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아 '스페셜 라이브-히어 아이 엠' 현장"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한·미·일 데뷔곡 한번에"저를 캐스팅하실래요?" 오디션 심사위원 너스레

왜 이제서야 무대에 섰냐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더 많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국내 팬들과 단독콘서트로 만난 가수 보아의 이야기다. 보아가 26,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보아 스페셜 라이브~히어 아이 엠~(BoA Special Live~Here I am)'(이하 히어 아이 엠)으로 6,000여 명의 팬들과 만났다. 2000년, 15세의 나이로 데뷔해 2001년 일본에 진출, '아시아의 별'이 된 지 13년 만이다. 때론 'K-POP 열풍의 원조'다운 기세로, 때론 예능프로그램의 맛을 아는 방송인의 재치로 관객과 소통한 보아. 성장이 무엇인지 보여준 그 시간을 엿봤다.

욕심 잔뜩 부린 선곡

보아는 콘서트 타이틀대로 '나 여기 있어요'를 몸으로 목소리로 보여주는 듯 2시간 동안 무대를 활보했다. 보아는 '히어 아이 엠'을 13년 음악인생으로 표현했다.

콘서트 전 살펴본 큐시트만 봐도 느껴졌다. 한국 데뷔곡 '아이디 피스 비(ID Peace B)'와 일본 데뷔곡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 미국 데뷔곡 '잇 유 업(Eat you up)'까지. 그가 걸은 가수의 길이 하나로 모인 공연이었다.

보아는 "한국에서 이제야 공연을 개최한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며 "돌아온 감이 있지만 한국 일본 미국, 3국가의 데뷔곡을 부를 수 있는 공연은 나만 할 수 있는 것이라 자부한다"고 말했다.

정규 7집 '온니 원(Only one)'을 발매한 당시 립싱크 논란을 겪었던 보아는 이번 콘서트를 통해 "공연 잘 하는 가수"로 인정 받고 싶었다. 퍼포먼스에 치중한 나머지 가수로서 기본기가 흔들리는 모습은 절대적으로 떨쳐버려야 했다. 공연 종종 "참 노래가 힘드네요"라며 약한 모습을 보일 만큼 자신의 노래 중에서도 부르기 어려운 공연 선곡은 정공법이었다.

보아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본인이 욕심을 많이 냈다"며 "과연 이 곡들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한 관계자들도 있었지만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것이라는 보아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옆집 언니처럼 친근하게

보아는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의 코너 'K팝스타'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대중과 친밀감을 높였다. 전 세계 팬을 거느린, 가깝지만 먼 존재처럼 느껴진 예전과는 달라졌다. 'K팝스타' 시즌1,2는 성공한 가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넘어 옆집 언니 같은 푸근함을 덤으로 안겼다.

유쾌하고 친근한 보아의 모습은 그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변화다. 예능프로그램 고정출연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법을 터득한 것. 무대가 아닌 만큼 몸에 힘을 빼고 있는 그대로의 보아를 보여주는 방법을 배웠다.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방송은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다 보니 보아도 시청자들에게 더 빨리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며 "그 과정에서 부담을 느끼기보다 편하게 내려놓자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반영됐다. '늘' '공중정원' '메리 크리' 등 템포가 느린 곡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킨 보아는 "어때요, 저를 캐스팅하시겠습니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말은 'K팝스타'의 오디션전형에서 들을 수 있는 심사위원들의 고정 멘트. 관객들은 양팔을 뻗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내일 모레면 나도 서른인데 언제까지 고글 끼고 '아틀란티스 소녀'를 부를 순 없지 않냐"며 어리광을 부리거나 "그런 거 아~니라고!"라는 개그유행어를 능글맞게 구사하는 보아의 유연한 무대매너도 돋보였다.

올해는 '배우 권보아'

지난해 보아의 활동영역이 예능프로그램으로까지 넓어졌다면 올해는 드라마와 영화로 확장될 전망이다. 보아는 "2013년에는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권보아'라는 이름으로 배우로 변신한 모습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먼저 보아는 지난 2011년 촬영한 영화 '코부3D'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미국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일어나는 위험한 댄스 경쟁을 배경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에 빠지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보아는 '코부3D'에서 탭댄싱 힙합 스윙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소화함은 물론 미국 최고의 춤꾼으로 꼽히는 데릭 허프와 호흡을 맞췄다.

보아의 신년계획에 팬들은 반색했다. 그의 연기력은 팬들 사이에서 이미 화제다. 배우 유아인과 찍은 '온니 원'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28일 공개한 자작곡 '그런 너'에서 그룹 샤이니의 태민과 보여준 연기가 제법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소속사 측은 "예전부터 영화나 드라마 대본을 받고 출연 제의를 받아왔지만 좀 더 안정을 찾은 후 고려해보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었다"며 "지금 보아가 보여줄 수 있는 것과 맞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