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형 외부인사… 내부 중용 가능성도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 대북 안보 강화 적격자… 초대 국가안보실장 관측도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조직내 신망 높고 인맥 넓어… 저축은행 관련 의혹 걸림돌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고 각료 후보들 검증에 나서는 등 차기 정부 구성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감사원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권력 빅5' 의 인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어느 때보다 긴박해지는 상황에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무엇보다 국정원장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빅5'중 조직과 역할, 위상 등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이 국정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은 국내 정치 파트를 축소 내지 폐지하고 해외 정보와 대북 업무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신설되는 국가안보실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국정원의 위상도 적잖이 달라질 전망이다.

박근혜 당선인 전문성·신뢰 중시

국정원장 인선은 2월 25일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박 당선인은 각료 인선과 관련, 오로지 정치만 한 정치인이나 강단에만 머문 교수, 무경험자는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김회선
박 당선인 측 관계자는 "국정원장은 그 임무의 중요성에 비춰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이 인선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전문성'과 '인간적인 신뢰'"라면서 "해당 분야에 경험이 있고 믿을만한 사람으로 국내외의 엄중한 상황을 돌파하는 데 적격자를 찾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인수위 주변에서는 최대한 정치적 색깔이 없는 실무형 인사가 바람직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당선인 측과 전문가들은 차기 국정원장은 박 당선인이 신뢰할 수 있는 외부인사가 기용되거나 국정원 내부 출신이 중용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여기에 지역적 안배도 변수다. 박 당선인이 영남 출신이기에 차기 원장은'비영남권' 인사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희선 전 의원 거론

외부인사로는 우선 이번 대선기간 국방 안보 공약을 총괄한 (64) 전 국방부 장관이 거론된다. 국정원의 대북, 안보 정보를 강화하기 위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권영세
김 전 장관은 호남(광주광역시) 출신으로 통합과 탕평이란 측면에서 선호될 수 있지만 국정원 조직 특성상 영남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박 당선인이 김 전 장관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외교ㆍ국방ㆍ통일분과 간사로 앉힌 것으로 볼 때 통일부와 국방부, 국정원 등의 정보를 종합해 위기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구로 신설 예정인 국가안보실 초대 실장으로 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정원에서 정보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새누리당 (53ㆍ서울) 전 의원, (57ㆍ서울) 의원 등도 거론된다. 3선 경력의 권 전 의원은 서울지검 검사 시절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에서 3년 동안 파견 근무한 적이 있다.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 때는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박 당선인의 신뢰를 얻기도 했다.

초선의 김 의원은 현 정부 초기인 김성호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2차장을 지냈으며 이번 대선 때 박 당선인의 네거티브 관련 대책팀에서 활동했다.

일각에선 진영(62ㆍ전북) 인수위 부위원장을 거명한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대선 공약 수립에 깊이 관여했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는 점에서다.

김장수
하지만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상 정치적 색깔이 강하고 더구나 현역 의원인 경우는 가능한 배제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들 전현직 의원들이 국정원장 자리를 차지할 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안기부 2차장 출신인 이병기(65) 여의도연구소 고문도 차기 원장 후보군에 올라 있지만 현장과 오랜 기간 떨어져 있었다는 단점이 거론된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안보단 소속 송종환(68) 전 주미공사도 국가안전기획부 해외정보실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현역 후보에 차문회 2차장

박 당선인이 '전문성'을 중시함에 따라 국정원 출신 중에 차기 원장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회자된다.

우선 거론되는 인물은 민관식 전 문교부 장관의 아들인 (55ㆍ서울) 전 국정원 제2차장이다. 민 전 차장은 조직내에서 신망이 높고 광범위한 인맥이 장점이다. 부친인 민 전 장관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민병환
반면 야권에서는 민 전 차장과 박 당선인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의 관계가 친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2011년 6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 전 차장이 저축은행 관련 '대책회의'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자칫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민 전 차장 측은 야당의 주장을 일체 부인한 바 있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외교안보단에서 활동한 (57ㆍ경기) 전 국정원 3차장은 북한정보실장을 지낸 정통 대북 정보통으로 박 당선인이 선호할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정원 현역 인사인 남주홍(60) 1차장, 차문희(62) 2차장, 이종명(55) 3차장 등에서는 국정원 내부 출신인 차문희 차장이 하마평에 오른다. 남 차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교수 출신, 이 3차장은 육사 출신으로 합동참모본부에서 일했기 때문에 국정원에서는 차문희 차장에 적잖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충남 출신인 차 전 차장은 1979년 국가정보원(당시 중앙정보부)에 입사해 대전지부장, 정보교육원 국내정보연구실장 등을 거친 '정보 맨'으로 조직 관리와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차 전 차장은 퇴임 후 2008년 경남기업 감사를 지내다 2차장으로 복귀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최측근을 국정원장에 기용했다. 박 당선인이 그러한 전례를 이어갈 지, 아니면 새로운 국정원상에 걸맞는 인물을 찾아내 함께할 지는 알 수 없다.

차문희/연합뉴스
분명한 것은 박 당선인이 국정원 개혁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의 인물이 차기 국정원장에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기범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