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해어 '에이미'

명동예술극장은 2월15일부터 영국의 3대 희곡작가 데이비드 해어(David Hare)의 '에이미(Amy's View)'로 2013년 첫 무대를 열었다.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온 데이비드 해어는 '에이미'에서 자유주의 경제 이데올로기로 인한 경제, 문화적 변화와 현실을 한 가정의 이야기 안에 담아냈다.

현대 미디어를 혐오하는 노배우 에스메와 대중지상주의자인 사위 도미닉의 첫만남으로 시작되는 그들 삶의 모습은 신구의 세대 갈등, 연극과 미디어, 명성, 결혼, 사랑, 배신, 용서와 화해, 창작과 비평, 진정한 예술 등 이 사회와 인생의 많은 모습과 시선들을 보여준다.

최용훈 연출은 원작이 가진 신자유주의, 거대자본에 대한 논쟁과 같은 담론보다는 시대의 변화와 관계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해석했다.

에스메와 도미닉의 충돌로 대변되는 두 세대 갈등의 중심에는 에스메의 딸이자, 도미닉과 결혼한 에이미가 있다. 두 가치관을 모두 인정하고 화해를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에이미'의 시선이 이 작품의 핵심코드로 극의 말미에 화해의 손길을 어렵게 내미는 도미닉과 머뭇거리며 희망적인 여지를 남기는 에스메는 에이미 덕분에 공존과 교류의 가능성을 본다. 둘은 인간을 다루는 '진정성' 있는 작품이라면 두 예술 장르가 서로 함께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결국 에이미의 관점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달라지는 관객, 그리고 그 앞에서 고뇌하는 작가의 관점이 된다.

이번 공연은 초연을 통해 히서연극상과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을 수상한 여배우 윤소정과 노익장으로 작품의 묘미를 살려준 이호재, 백수련, 강단 있는 연기의 서은경, 김병희 등 초연배우와 함께 2012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에 빛나는 개성 있는 배우 정승길이 새로이 합류했다.

'에이미'는 1막에서 4막까지 15년 간 세월의 간극을 표현해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는 작품임에도 초연 당시 존재감 있는 연기로 모든 배우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어 3년이 지난 지금, 더 숙성된 에이미와 에스메, 그리고 도미닉을 만나게 된다. 3월10일까지 공연. 02)1644-2003



박종진기자 jjpark@hk.co.kr