을 시작했으며 2003년부터 사후관리(AS)총괄본부에서 근무해왔다. 취임 이후 제거 사장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2대 주주이자 딜러업체인 한성자동차와의 불공정 구조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브리타 제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